[오션 뷰] 고등어는 수산업의 희망!
김양언 ㈜백화수산 대표
수입산 늘면서 국산 입지 점차 감소
그러나 아프리카선 국산 수요 폭증
수산업 미래 걸린 성장 산업 인식을
봄이 되면 입맛이 없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게 봄과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도 있겠으나 봄이 되면 생리적인 피로감, 춘곤증으로 입맛이 떨어진다고 한다. 이럴 때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식재료가 있다. 달콤쌉싸름하면서도 향긋한 각종 봄나물과 고소하면서도 짭조름한 고등어구이는 떨어진 입맛을 되돌리는 데 환상의 궁합을 이룬다.
무엇보다 고등어는 보리처럼 영양가가 뛰어난 데다 쉽게 구할 수 있고 값도 저렴해 서민들에게 매우 익숙한 어종이다. 우리 민족이 고등어를 즐겨 먹은 역사는 길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황해도, 함경도 지방의 토산물로 기록돼 있고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경상도, 전라도, 함경도 지방의 토산물이라고 했다.
이처럼 오래전부터 우리 선조들의 밥상에 오른 고등어는 지금은 우리나라 제주 인근 해역에서 많이 잡힌다. 주로 대형선망 어업으로 잡는데, 선망은 어군(魚群)의 존재를 확인한 뒤 이를 포위해 잡는 어망을 총칭하는 말이다. 본선과 2척의 등선, 3척의 운반선까지 모두 6척이 선단을 이루는데, 본선은 고등어를 찾는 역할을 하고 등선은 불을 밝혀 고등어 떼를 모은다. 어군에 그물을 던져 잡은 고등어는 운반선을 통해 항구의 위판장으로 간다. 주로 제주도 인근 해역에서 잡은 고등어의 90% 이상은 부산공동어시장으로 향한다. 고등어는 다른 어종에 비해 붉은 살이 많고 지방질도 풍부해 쉽게 부패하는 특성이 있어 이동 시간을 줄이는 것이 선도 유지의 관건이다.
대형선망들은 다음 주부터 두 달간의 휴어기를 갖는다. 해양수산부는 산란기의 어미 물고기와 성장기의 어린 물고기 보호를 위해 총 44종에 대해 금어기를 규정하고 있다. 고등어의 올해 금어기는 이달 23일부터 다음 달 22일까지로 돼 있지만 대형선망들은 기간을 조금 더 보태 6월 22일까지 휴어기로 정했다.
연근해의 어획 고등어 대부분이 모이는 부산은 우리나라에서 고등어로 가장 유명한 도시다. 2011년부터는 고등어가 부산을 대표하는 시어(市魚)로 지정됐다. 어획 고등어의 90% 이상이 부산공동어시장을 거쳐 전국으로 유통되고 있고 접근성도 좋다 보니 고등어 가공 업체도 50여 곳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국산 고등어 맛을 쉽게 볼 수 없다. 식당과 마트는 이미 노르웨이산 고등어에 의해 점령된 지 오래다. 노르웨이 수산물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노르웨이 고등어의 한국 수입량은 1만 6867톤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 증가했다. 노르웨이 고등어의 국내 점유율은 매년 늘고 있다. 노르웨이가 고등어 수출 강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차갑고 청정한 바다 환경을 비롯한 기술력, 젊은 어업인 육성 등 국가적 차원의 연구와 지원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수산물 유통의 허브인 부산공동어시장은 시설 노후화와 비위생적인 유통 환경으로 점차 경쟁력을 잃고 있다. 1963년 개장한 공동어시장 시설은 곳곳이 낡았고 경매 시스템도 60년 전의 방식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상태다.
이러한 열악한 상황은 대형선망 소속 선단들이 부산을 이탈해 다른 위판장으로 가도록 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제주 한림, 경남 남해와 삼천포, 통영, 전남 진도 등 5~6곳의 위판장으로 선단이 옮겨갔다. 지자체들도 다양한 지원을 약속하며 대대적인 유치 노력을 벌이는 중이다. 전남 장흥군은 136억 원의 위판시설투자와 콜드체인 물류시스템 구축 등을 약속하며 대형선망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부산 수산업계는 이를 우려하고 있다. 수협중앙회 수협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부산공동어시장은 직접 생산 유발액 4580억 원, 유통가공이나 기자재 등 후방산업까지 포함하면 연간 최대 1조 원의 산업가치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공동어시장의 경매량이 위축되면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악영향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아프리카 시장에서 국산 고등어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산 수입 제재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로 인한 외부효과 때문이다. 게다가 가격이 저렴하고 풍부한 단백질 등 맛도 좋은 국산 고등어의 인기도 한몫했다.
이처럼 새로운 해외 시장의 개척은 국내 수산업계의 발전과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 ‘고등어 도시’인 부산은 이런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공동어시장의 현대화 사업을 서둘러 시작해 위판·물류 자동화시스템과 전자거래 도입, 비대면 경매체계 구축 등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고등어를 대하는 방식을 전통적인 시각에서 탈피해 부산 수산업의 미래가 달린 성장 산업으로도 키울 수 있음을 유념해 볼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