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의 시그니처 문화공간 이야기] 공동주택의 반전, 야마모토 리켄의 '판교 하우징'
아트컨시어지 대표
지난 5일(현지시간) 일본의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79)이 올해의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로써 일본은 1979년 이 상이 제정된 이래 8회에 걸쳐 총 9명(2010년 수상자 ‘SANNA’는 세지마 가즈요·니시자와 류에 공동 수상)이 수상해 미국과 동률(8회)이 되었다. 한국인 수상자는 아직 없다.
야마모토 리켄이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뒤 그가 설계에 참여한 경기 성남시 ‘판교 하우징’(월든힐스 2단지 아파트)과 서울 ‘강남 하우징’(세곡동 보금자리주택 3단지)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소재 프리츠커상 수상자들의 건축을 탐방 중인 필자는 이번 주 판교 하우징을 다녀왔다.
방문에 앞서 월든힐스 2단지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공동주택이 위치한 분당구 산운마을을 검색했다. 그중 눈에 는 글이 하나 있었는데 ‘미분양 굴욕 10년 이후, 일본 건축가에게 감사 편지를 보낸’ 사연이었고, 이에 화답하고자 지난 2020년 1월 스태프 20명과 함께 건축가가 2박 3일 내한했다는 기사였다. 바로 야마모토 리켄과 판교 하우징 이야기다.
판교 하우징은 모든 주택이 현관으로 통하는 2층의 공유 테라스를 가지고 있으며, 마주 보고 있는 각 세대 현관은 사방이 유리 벽인 현관홀을 통해서 들어가게 되어 있다. 공동주택 설계 때 이웃 간 프라이버시 확보라는 공식과도 같은 명제를 깨트렸다. 이런 연유로 산운마을 최초로 미분양 사태를 초래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세대 간 공동체가 결속되는 반전의 결과가 나타났다. 거주자들은 투명한 현관홀을 응접실로 쓰고, 개방된 창을 통해 이웃과 인사하며 지내고 있었다. 자연 환기와 시간에 따른 볕을 시시각각 느낄 수 있는 공동주택이 된 것이다. 공간이 거주자의 삶을 바꾼 셈이다.
현재의 ‘1가구 1주택’ 모델의 수정, 이는 가족을 전제로 하지 않는 새로운 주거 모델을 요구한다. 미래 주택에 대한 새로운 상황 인식과 건축가로서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한 곳이 판교 하우징이다. 주택문제를 경제성장을 위한 도구로 여기지 않고, 실제로 거주하는 사람들의 생활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공간에 반영됐다.
산술적으로는 주택보급률 100% 초과 시대에 살고 있다. 사람들이 ‘내 집’을 꿈꾸는 동안 대다수 주택은 밀실이 되었고, 주변 환경은 피폐해졌으며, 지역 커뮤니티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변해 버렸다. 하지만 건축은 사람을 연결해야 한다. 단순히 사생활을 중시하는 사회가 아니라 주민들이 상부상조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공동체 건축 개념을 선보인 야마모토 리켄이 이 시대에 주목받은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