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도움 안 되는 백화점식 사업… 박형준 시장도 “실효성 의문”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반환점 돈 ‘국제관광도시사업’

개수 69개 난립… 문체부 ‘11개 축소’ 통보
다리 7곳 전부 관광자원화 ‘세븐브릿지’
선택과 집중 없어 이도 저도 아닌 상황
외국인 관광객 매출 서울 대형사 ‘독식’
부산관광패스도 글로벌 온라인사 차지
업계 “사업 줄이고 특화 콘텐츠 만들어야”

부산시의 국제관광도시 육성사업이 4년 차에 접어들어서도 차별화되는 콘텐츠가 보이질 않는다는 우려가 높다. 대표적인 핵심 사업인 ‘세븐브릿지 랜드마크 사업’은 7개의 다리 중에 광안대교를 제외하고 관광 자원화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안대교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의 국제관광도시 육성사업이 4년 차에 접어들어서도 차별화되는 콘텐츠가 보이질 않는다는 우려가 높다. 대표적인 핵심 사업인 ‘세븐브릿지 랜드마크 사업’은 7개의 다리 중에 광안대교를 제외하고 관광 자원화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안대교 전경. 부산일보DB

지역 관광업계는 부산시의 ‘국제관광도시 육성사업’에 대해 인바운드 관광객 유치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최근 부산시의회에서 사업의 적절성에 대해 지적하자, 박형준 부산시장도 “실효성 측면에서 의문이 있다”고 문제를 인정할 정도다. 지금이라도 부산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는 2020년 1월 문체부 관광거점도시 육성 사업의 일환인 국제관광도시 사업 대상지로 인천을 제치고 전국 최초로 선정됐다. 당초 국비 500억 원, 시비 500억 원의 1 대 1 매칭사업으로 계획됐지만, 시는 500억 원을 추가해 시비 1000억 원 투입을 약속하며 강력한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시 관광마이스국 1년 예산이 480억 원 수준이고, 관광 수용태세 개선에 연간 20억 원가량이 책정된다는 걸 감안하면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는 것이다.

국제관광도시 선정 심사에 참여한 경희대 호텔관광대학원 정남호 학장은 “세계적으로 한국의 관광도시는 서울과 제주밖에 안 알려졌는데, 부산도 관광도시 거점으로 만들어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겠다는 취지로 국제관광도시 육성사업을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국제관광도시 선정을 계기로 2018년 247만 명에 그친 외국인 관광객을 2024년에는 1000만 명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해외여행이 불가능했던 코로나 팬데믹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외국인 관광객 목표 달성은 어림없다는 평가가 많다. 엔데믹 이후 지난 1~7월 부산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89만 명에 그친다.

2021년 본사업 돌입 후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지역 관광업계는 사업의 방향 자체에 의구심을 가진다. 국제관광도시사업은 선도사업 12개, 본사업 57개 등 총 69개 사업으로 사업 개수가 너무 많아 백화점식 정책 나열에 그쳤다는 것이다. 전체예산 1391억 원 중 핵심사업에 가장 많은 828억 원이 투입되고, 전략사업 299억 원, 연계사업 158억 원, 선도사업 106억 원이 투입된다.


사진은 사하구 감천문화마을 전경. 부산일보DB 사진은 사하구 감천문화마을 전경. 부산일보DB

이에 지난해 10월 문체부 관광거점도시위원회는 본사업 중 11개를 줄이라고 시에 통보했다. 사업 3년 차인 지난해 69개로 시작한 사업 개수는 58개 사업으로 16%가량 줄어들었다.

한 관광 전문가는 “결론은 콘텐츠인데 이번 사업을 통해 남길만한 콘텐츠가 거의 없고, 세븐브릿지 사업의 경우 차라리 광안대교 하나를 살리자는 쪽으로 나갔으면 좋을 텐데 7개 다리 전부를 관광 자원화하려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됐다”고 꼬집었다.

지역 인바운드 관광업계 역시 외국인을 부산으로 오게 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오히려 부산이 마케팅 비용을 들여 광고하고, 정작 매출은 서울의 대형 온라인 여행사가 챙겨간다고 입을 모은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외국인은 지역 업체 대신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OTA)에 비용을 지불하고 부산을 여행하니 지역 관광업계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면서 “당초에 부산형 OTA를 만들어 사업의 과실이 지역에 머무르게 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나마 인기를 끄는 부산관광패스(비짓부산패스)에 대한 지역 관광업계의 불만도 나온다. 부산관광패스 판매는 글로벌 OTA가 전담하면서 오히려 지역 인바운드 관광업계는 기존에 팔던 상품의 경쟁력이 떨어져 매출이 줄었다는 것이다. 또 2025년 국제관광도시사업이 끝나 국비가 끊기면 오로지 시비로만 운영돼야 한다.

국제관광도시사업에서 부산에 밀린 후 방향을 전환한 인천은 문체부로부터 국내 첫 번째 스마트관광도시로 지정받았다. 이후 근대 역사와 문화를 콘텐츠로 인천 개항장 일대에서 적극적으로 스마트관광 태세를 구축했다. ‘인천e지’라는 앱을 통해 여행가이드는 물론 주변 맛집·카페·관광지·숙박 등의 정보도 볼 수 있다.

부산시의회에서도 실효성 부족 문제가 제기되자 박형준 부산시장도 미흡한 점을 인정했다. 지난달 13일 열린 시의회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박 시장은 “공모사업으로 진행되다 보니 사업이 너무 많고 실효성을 따져가면서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못해 저도 의문이 있다”면서 “이렇게 한다고 국제관광도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부산의 현실에 맞는 비전과 전략을 가지고 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광 전문가는 지금이라도 사업의 폭을 대폭 조정해 부산만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문체부에 따르면, 국제관광도사업은 지난 6월 기준 전체 예산의 절반 수준인 704억 4500만 원이 집행됐다. 관광 전문가는 “부산시는 문체부의 점검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부산 관광을 위해 사업 정상화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갖추고 남은 예산이라도 적절하게 사용돼야 한다”면서 “부산시가 예산 등 특정 분야처럼 관광도 5~10년씩 머무르는 전문관 제도를 검토해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