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재판장서 짜증 "독일을 다녀 오시던가, 말을 연구하는 검사님이 나오시던가"
국정 농단의 핵심인최순실씨가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항소심에 증인으로 나와 특검팀과 설전을 펼쳤다.
최씨는 20일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 심리로 열린 삼성전자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최씨는 삼성 뇌물 사건에 대해 또다시 ‘모르쇠’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은 삼성의 로드맵에 따른 것이지 특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최씨는 “말 소유권은 삼성이 전적으로 갖고 있고, 말 구입도 삼성이 알아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초 삼성이 말 ‘비타나’와 ‘라우싱’을 구입한 것이 정씨를 위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정유라가 타는 말이라고 꼭 집을 수는 없다. 삼성이 중장기 로드맵에 따라 6명의 선수를 선발해 독일에 오면 사 주기로 한 계약에 따른 것”이라고 대답했다.
최씨는 이날 특검의 질문마다 매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말 구입 경위를 재차 묻자 “독일을 한번 갔다 오시든가, 말을 연구하는 검사님이 나오시든가 해지 답답하다”며 짜증을 냈다.
정유라씨가 지난 7월 이 부회장 1심 재판에 나와 "엄마가 네 것처럼 타면 된다고 했다"는 등의 증언과 관련해 특검팀이 사실이냐고 묻자 최씨는 "그럼 '네 말처럼 타라'고 하지 '남의 말처럼 타라'고 하느냐"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특검팀이 "차분하게 질문을 잘 듣고 대답하라"고 하자 최씨는 "그러니까 왜 새벽에 딸을 데리고 가셨느냐"며 화를 냈다. 또 "딸과 싸움을 붙이는 거냐. 저는 걔가 왜 그렇게 얘기했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반면 승마 지원이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등 핵심적인 뇌물 혐의 등에는 “기억이 안 난다”, “그런 사실 없다”라고 부인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차명폰으로 통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대화 내용에 대해선 함구했다.
특검팀이 "두 달 남짓한 기간에 259회나 통화한 이유가 뭐냐"고 묻자 "검찰에서 40년 지기라고 하는데 그 정도 통화는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통화 내용을 묻는 건 실례"라고 했다.
김정덕 기자 orikimj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