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도 반려동물 키워볼까?<br />'임보'부터 해 보세요!
    문화라이프

    우리도 반려동물 키워볼까?
    '임보'부터 해 보세요!

    지난 1일 SNS에는 부산 수영구에서 '포씨블 홈(pawssible_home)'이란 이름의 모임이 열린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유기 동물의 '임보'나 입양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와 정보를 나누자는 내용이었다. '포(paw)'는 동물의 발로, '포씨블 홈'은 사람과 반려동물이 같이 들어가는 집을 꿈꾸며 만든 단어였다.우선 낯선 단어 '임보'가 뭔지 궁금해졌다. 현재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 비율은 28.6%, 반려견 수는 500만 마리에 육박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기본적인 반려동물 관련 용어는 알아둘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기 위해서는 분양, 입양, 임시 보호라는 셋 중 하나의 결정이 필요하다. 가장 흔한 '분양'은 반려동물 판매업체에서 돈을 내고 구입하는 행위다. 반면에 '입양'은 유기동물 보호소나 동물단체 등에서 유기동물을 새로운 가족으로 맞이하는 것을 의미한다. 입양 자격이 맞아야 하고, 교육 등 입양 절차를 따라야 한다. 흔히 줄여서 '임보'로 표현하는 '임시 보호'는 입양자가 나타날 때까지 일시적으로 기본적인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다. 임보를 하다 입양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아 보인다. 임보는 사람과 동물 간 궁합을 맞춰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동물에게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시간을 주고, 임시보호자는 동물의 성격이나 건강 상태를 파악해 신중하게 입양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지 않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작은 첫걸음'이란 문구가 마음을 움직여 기자도 이날 행사에 참여했다. ■유기된 아이가 운명처럼 다가와행사를 기획한 최윤형 씨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최 씨는 고향인 부산을 떠나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죽을 만큼 힘든 시기에 유기견을 처음 만났다고 했다. 둘의 처지가 똑같이 여겨졌고, 데려다 키우면서 자신이 살아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최 씨는 2014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20마리가량 임보를 하면서 입양도 보내고 자신도 살고 있단다. 그는 “입양이 거창하게 느껴진다면 임보라도 해보는 쪽으로 문화가 확산하길 희망하며 이날 자리를 마련했다”라고 밝혔다. 송민재 씨는 혼자 지내는 엄마한테 친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유기견 쿠키와 레아를 입양했다. 그런데 송 씨가 “중성화 수술 예약을 해 놓고 출장 간 사이에 둘이 일을 치러 똘이가 태어났다”라고 말해 웃음이 터졌다. 현재 송 씨의 어머니가 이들의 주 양육자다. 번갈아 반려견 산책을 시키다 보면 어머니가 하루 평균 1만 2000보를 걷게 된다고 했다. 반려견들은 어머니의 건강을 지키고, 주변에 친구도 만들어 준 너무나 소중한 존재라고 했다. 송 씨는 “지방 출장이 잦아 예전에는 혼자 있는 엄마가 걱정이 되었지만, 이제는 든든하고 행복하다. 우리 가족은 반려동물을 통해 치유를 받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곽우림 씨는 강아지를 길러보고 싶었지만, 펫샵에서 사기가 싫어서 2년 정도나 기다렸다고 했다. 2019년 여름 지인의 SNS에 유기견 ‘춘식이’가 뜨는 순간 ‘우리 집 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연락했고, 일주일 만에 데려왔다. 박 씨는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이 공부와의 전쟁을 치르며 사이가 조금 벌어졌는데 춘식이가 오면서 집안 분위기가 달라졌다. 사실은 지금 제가 조금 아픈데 춘식이한테 정말 많이 위로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유진 씨도 임보로 시작했다가 입양한 경우였다. ‘수술 후에 퇴원을 못하고 있는데 방 한 켠 내줄 수 있는 사람을 구한다’라는 한 동물보호소 공지 글을 본 게 인연의 시작이었다. 김 씨의 반려견 ‘열무’는 늪지대에서 발견됐다. 번식견으로 일 년에도 몇 번씩 강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다가 학대를 받고 유기당한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처음에는 내가 돌봐주겠다고 생각하고 데려왔는데, 돌아오면 반갑다고 인사해 주고 또 점점 나아지는 모습이 지금은 오히려 나한테 너무 힘이 된다”라고 말했다.이상훈·배재원 씨 부부는 버려진 반려견이 인연처럼 다가왔다고 했다. 이 씨 부부는 식당에서 나오다 뼈밖에 남지 않았다고 할 정도로 불쌍한 개가 차도에서 헤매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 개는 사람들이 차에 치일까 싶어서 잡으려고 하면 도망가고 해서 위태롭기 짝이 없었다. 이 씨 역시 계속 쫓다 힘이 들어 바닥에 주저앉았는데, 신기하게도 그 개가 자신의 앞에 와서 앉더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유기견을 입양한 뒤 부부는 지금 그전까지는 생각지도 않았던 반려견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 부부는 지난해 반려견 유치원에서 입양제를 처음으로 열었는데 기대보다 반응이 약해 아쉬웠다고 털어놓았다. 김남희 씨는 경남의 한 동물보호소가 올린 43마리의 안락사 명단을 본 게 임보를 시작하게된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김 씨는 안락사 3일 전에 보호소로 달려가 임보를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그 개를 입양 보내지 못해 첫째가 되었다. 이날 데리고 나온 ‘옥순이’가 36마리째 임보하는 아이였다(옥순이는 그 뒤 서울로 입양됐다). 그는 “매번 보낼 때마다 항상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얘가 가야 위험에 처한 다른 애를 또 구조할 수 있으니 보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이들은 반려동물이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고 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하다 보면 다른 반려동물 보호자들과 교류할 기회도 많아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세상에는 별별 사람들이 다 살기에 때로는 상처받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김유진 씨가 겪은 일들이 그랬다. 김 씨의 반려견 ‘열무’는 다리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도 앙상한 한 쪽 다리를 절고 있다. ‘수술 후 재활 산책 중입니다’라는 표식을 붙이고 다니지만, 무조건 보호자 욕을 해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여성 혼자 반려견을 산책시키다 언어폭력에 노출되는 경우도 있다. “강아지를 키우니까 결혼을 안 하지, 애를 안 낳지”부터 시작해 “대한민국이 개들로 개판이 되어 가고 있는데, 모두 안락사시켜야 한다”라고 극언을 퍼붓는 사람들이 지금도 있단다.■믹스견이 키우기에 훨씬 편해 ‘포씨블 홈’에 모인 이들은 서로의 사정에 공감하다 앞으로도 정보를 나누고 교류하기로 했다. 반려동물을 키워보지 않아 문외한인 기자는 이날 이들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여럿 발견했다. 첫째, 나이가 좀 든 개가 키우기 쉽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1년 미만의 강아지를 선호한다. 그런데 이런 애들은 이갈이하며 가려움증 때문에 이것저것 물고 뜯고 난리를 부리기 일쑤다. 이들은 에너지가 넘치고 호기심이 왕성해 끊임없이 뛰어놀고 싶어 한다. 그러다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힘들다면서 파양하는 경우가 많다. 반려견은 나이가 있을수록 키우기가 쉽다며 5살 이상을 추천했다. 둘째, 품종견보다 믹스견이 낫다. 개 세상은 품종견과 믹스견으로 나뉜다. 품종견은 특정 외형적 특징이나 성격적 특성을 갖도록 인위적으로 개량된 개로 말티즈, 푸들, 골든 리트리버, 시바견이 대표적이다. 계속 같은 종끼리, 심지어 근친 교배까지 하다 보니 유전병이 있는 경우가 많다. 믹스견은 서로 다른 품종의 개들을 교배해 태어난 소위 잡종이나 똥개를 의미한다.대개 품종견을 선호해 보호소에서도 이들은 쉽게 입양되지만, 믹스견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하지만 품종견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람 손길이 닿아야 한다. 유전 질환에 강한 믹스견은 기특하게도 자기가 알아서 잘 살아남는다. 그래서 여러 번 키워본 사람은 믹스견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찾는 이가 드물기에 중형견 이상의 믹스견들은 해외 입양을 많이 간다. 외국에서는 오히려 건강하고, 세상에 한 마리밖에 없어 스페셜한 믹스견을 더 좋아한단다. 한 쪽 눈이 없는 상태에서 외국으로 입양간 개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 한국에서는 장애견이라고 아무도 입양하지 않았지만, 외국에서는 눈 하나 없는 건 장애도 아니라면서 입양해 가서 지금껏 잘 살고 있단다. 부산시는 최근 반려동물 친화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초 조직개편을 통해 반려동물과를 신설한 부산시는 대학 동물병원 건립, 반려동물 특화 거리 조성, 반려동물 동반 결혼식장 조성 등 인프라 확충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 좋지만 유기 동물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 귀중한 생명이 제대로 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일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포씨블 홈’은 8월 말쯤 반려동물 영화제와 함께 입양제를 열기로 했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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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유 없이 피로하고 <br />기분이 가라앉는다면 칼슘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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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 없이 피로하고
    기분이 가라앉는다면 칼슘 탓?

    몸이 이유 없이 피로하고, 뼈가 쑤시거나 기분이 가라앉는 상태가 계속된다면 단순한 스트레스나 노화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 건강검진에서 혈액 내 칼슘 수치가 높다는 진단을 받았다면 ‘부갑상샘기능항진증’이라는 질환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좋은강안병원 갑상선두경부센터 홍종철(이비인후과 전문의) 과장과 함께 부갑상샘기능항진증을 알아본다.□50대 이상 여성 발병 가능성부갑상샘기능항진증은 갑상선 뒤쪽에 위치한 작은 내분비 기관인 부갑상샘에서 부갑상샘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면서 발생한다. 평균 크기는 2~5mm 정도로 아주 작은 기관이다. 이 호르몬은 혈액 내 칼슘 농도를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필요 이상으로 분비되면 혈액 속 칼슘 수치가 높아지고 신체 전반에 걸쳐 다양한 이상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건강검진 보편화와 고령 인구 증가로 인해 부갑상샘기능항진증 진단은 증가 추세다. 과거에는 명확한 증상이 있는 환자만 진단됐지만, 고칼슘혈증이 발견되면서 조기에 질환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50세 이상 여성에게서 높은 빈도로 나타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홍 과장은 “완경 이후 뼈 보호 역할을 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감소하고 골흡수가 증가되면서 부갑상샘 기능에 영향을 끼쳐 부갑상샘기능항진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증상은 다양하다. 피로감이나 무기력함, 우울감과 같은 정신적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식욕은 정상인데도 체중이 줄거나 근육이 약해지고 관절통이나 뼈 통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골다공증이 악화되거나 반복적인 골절이 나타나기도 하며, 신장결석이나 잦은 소변, 탈수 증상, 변비나 복부 불쾌감 등이 동반될 수 있다. 홍 과장은 “여러 장기에 걸쳐 다양한 증상이 퍼져 있어 다른 질환으로 오인되거나 증상이 명확하지 않아 질환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원인에 따라 치료법 달라져부갑상샘기능항진증은 원인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가장 흔한 원인은 부갑상샘에 생긴 양성 종양(선종)이다. 원발성 부갑상샘기능항진증이라고 불리며, 전체 환자의 약 80% 이상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밖에 만성 신부전을 앓거나 투석 중인 경우 속발성 부갑상샘기능항진증과 그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서 부갑상샘이 자율적으로 호르몬을 과다 분비하게 되면 삼차성 부갑상샘기능항진증이 있다. 당뇨병, 비타민D 결핍, 고령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골다공증치료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 혈청 칼슘 농도가 낮아져 반사적으로 부갑상샘호르몬을 더 많이 분비하면서 발병될 수 있다.원인에 따라 치료도 달라진다. 원발성 부갑상샘기능항진증의 경우 수술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문제가 되는 부갑상샘을 제거하면 혈중 칼슘 수치가 정상으로 회복되며, 다양한 증상도 빠르게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홍 과장은 “좋은강안병원 갑상선두경부센터에서는 숙련된 갑상선두경부외과 전문의가 최소절개 방식으로 수술을 시행해 흉터 부담이 적고 회복도 빠른 편”이라고 밝혔다. 속발성 부갑상샘기능항진증은 약물치료와 식이요법으로 조절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증상이 조절되지 않거나 부갑상샘이 과도하게 비대해진 경우 수술을 고려한다. 삼차성 부갑상샘기능항진증 또한 심한 경우 외과적 치료가 필요하다.□세스타미비 스캔 널리 활용최근에는 수술 전 부갑상샘 종양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영상 검사가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세스타미비 스캔’이다. 세스타미비 스캔은 방사성의약품을 몸에 소량 주사한 뒤 감마 카메라로 부갑상샘의 활동 상태를 촬영하는 방식이다. 병든 부갑상샘은 정상보다 활발하게 작용해 약물이 많이 흡수되기 때문에 이상 부위를 영상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외과의는 수술 전 병변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최소한의 절개로 불필요한 조직 손상 없이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부갑상샘 종양 수술 후 암으로 판명되면 수술 후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으며, 정기적인 검진도 필요하다.예방을 위한 명확한 방법은 없지만, 칼슘과 비타민D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무리한 단식이나 고단백식 중심의 식습관을 피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50세 이상이라면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혈액 내 칼슘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며, 만성 신장질환이 있는 경우 담당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완경 이후 여성에게는 칼슘과 비타민 D 복용이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부갑상샘기능항진증을 진단받으면 복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홍 과장은 “부갑상샘기능항진증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예후가 매우 좋은 질환”이라며 “피로와 우울감 등 이유 모를 증상이 계속된다면 단순한 노화나 기분 탓으로 넘기지 말고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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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욕망을 비우고 공감으로<br />채식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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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망을 비우고 공감으로
    채식 바람이 분다

    ‘채식주의자’ 때문에 세 번 놀랐다. 첫 번째는 2007년 <채식주의자>가 출간되었을 무렵이었다. 한강 작가에게는 미안하지만 소설의 기괴함에 놀랐다. 시대를 앞서간 작품을 제대로 알아채지 못했던 것 같다. 두 번째는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을 때였다. 다들 놀랐겠지만 하필이면(?) 문학 담당 기자라 더 많이 놀랐다. 한국 작가가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받으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기 때문이었다.세 번째는 올해 초 <사이언스>지에 실린 한 연구 발표를 보고 나서였다. 인류의 조상은 고기를 전혀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였다는 새로운 사실이 들어 있었다. 350만 년 전 남부 아프리카에 살았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7명의 치아를 질소 동위원소로 분석한 결과였다. 프랑스의 미식가 브리야 사바랭이 “당신이 어떤 음식을 먹는지 말하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 주겠다”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원래 인류가 채식만 먹었다면 육식을 더 즐기게 된 오늘날의 우리는, 누구라고 말할 수 있을까.세계적인 채식 트렌드에 발맞춰 국내 채식 인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주의자 수는 2008년 15만 명에서 2018년 150만 명으로 10년 새 10배나 증가했다. 현재 채식 인구는 전체의 4% 수준인 250만 명 정도로 추산한다. 10대와 20대 젊은 층 사이에서 채식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청소년기에 학교 급식을 통해 채식을 접할 기회가 늘어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채식이 트렌드가 된 이유는 크게 건강·동물보호·환경 등 세 가지가 꼽힌다. 채식이 육식보다 건강에 좋은지에 대해서는 의학적으로 논쟁이 많지만 동물과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부분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뤄져 있다.지난 5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불살생(不殺生) 채식을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그랬다. 한국채식연합·한국비건연대 등 5개 시민 단체는 공동 성명서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은 모든 생명에 대한 이해와 존중 그리고 배려에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부산 해운대 장산 중턱에 위치한 대원각사 주지 안도 스님은 2011년부터 전국에서 처음으로 동물 천도제를 연다. 부산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이기도 한 안도 스님은 “불교는 만물에 불성이 있다고 본다. 인간뿐만이 아니라 동물들의 존엄성도 느껴야 진정으로 자연을 사랑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가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전 세계 배출량의 18%를 차지해 축산업이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도 잘 알려져 있다.채식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채식만 하면 체력이 떨어진다는 속설도 그중 하나다, 과연 그럴까? 82세의 폴 매카트니는 지난 1월 첫 내한 공연을 열고 3시간 동안 공연을 이어가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그는 체력의 비결로 채식을 꼽았는데, 알고 보니 1975년부터 무려 50년간 채식을 해 오고 있었다. 2024 시즌 KBO 역대 최고령으로 홀드왕에 오른 SSG 랜더스 투수 노경환은 2019년부터 몸 관리를 위해 채식을 한다. 체력 좋기로 소문난 테니스 선수 세레나와 비너스 윌리엄스 자매도 채식주의자다.지난 2011년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에는 75세의 ‘소녀 할머니’ 양송자 씨가 출연해 고운 피부와 목소리로 검색어 1위에 등극할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당시 양 씨는 “20년간 채식으로 악성 알레르기를 완치한 것은 물론이고 검은 머리가 나고, 눈이 좋아지고, 끊겼던 월경까지 다시 시작했다”라고 말했다.채식주의자들의 성지(聖地)로 꼽히는 부산의 비건 빵집 ‘꽃피는 4월 밀익는 5월’을 찾아가 최태석 셰프와 이야기를 나누다 3년 전에 세상을 떠난 양 씨가 그의 어머니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청소년 서점 ‘인디고 서원’이 오랜 기간 공들여 채식 식당 에코토피아를 운영하는 이유도 알아보기로 했다.부산에서는 2021년에 발품을 팔아 부산 지역 채식 식당을 꼼꼼하게 소개한 ‘부산 비건 지도’가 민간 차원에서 나올 정도로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부산시 등 지자체 차원에서 채식 식당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게적인 정보 제공이나 로컬 채식 메뉴 개발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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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이 필요할 땐 숲 [태화강 국가정원&창원 편백 치유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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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쉼이 필요할 땐 숲 [태화강 국가정원&창원 편백 치유의 숲]

    바람이 세차게 분다. 맞서면 부러지고, 굽히면 본연의 모습이 사라진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하늘 끝까지 곧게 뻗은 대나무는 말한다. 속을 비워 살아냈다고. 편백나무는 말한다. 잔 가지를 스스로 잘라 살아냈다고. 두 나무는 고난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견뎌내 숲을 이루고, 그 안을 찾은 생명들의 숨결까지도 정화한다. 대나무 숲에 서면 마음이 맑아지고, 편백나무 아래 서면 숨이 깊어진다. 쉼이 필요한 때 나무에 기대본다.■태화강 국가정원울산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은 태화강 국가정원은 한때 공업도시 이미지로만 기억되던 울산의 인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곳이다. 2020년 순천에 이어 두 번째로 국가정원으로 지정되면서 대한민국 생태복원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태화강 국가정원은 태화지구와 삼호지구로 나뉜다. 태화지구에는 자연주의 정원, 초화원, 무궁화정원, 작약원 등 꽃밭이 조성되어 있다. 4월 중순에 찾으니 꽃이 많지 않았다. 사방에 핀 꽃 천지를 기대하고 갔다가는 실망할 수도 있겠다. 꽃구경은 축제가 열리는 5월 즈음에나 가능할 것 같다.태화강 국가정원 전체의 백미는 단연 ‘십리대숲’이다. 이름처럼 십 리, 즉 약 4km에 걸쳐 펼쳐진 대나무 숲은 무려 10만 9886㎡의 면적을 자랑한다. 울창한 숲을 이루는 약 50만 본의 대나무는 인공적으로 조성된 것이 아닌, 오랜 세월 자생해 온 대나무 군락으로 만들어졌다. 그 자체로 하나의 ‘자연 정원’이라 할 만하다.십리대숲 안에는 간단히 쉴 수 있는 죽림욕장과 대나무 낙서 게시판 등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저녁에는 야간 조명을 설치해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대나무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우선 눈이 맑아진다. 하늘로 쭉 뻗은 대나무의 자태가 시원시원하다. 단 두 달 만에 일생의 키를 다 자라는 대나무의 맹렬한 성장 속도가 주는 쾌감이랄까?숲 중간에 설치된 나무 벤치에 앉아 조용히 숨을 고르면, 대나무 숲은 신비로운 숨소리를 들려준다. 댓잎이 바람에 부딪혀 내는 소리는 파도 소리 같이 청량하다. 음이온이 많이 나와 건강에 좋다는 안내판 문구가 사족처럼 느껴진다.대나무 숲에서 나와 숲 전체를 조망하기 좋은 장소는 만회정이다. 태화강 국가정원 안내센터 뒤편, 오산 기슭에 자리한 이 정자는 조선 중기의 문인 만회 박취문(1617~1690)이 말년에 지은 휴식처였다. 그가 벗들과 교류하며 자연 속에서 마음을 다듬던 공간이었던 이 정자는 1800년대 소실되었지만, 2011년 복원됐다.전통적인 통칸마루형(정면 3칸, 측면 2칸)의 구조로, 규모 약 24㎡의 작은 정자이다. 그 위에서 바라본 태화강과 대나무 숲의 풍경이 일품이다. 반짝이는 윤슬과 바람에 대나무 숲이 일렁이는 풍경을 바라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물멍’하기 안성맞춤이다.정자 옆으로 난 ‘은하수 다리’를 건너면 삼호지구로 이어진다. 낮에는 태화강과 대숲이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고, 밤에는 다리 전체를 감싸는 색색의 조명이 마치 은하수를 연상케 하는 장관을 연출한다.특히 다리 일부에는 투명 유리 데크가 설치돼 있어, 발 아래로 흐르는 강물을 바로 내려다보는 짜릿한 경험도 가능하다. 낮과 밤, 각각 다른 매력으로 여행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공간이다.은하수 다리를 건너 삼호지구로 넘어가면 쭉 뻗은 태화강변이 나온다. 태화지구와 비교하면 인적이 드물어 조용하다. 강변을 따라 자전거 도로와 보행자 도로가 나온다. 강변 보행 도로는 조금 지루하다. 시원한 강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로 이동하기 좋은 곳이다.보행자는 강변 길이 아닌 숲속정원 방향으로 걷는 길이 더 나을 수 있다. 숲속정원과 맨발걷기 구간 등 군데군데 아기자기한 느낌이 있다. 조용한 강변에 비해 주변 차량 소음이 들리는 것은 단점이다.삼호지구의 끝자락에는 40~50년생의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자리잡은 은행나무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바로 옆 대나무 숲과 대조되는 풍경이 멋스럽다. 가을에 노란 은행잎의 물결이 기대된다.■창원 편백 치유의 숲경남 창원시 진해구 장복산 아래에는 58ha 규모의 ‘편백 치유의 숲’이 조성되어 있다. 40~50년생의 편백나무가 숲을 이룬 곳에 치유센터를 설치해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치유의 숲에는 아이들도 수월하게 30분가량 걸을 수 있도록 데크로 이어진 어울림길(1.3km)부터 장복산 능선을 따라 3시간가량 등산을 즐기면서 창원시를 내려다볼 수 있는 두드림길(5.4km)까지 총 6개의 코스가 있다.길을 걷다보면 편백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트 향기에 저절로 머리가 맑아진다. 햇볕이 좋은 곳에 자리잡은 편백나무는 나무 아래 부분부터 줄기와 잎이 무성하지만, 그늘 진 곳의 편백나무는 영양 공급을 위해 아래 줄기를 스스로 가지치기 한다. 가지 친 부분에 병충해 등을 막기 위해 내뿜는 것이 피톤치트이다.곧게 뻗기 위해 잔가지를 버리는 단호함, 그리고 그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며 성장하는 지혜. 상쾌한 피톤치트에는 명쾌한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세상이 혼란스러워도 자신을 지키며 사는 것이 산뜻하다는 것을.치유센터에서 명상장으로 가는 길에는 편백나무 아래 녹차밭이 조성되어 있다. 봄여름에는 연초록의 새 잎이, 가을에는 하얀 녹차꽃으로 물드는 곳이다. 새로 난 녹차 잎을 따서 먹어보면 쌉싸름한 맛이 별미다.걷는 것만으로 심심하다면 치유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 산림치유사와 함께 숲속 걷기와 명상, 족욕, 마사지, 공예 수업 등을 할 수 있다. 편백나무 사이 뻥 뚫린 하늘 아래 명상을 하는 시간과 치유센터에서 직접 추출한 편백나무 오일을 이용한 마사지와 족욕 등이 인기가 많단다. 초등생 자녀와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맘숲’, 64세 이하 성인의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쉴숲’ , 65세 이상을 위한 ‘활력숲’, 초중고등학생을 위한 ‘놀숲’ 등 참여자에 따라 4개 프로그램으로 나뉘며, 약 2시간가량 진행된다.참가비는 5000원~1만 원으로, 사전에 창원시 홈페이지 통합예약서비스나 전화(055-225-4241)로 예약하면 된다.글·사진=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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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 년 된 목조 가옥 ‘오!초량’이 <br />전하는 ‘작은 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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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 년 된 목조 가옥 ‘오!초량’이
    전하는 ‘작은 틈’

    갈 때마다 참 정갈하다는 인상과 함께, 특별한 공간이 품은 전시나 행사에 정성이 느껴졌다. 그리고 관람객으로 환대받는 것 같아서 시간이 있다면 아주 오래도록, 아무 생각 없이, 느긋하게 머물고 싶었다. 혹자는, 그곳에 대해 “부산스럽지만, 부산스럽지 않은 고요가 지배하는 곳”, “시간의 흐름을 잠시 멈추는 도시의 작은 틈”이라고 표현했다.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349호인 부산 초량동 목조 가옥 ‘오!초량’ 이야기다. 이곳은 1층 일식 목조주택 1동, 2층 일식 목조주택 1동, 2층 RC조 양옥 등 3동의 건물이 연결된 구성으로 2007년 9월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일식 목조건물의 경우 일식 평기와 지붕과 목조외관 구성과 창문, 디테일한 다다미 등 일식 주거 양식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최근 ‘오!초량’이 걸어온 길초량(草梁)은 ‘풀밭의 길목’이란 뜻으로, ‘오!초량’은 ‘초량'이라는 지명에 감탄사 오!를 붙인 것이다. 그곳이 올해로 지은 지 꼭 백 년이 되었다. “이 가옥이 1925년 처음 지어졌으니까, 올해로 100년 맞습니다. 처음 20년은 일본인이 살았지만, 해방 이후 80년은 한국 사람이 살며 돌보았습니다. 100주년 기념행사는 100년을 다 지내고, 내년 101주년 때 크게 하려고요. 한·일 교류 프로그램을 포함해서요.” 복합교육문화공간 ‘오!초량’을 운영·관리하는 (재)일맥문화재단 최성우 이사장의 말이다.지금은 2025 봄 기획전 ‘흙의 시간 The Time of Soil’ 전시가 지난 8일부터 열리고 있다. 전시는 비영리 임의단체인 ‘초량1925’에서 주최·주관한다. 2023년 재개관 이후 기획 전시 △오!분더카머(2023년 5월 13일~7월 16일)를 비롯해, △수로다화전(2024년 2월 28일~3월 1일) △매화바보(2024년 3월 13일~4월 28일) △에디터갑의집(2024년 5월 9일~7월 7일) △레터하우스(2024년 10월 2일~11월 17일)를 선보였다. 또 오!초량 여름학교, 2024 오!초량 가을인문학교, 오!초량 찻자리 등을 개최했다.■흙의 시간 The Time of Soil이번 전시는 흙을 다루는 작가 다섯 명이 함께한다. 이은정 작가는 프랑스 피레네산맥과 태국 치앙다오, 야마시타 키미토시 작가는 일본 히로시마현, 조아라 작가는 제주 조천, 은성민 작가는 경남 양산 통도사, 김혜정 작가는 서울 북한산 자락에서 작업한 작품을 선보인다. 참여 작가들은 각자 작업지에서 흙을 채집하고, 그 흙이 어떻게 변주되는지를 조명한다. 백 년의 세월을 품은 ‘오!초량’이라는 공간에 너무나 어울리는 전시가 아닐 수 없다.전시장에서 만난 김혜정 작가는 거의 청동에 가까운 느낌의, 청록빛 도자기로 눈길을 끌었다. 일본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성장한 경험은 작가의 정체성과 작업 세계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김 작가는 “고려청자 이조백자 등 한국 전통 도자의 흐름이 분명히 있지만, 저는 백자를 만든다 청자도 만든다 이런 유형으로 한국 도예가의 정체성을 찾는 것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밝혔다.은성민 작가는 “저는 그릇쟁이다 보니 (도자는) 무조건 쓰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 쓰임이 뭘 꼭 담아야 하는 건 아니고, 보는 것도 쓰임이고, 이번처럼 대규모로 설치하는 것도 쓰임이듯, 우리가 쓰임을 어떻게 단정하는가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에서 채집한 7가지 흙을 조합해서 만든 분청, 흑유, 백자 등의 접시를 선보였다. 전시는 7월 20일까지 총 11주간 이어진다. 월·화요일은 휴무이고, 오전 10시 30분~낮 12시, 오후 2시~3시 30분 운영한다. 유료이다.■ “오신 분 여유 있도록 문턱 높여”유료 전시라는 말끝에 최 이사장은 뜻밖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실, 여긴 조금 폐쇄적이어서 오해를 많이 받기도 하는데요. 재단 이사들과 직원은 반대했지만, 저는 제가 욕을 좀 듣더라도 이 공간은 약간 들어오기 어렵게 만들고 싶었어요. 다른 뜻이 아니라, 여기에 오신 분들이 조금 더 여유 있게 조용히 쉬고 가실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었어요. 모두를 위한 민주주의는 아닌 거죠.”그래서 오전, 오후로 나눠서 타임당 12명만 예약을 받는다. 비록 1시간 반이지만, 충분히 보내고 가라는 의미란다. 이번 전시의 경우, 성인 기준으로 1인 2만 8000원. 비싸다면 비싼 편이지만, 전시 관람 외에 차 바구니와 다식, 엽서 등이 제공된다. “돈을 벌 목적이었다면 입장객 숫자를 대폭 늘렸겠죠.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도 수익이 나오는 구조는 아닙니다. 이대로는 직원 3명 인건비도 나오지 않으니까요.” 공익재단이 왜 수익 사업을 하느냐는 지적에 대한 최 이사장의 항변이기도 하다. 그나마 전시가 없을 때는 한 달에 한 번 입장료 없이 무료로 오픈한다.최 이사장의 이런 ‘고집’ 덕분에 ‘오!초량’이라는 공간이 고즈넉한 여유를 품게 된 건 사실이다. 그는 청소년 시절을 이 주택에서 살며 보냈다. 그래서 더 애착을 갖는지도 모르겠다.■고층 아파트에 싸인 것도 참모습1층과 2층 집안 구석구석을 살폈다. 그러고 보니 일본 전통가옥의 핵심 공간인 ‘도코노마’(床の間)에도 변형이 가해졌다. 방의 한구석을 바닥보다 약간 높게 해서 화병(꽃꽂이)을 놓아두거나 족자(일본화나 붓글씨 등)를 걸어두는데, 최 이사장은 1, 2층 각각 있는 2개의 도코노마에 과감하게 1940년대산 JBL 스피커 2개를 배치했는가 하면 동래한량춤·동래학춤의 명인 문장원 선생의 사진 액자를 걸었다.“이한구 작가가 찍은 사진인데, 문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전 10일 전 모습입니다. 설정 샷이 아니고 인터뷰를 다 마치고 집에 가면서 혼자서 덩실덩실 춤추는 모습을 멀리서 찍은 거예요. 동래한량춤과 동래학춤은 남자가 추는 춤 중에서도 정점에 있는 것이고, 부산 춤이잖아요. 부산과 조선의 문인적 전통 상징을 여기(일본 전통 공간 도코노마)에다 건 셈이죠.”정원으로 나갔다. 초고층 아파트가 ‘오!초량’ 삼면을 묘하게 감싸고 있다. 일대 재개발 공사로 건물이 기울고, 문틈이 벌어졌으며, 일부 마루가 내려앉았다. 그래도 팔지 않고 지켜냈다. 그 뒤 수년에 걸친 설계와 보수, 복원을 통해 복합교육문화공간, 전시관으로 재탄생했다. 그게 2023년이고, 5년 만의 재개관이었다.“어쨌든 이젠, 이웃이잖아요. 고층 아파트가 삼면에 둘러싸고 있는 이 그림은 전 세계 어디서도 찾기 어려운 대비 구도다 싶어요. 정원만 하더라도 예전엔 일본식 느낌이 강했는데 지금은 아니고요. 한국 전통 정원도 아니고, 그저 ‘오!초량’이라고 해야 할까요? ‘청풍’이 콘셉트입니다. 겨울에도, 봄에도, 여름에도 일 년 내내 푸르름이 가득한 상록수를 주로 심었거든요. 서울에선 상상도 못 할 일이죠. 남부지방이라 가능한 겁니다.”앞으로 최 이사장은 “‘오!초량’이 어느 정도 자리 잡고 나면 일맥이 갖고 있는 광복동 유휴공간까지 해서 부산의 젊은 작가를 위한 프로젝트나 팝업을 열지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오!초량’의 시간은 지금도 흐르고 있으며, 101주년을 위해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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