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 방향 바꾸는 채식, <br />제로웨이스트까지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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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방향 바꾸는 채식,
    제로웨이스트까지 이어져

    ■오늘 하루 완벽하셨나요 인문학 서점 ‘인디고 서원’이 2007년부터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전부터 신기하게 생각됐다. 지난해 허아람 대표가 “서점의 일을 부엌으로 끌어와 채식 식당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영혼을 나누는 문화 기획을 늘려갈 생각이다”라고 말했던 기억도 났다. 대체 채식이 뭔지 궁금해졌다. 에코토피아의 구글 평점은 4.7로 상당히 높았다. 에코토피아의 메뉴인 채식 카레, 어린잎 두부 비빔밥, 브로콜리 버섯 덮밥, 두부 스테이크, 채소 그라탕, 토마토스파게티, 사계절 샐러드는 가격이 1만~1만 8000원으로 비싸지 않으면서도 맛이 있다는 평이다. 허 대표는 2006년 스웨덴의 한 채식 식당에 갔던 경험이 에코토피아를 열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벽에 굶주린 아이의 사진 한 장만 덜렁 걸린 식당이었다. 그곳에서 사람들이 정치·경제·사회·문화를 토론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고, 돌아와 한 달 만에 채식 식당을 열었다는 것이다. ‘나락 한 알에 우주가 있다’는 장일순 선생의 사상을 구현해 보고 싶었다고 했다. 화분 옆 바구니에 각 나라에서 온 손님들이 보내온 편지가 수북이 쌓인 걸 보면 그런 마음이 제대로 전해지고 있는 모양이다. 올해 초에는 한 미국인 손님이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이곳이 매우 특별한 곳이었다”며 손 편지와 함께 초콜릿을 보내왔단다. 에코토피아는 지난 3~4월 ‘삶을 위한 레시피5’라는 프로그램을 열었다. ‘영화 감상의 날’에는 생태적 메시지가 있는 영화를 보고, ‘요리가 있는 날’에는 지구를 지키는 방법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채식 요리를 만드는 시간을 가지는 방식이었다. 아무래도 이 프로그램에 직접 참가해 봐야 채식이 이해될 것 같았다. 지난달 2일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본 뒤 9일 ‘아름다움은 바로 여기, 가까이에’라는 이름으로 ‘그린 채식 페스토 스파게티’를 만드는 시간에 참관을 신청했다. 주부, 직장인, 자영업자 등 신청자 9명이 이날 자리를 함께했다. 시작은 에코토피아 앞 텃밭에서 바질, 고수, 샐러리, 상추 따기였다. 도심 속 텃밭에서도 우리가 먹을 만큼 채소가 잘 자라고 있었다. 영화 이야기로 낯선 이들과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오늘 하루 퍼펙트하셨나요?”라는 진행자의 질문은 기자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오늘 너무 바빴지만 중간중간 아름다운 꽃도 보고 느끼고 해서 행복했다”는 어느 분의 대답에 나도 몰래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공은 책방에 가서 책을 고르고, 음반 가게에서 음반도 고른다. 그런데 우린 이제 알고리즘이 알아서 모든 걸 가져다주는 세상에 살고 있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으려는 세상이다”라는 한 참가자의 영화 감상평도 인상적이었다. 우리 삶은 완벽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데, 어떻게 ‘퍼펙트 데이즈’라는 단어가 나오게 되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린 채식 페스토 파스타’를 만들어 먹는 시간이 이어졌다. 조금 전 텃밭에서 딴 채소가 아낌없이 들어갔다. 못다 한 영화 이야기와 사는 이야기가 양념처럼 쏟아졌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직장을 마치고, 아이들 밥을 차리고 모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혼의 밥’을 먹기 위해서 말이다. 채식은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쓰레기를 최소화하고 재활용 및 재사용을 통해 자원을 보호)와 함께 간다. 이날 참석자 중 심플리파이 김상원 대표는 채식을 하다 제로웨이스트 가게까지 열게 되었다고 했다. 뜻밖으로 음식 이야기는 많이 나누지 않았다. 채식은 삶의 방향을 바꾸겠다는 의미로 읽혔다. ■우유·버터 없이 빵이 되나요 고기를 안 먹는다고 하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질문이 “뭐 먹고 살아?”이다. 생각보다, 아니 생각을 바꾸면 세상에 먹을 게 너무 많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책이 최태석 셰프가 쓴 <시작하는 비건에게>이다. 이 책은 도시락 메뉴가 고민인 날, 술맛 돋우는 안주가 필요한 날, 달달한 디저트가 먹고 싶은 날, 힘이 딸리는 날, 길거리 간식이 당기는 날 등 11가지 상황에 따른 104가지 채식 요리를 소개하고 있다. 모두 일상 식재료를 활용했다는 점이 신기할따름이다. 비건 스시는 모던한 예술 작품이었다. 보쌈, 장어덮밥, 수제두부패티버거, 어묵탕까지 채식으로 가능하다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최 셰프는 군대를 다녀온 뒤부터 지금까지 36년째 채식을 하고 있다고 했다. 부산 수영구 망미동에서 비건 빵집 ‘꽃피는 4월 밀익는 5월(이하 꽃사미로)’을 운영하는 그를 만나보기로 했다. ‘꽃사미로’는 채식주의자들의 성지(聖地)로 꼽힌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서 최 셰프가 함께 운영하는 비건 전문 ‘3월의 학교’를 거쳐간 학생들이 연 채식 빵집이 전국적으로 100곳도 넘기 때문이다. 주택가에 자리잡은 꽃사미로는 외관은 평범했지만 여러 모로 많이 달랐다. 영업을 금·토·일, 일주일에 3일만 한다는 것부터가 그랬다. 빵은 트렌드에 민감해 나머지 3일 월·화·수는 연구개발만 한다고 했다. ‘수입밀로 빵을 굽지 않습니다. 비료와 살충제 없이도 잘 자라는 토종 앉은뱅이 밀로 빵을 만듭니다. 첨가물 없는 빵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연구합니다.’ 빵집 외벽에는 보기 드문 ‘셰프 선언문’이 붙어 있었다. 비건 빵은 유제품과 동물성 재료를 전혀 쓰지 않는 빵이다. 이곳을 찾아가며 가장 궁금했던 점은 어떻게 우유, 버터, 생크림 없이 빵을 만들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최 세프는 처음에 빵을 배우러 제과점에 들어갔을 때 오너셰프가 달걀을 깨는 일을 시키자 곧바로 유니폼을 벗고 나왔다는 일화부터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국내에서는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비건 빵을 만들겠다는 그를 이상한 사람 취급했다. 버터 대신에 고소한 현미유를 쓰고, 생크림 대신 바닐라와 코코넛 밀크로 만드는 식으로 해서 세월이 지나 노하우가 쌓이다 보니 진짜 맛있는 빵 만드는 방법을 알게 되었단다. 사람들은 그가 여는 가게마다 비건 빵집인지는 몰라도 맛있는 빵집이 생겼다면서 용케도 알고 찾아와 줄을 섰다. 채식 시장이 성장하다 보니 지금은 대기업의 협업 제의도 심심치 않게 들어온다. N사와는 비건 치즈를 함께 만들었다. “비건 치즈를 이렇게 만들지 않으면 우리는 쓸 수가 없다.” 최 셰프의 조언에 따라 연구해서 만든 치즈가 시판되고 있다는 것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비건 시장을 겨냥해 국내 기업들도 라면, 김치, 만두 등 K푸드를 비건화해 수출 시장을 확대하는 중이다. 최 세프는 일찍부터 명상을 하다 채식을 하게 되었고 아내인 임은주 대표도 만나게 되었다고 했다. 임 대표는 꽃사미로 옆에서 비건과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작은 책방 ‘비비드’를 3년간 운영하기도 했다. 꽃사미로는 ‘논비건’ 고객이 대부분일 정도로 채식을 일부러 내세우지는 않는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생활 속에 스며들도록 비거니즘을 실천하자는 취지다. 임 대표는“육식으로 인해 가축들의 배설물이 엄청나게 나와 기후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채식에 도전하면서 기후 문제에도 관심을 더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진정한 미식 도시가 되려면 서울을 비롯한 여러 지자체들은 채식의 중요성에 대해 이미 눈을 뜬 지 오래다. 서울시는 2014년부터 매주 금요일 점심에 구내식당에서 채식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창원시는 월 2회 실시하던 채식의 날을 2023년부터 월 3회로 확대했다. 경남교육청은 유치원과 각급 학교에 월 2회 채식 급식을 운영하고 있다. 그 밖에도 경남 김해시, 진주시, 거제시, 통영시, 고성군 등의 지자체는 한 달에 1~2회 ‘채식의 날’을 정해 채식 식단을 제공한다. 2025~2026년을 ‘강원 방문의 해’로 정한 강원도는 발 빠르게 비건 여행객 유치에 나섰다. 강원관광재단 관계자는 “비건은 하나의 생활 양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비건 어게인’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 비건 여행 수요를 끌어들일 것”이라고 의욕을 보이고 있다. 2021년 부산에서는 지역 채식 식당을 꼼꼼하게 소개한 ‘부산 비건 지도’가 민간 차원에서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 미식 관광도시를 꿈꾸는 부산시는 채식 분야에서는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돼지국밥과 생선회, 밀면은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들 음식을 그대로 채식주의자에게 내놓을 수는 없는 법이다. 지난해 부산을 방문한 이현우 씨는 자신의 브런치 스토리에 “부산의 로컬 비건 음식이 있으면 좋겠다. 부산처럼 비건 음식점이 많지 않은 도시라면, 지자체나 관광공사와 같은 공공기관에서 별도의 안내나 도움이 필요하다. 해초비빔밥 같은 부산에서 나는 식물성 해산물로 요리한 비건 음식이 나오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곰곰이 생각해 볼만한 이야기다. 채식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한 때이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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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가 갑자기 물 많이 마시고 <br />밤중 화장실 자주 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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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갑자기 물 많이 마시고
    밤중 화장실 자주 간다면?

    막 10대에 접어든 A(10) 양은 최근 들어 목이 부쩍 마르고 소변이 마려워 한밤중에 자주 깼다. 많이 먹어도 살이 되레 빠져 외모에 관심이 많던 A 양은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부모와 함께 병원을 찾았던 A양은 이른바 ‘소아 당뇨병’이라 불리는 제1형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A 양 부모는 “평소 잔병치레 없이 건강하던 아이가 당뇨병이라니 믿을 수 없다”고 울먹였다. ■소아 당뇨병 증가 추세당뇨병은 어른들의 병으로 여겨졌지만, 어린 아이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 흔히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많이 발병하는 제1형 당뇨병은 세계적으로 발병률이 매년 증가 추세다.국제당뇨병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각국 915만 명 정도가 제1형 당뇨병을 앓고 있고, 매년 50만 명 이상이 새롭게 진단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19세 미만 제1형 당뇨병 환자 수는 2018년 1만 1473명에서 2022년 1만 4480명으로 불과 4년 새 26% 이상 증가했다. 성인형 당뇨병으로 여겨지던 제2형 당뇨병 역시 소아청소년의 급격한 비만율 상승과 함께 세계적인 증가 추세를 보인다.소아청소년 당뇨병 환자의 상당수(21~49%)는 심한 탈수를 동반한 당뇨병성 케톤산혈증으로 응급실을 찾으면서 첫 진단을 받는다. 잦은 목마름과 소변, 갑작스러운 체중 감소는 제1형 당뇨병의 전형적인 경고 신호다. 양산부산대병원 유석동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아이가 평소보다 유난히 물을 많이 마시거나 밤중에 소변을 보러 일어나는 횟수가 부쩍 늘고, 잘 먹는데도 체중이 줄어든다면 당뇨병을 의심하고 병원을 방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1형은 인슐린주사 무조건 맞아야당뇨병은 크게 제1형(인슐린 의존형), 제2형(인슐린 비의존형), 임신성 당뇨병, 기타 당뇨병으로 나뉜다. 당뇨병의 대표주자 격인 제1형과 제2형은 혈당(혈중 포도당 농도)이 만성적으로 높아진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원인에는 큰 차이가 있다. 췌장의 β세포는 인슐린을 분비하며, 인슐린은 혈액 속 포도당이 세포에 흡수돼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거나 저장되도록 도와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제1형은 췌장 β세포가 파괴돼 인슐린을 거의 만들지 못하게 되는 병인 반면 제2형은 인슐린은 만들어지지만, 몸이 인슐린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해 효과가 떨어지는 인슐린 저항성을 보인다. 이처럼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치료 방법도 다르다. 제1형의 경우 반드시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며, 하루에도 여러 번 부족한 인슐린을 보충해야 한다. 제2형은 비교적 가벼운 경우에는 생활 습관 개선, 식사 조절, 먹는 약만으로도 혈당 조절이 가능하다.제1형 당뇨병이 있는 아이는 하루에도 여러 번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식사나 간식을 먹을 때마다 올라가는 혈당을 조절하기 위해서다. 공복이나 잠을 자는 동안에도 높아질 수 있는 혈당을 막기 위해 주사를 맞는다. 아이는 혈당 수치와 인슐린 주사량을 알기 위해 매번 손가락 끝을 바늘로 찔러 피를 내고 혈당을 측정해야 한다. 최근에는 피부에 붙이는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펌프 사용이 늘면서 핸드폰 화면으로 혈당 수치와 변화 추이를 확인하거나 인슐린을 좀 더 자유롭게 주입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민감한 피부에는 접촉 피부염이나 상처가 생기기 쉽고 활동량이 많은 어린이의 경우 기기가 자주 떨어지기도 한다. 유 교수는 “아직 완전히 자동으로 작동되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환자와 보호자의 끊임없는 관리와 개입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사회의 꾸준한 관심과 지원 절실소아청소년 당뇨병 환자들은 일상생활에서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에 처하곤 한다. 수업 중 갑자기 저혈당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급식 시간에 인슐린 주사는 언제 어디서 맞아야 할지, 친구나 선생님에게 병이 있다는 걸 알려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체육 시간이나 수학여행처럼 평범한 일정조차 당뇨병을 가진 아이에게는 도전이 될 수 있다. 당뇨병 학생을 처음 만나는 선생님도 당황할 수 있다.반대로 과도한 보호나 배려로 인해 아이가 또래와 다르게 대우 받는다면 예민한 시기의 아이가 오히려 부담이나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유 교수는 “성장기에는 키와 체중이 빠르게 변하고, 사춘기를 겪으며 인슐린 필요량이 달라지기도 한다”며 “특히 여학생의 경우 월경 주기에 따라 혈당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당뇨병은 일상생활과 매우 밀접한 질환이다. 성장 과정, 심리적 상태, 그리고 환경적인 요인들이 병의 경과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소아청소년 당뇨병 환자들이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회의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꼭 필요하다. 아이들이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유치원과 학교의 지원 체계는 더욱 중요하다. 교사를 대상으로 한 당뇨병 교육 프로그램을 정례화하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 유 교수는 “당뇨병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사회의 따뜻한 지지가 함께 한다면 당뇨병을 가진 아이들도 또래 친구들과 다름없는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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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욕망을 비우고 공감으로<br />채식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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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망을 비우고 공감으로
    채식 바람이 분다

    ‘채식주의자’ 때문에 세 번 놀랐다. 첫 번째는 2007년 <채식주의자>가 출간되었을 무렵이었다. 한강 작가에게는 미안하지만 소설의 기괴함에 놀랐다. 시대를 앞서간 작품을 제대로 알아채지 못했던 것 같다. 두 번째는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을 때였다. 다들 놀랐겠지만 하필이면(?) 문학 담당 기자라 더 많이 놀랐다. 한국 작가가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받으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기 때문이었다.세 번째는 올해 초 <사이언스>지에 실린 한 연구 발표를 보고 나서였다. 인류의 조상은 고기를 전혀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였다는 새로운 사실이 들어 있었다. 350만 년 전 남부 아프리카에 살았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7명의 치아를 질소 동위원소로 분석한 결과였다. 프랑스의 미식가 브리야 사바랭이 “당신이 어떤 음식을 먹는지 말하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 주겠다”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원래 인류가 채식만 먹었다면 육식을 더 즐기게 된 오늘날의 우리는, 누구라고 말할 수 있을까.세계적인 채식 트렌드에 발맞춰 국내 채식 인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주의자 수는 2008년 15만 명에서 2018년 150만 명으로 10년 새 10배나 증가했다. 현재 채식 인구는 전체의 4% 수준인 250만 명 정도로 추산한다. 10대와 20대 젊은 층 사이에서 채식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청소년기에 학교 급식을 통해 채식을 접할 기회가 늘어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채식이 트렌드가 된 이유는 크게 건강·동물보호·환경 등 세 가지가 꼽힌다. 채식이 육식보다 건강에 좋은지에 대해서는 의학적으로 논쟁이 많지만 동물과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부분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뤄져 있다.지난 5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불살생(不殺生) 채식을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그랬다. 한국채식연합·한국비건연대 등 5개 시민 단체는 공동 성명서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은 모든 생명에 대한 이해와 존중 그리고 배려에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부산 해운대 장산 중턱에 위치한 대원각사 주지 안도 스님은 2011년부터 전국에서 처음으로 동물 천도제를 연다. 부산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이기도 한 안도 스님은 “불교는 만물에 불성이 있다고 본다. 인간뿐만이 아니라 동물들의 존엄성도 느껴야 진정으로 자연을 사랑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가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전 세계 배출량의 18%를 차지해 축산업이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도 잘 알려져 있다.채식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채식만 하면 체력이 떨어진다는 속설도 그중 하나다, 과연 그럴까? 82세의 폴 매카트니는 지난 1월 첫 내한 공연을 열고 3시간 동안 공연을 이어가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그는 체력의 비결로 채식을 꼽았는데, 알고 보니 1975년부터 무려 50년간 채식을 해 오고 있었다. 2024 시즌 KBO 역대 최고령으로 홀드왕에 오른 SSG 랜더스 투수 노경환은 2019년부터 몸 관리를 위해 채식을 한다. 체력 좋기로 소문난 테니스 선수 세레나와 비너스 윌리엄스 자매도 채식주의자다.지난 2011년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에는 75세의 ‘소녀 할머니’ 양송자 씨가 출연해 고운 피부와 목소리로 검색어 1위에 등극할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당시 양 씨는 “20년간 채식으로 악성 알레르기를 완치한 것은 물론이고 검은 머리가 나고, 눈이 좋아지고, 끊겼던 월경까지 다시 시작했다”라고 말했다.채식주의자들의 성지(聖地)로 꼽히는 부산의 비건 빵집 ‘꽃피는 4월 밀익는 5월’을 찾아가 최태석 셰프와 이야기를 나누다 3년 전에 세상을 떠난 양 씨가 그의 어머니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청소년 서점 ‘인디고 서원’이 오랜 기간 공들여 채식 식당 에코토피아를 운영하는 이유도 알아보기로 했다.부산에서는 2021년에 발품을 팔아 부산 지역 채식 식당을 꼼꼼하게 소개한 ‘부산 비건 지도’가 민간 차원에서 나올 정도로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부산시 등 지자체 차원에서 채식 식당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게적인 정보 제공이나 로컬 채식 메뉴 개발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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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이 필요할 땐 숲 [태화강 국가정원&창원 편백 치유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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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쉼이 필요할 땐 숲 [태화강 국가정원&창원 편백 치유의 숲]

    바람이 세차게 분다. 맞서면 부러지고, 굽히면 본연의 모습이 사라진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하늘 끝까지 곧게 뻗은 대나무는 말한다. 속을 비워 살아냈다고. 편백나무는 말한다. 잔 가지를 스스로 잘라 살아냈다고. 두 나무는 고난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견뎌내 숲을 이루고, 그 안을 찾은 생명들의 숨결까지도 정화한다. 대나무 숲에 서면 마음이 맑아지고, 편백나무 아래 서면 숨이 깊어진다. 쉼이 필요한 때 나무에 기대본다.■태화강 국가정원울산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은 태화강 국가정원은 한때 공업도시 이미지로만 기억되던 울산의 인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곳이다. 2020년 순천에 이어 두 번째로 국가정원으로 지정되면서 대한민국 생태복원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태화강 국가정원은 태화지구와 삼호지구로 나뉜다. 태화지구에는 자연주의 정원, 초화원, 무궁화정원, 작약원 등 꽃밭이 조성되어 있다. 4월 중순에 찾으니 꽃이 많지 않았다. 사방에 핀 꽃 천지를 기대하고 갔다가는 실망할 수도 있겠다. 꽃구경은 축제가 열리는 5월 즈음에나 가능할 것 같다.태화강 국가정원 전체의 백미는 단연 ‘십리대숲’이다. 이름처럼 십 리, 즉 약 4km에 걸쳐 펼쳐진 대나무 숲은 무려 10만 9886㎡의 면적을 자랑한다. 울창한 숲을 이루는 약 50만 본의 대나무는 인공적으로 조성된 것이 아닌, 오랜 세월 자생해 온 대나무 군락으로 만들어졌다. 그 자체로 하나의 ‘자연 정원’이라 할 만하다.십리대숲 안에는 간단히 쉴 수 있는 죽림욕장과 대나무 낙서 게시판 등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저녁에는 야간 조명을 설치해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대나무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우선 눈이 맑아진다. 하늘로 쭉 뻗은 대나무의 자태가 시원시원하다. 단 두 달 만에 일생의 키를 다 자라는 대나무의 맹렬한 성장 속도가 주는 쾌감이랄까?숲 중간에 설치된 나무 벤치에 앉아 조용히 숨을 고르면, 대나무 숲은 신비로운 숨소리를 들려준다. 댓잎이 바람에 부딪혀 내는 소리는 파도 소리 같이 청량하다. 음이온이 많이 나와 건강에 좋다는 안내판 문구가 사족처럼 느껴진다.대나무 숲에서 나와 숲 전체를 조망하기 좋은 장소는 만회정이다. 태화강 국가정원 안내센터 뒤편, 오산 기슭에 자리한 이 정자는 조선 중기의 문인 만회 박취문(1617~1690)이 말년에 지은 휴식처였다. 그가 벗들과 교류하며 자연 속에서 마음을 다듬던 공간이었던 이 정자는 1800년대 소실되었지만, 2011년 복원됐다.전통적인 통칸마루형(정면 3칸, 측면 2칸)의 구조로, 규모 약 24㎡의 작은 정자이다. 그 위에서 바라본 태화강과 대나무 숲의 풍경이 일품이다. 반짝이는 윤슬과 바람에 대나무 숲이 일렁이는 풍경을 바라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물멍’하기 안성맞춤이다.정자 옆으로 난 ‘은하수 다리’를 건너면 삼호지구로 이어진다. 낮에는 태화강과 대숲이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고, 밤에는 다리 전체를 감싸는 색색의 조명이 마치 은하수를 연상케 하는 장관을 연출한다.특히 다리 일부에는 투명 유리 데크가 설치돼 있어, 발 아래로 흐르는 강물을 바로 내려다보는 짜릿한 경험도 가능하다. 낮과 밤, 각각 다른 매력으로 여행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공간이다.은하수 다리를 건너 삼호지구로 넘어가면 쭉 뻗은 태화강변이 나온다. 태화지구와 비교하면 인적이 드물어 조용하다. 강변을 따라 자전거 도로와 보행자 도로가 나온다. 강변 보행 도로는 조금 지루하다. 시원한 강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로 이동하기 좋은 곳이다.보행자는 강변 길이 아닌 숲속정원 방향으로 걷는 길이 더 나을 수 있다. 숲속정원과 맨발걷기 구간 등 군데군데 아기자기한 느낌이 있다. 조용한 강변에 비해 주변 차량 소음이 들리는 것은 단점이다.삼호지구의 끝자락에는 40~50년생의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자리잡은 은행나무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바로 옆 대나무 숲과 대조되는 풍경이 멋스럽다. 가을에 노란 은행잎의 물결이 기대된다.■창원 편백 치유의 숲경남 창원시 진해구 장복산 아래에는 58ha 규모의 ‘편백 치유의 숲’이 조성되어 있다. 40~50년생의 편백나무가 숲을 이룬 곳에 치유센터를 설치해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치유의 숲에는 아이들도 수월하게 30분가량 걸을 수 있도록 데크로 이어진 어울림길(1.3km)부터 장복산 능선을 따라 3시간가량 등산을 즐기면서 창원시를 내려다볼 수 있는 두드림길(5.4km)까지 총 6개의 코스가 있다.길을 걷다보면 편백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트 향기에 저절로 머리가 맑아진다. 햇볕이 좋은 곳에 자리잡은 편백나무는 나무 아래 부분부터 줄기와 잎이 무성하지만, 그늘 진 곳의 편백나무는 영양 공급을 위해 아래 줄기를 스스로 가지치기 한다. 가지 친 부분에 병충해 등을 막기 위해 내뿜는 것이 피톤치트이다.곧게 뻗기 위해 잔가지를 버리는 단호함, 그리고 그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며 성장하는 지혜. 상쾌한 피톤치트에는 명쾌한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세상이 혼란스러워도 자신을 지키며 사는 것이 산뜻하다는 것을.치유센터에서 명상장으로 가는 길에는 편백나무 아래 녹차밭이 조성되어 있다. 봄여름에는 연초록의 새 잎이, 가을에는 하얀 녹차꽃으로 물드는 곳이다. 새로 난 녹차 잎을 따서 먹어보면 쌉싸름한 맛이 별미다.걷는 것만으로 심심하다면 치유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 산림치유사와 함께 숲속 걷기와 명상, 족욕, 마사지, 공예 수업 등을 할 수 있다. 편백나무 사이 뻥 뚫린 하늘 아래 명상을 하는 시간과 치유센터에서 직접 추출한 편백나무 오일을 이용한 마사지와 족욕 등이 인기가 많단다. 초등생 자녀와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맘숲’, 64세 이하 성인의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쉴숲’ , 65세 이상을 위한 ‘활력숲’, 초중고등학생을 위한 ‘놀숲’ 등 참여자에 따라 4개 프로그램으로 나뉘며, 약 2시간가량 진행된다.참가비는 5000원~1만 원으로, 사전에 창원시 홈페이지 통합예약서비스나 전화(055-225-4241)로 예약하면 된다.글·사진=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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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움과 비움의 조화… <br />광안리 '포디움다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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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움과 비움의 조화…
    광안리 '포디움다이브'

    건축가에게는 건물을 짓는 것뿐 아니라, 공간을 채우지 않고 비우는 것도 하나의 디자인이라고 한다. 일명, 보이드(void) 공간이 탄생한 배경이다. 부산 수영구 광안리 해변에서 도로 쪽으로 한 블록 안으로 들어와서 만나는 첫 번째 골목 모퉁이에 있던 작은 호텔을 헐고, 그 자리에 세운 주상복합건물 지하 3개층을 과감하게 튼 복합문화공간이 있다. 포디움다이브(PODIUM DIVE)이다. “한 층 한 층 내려갈수록 깊어지는 취향의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로 지난해 2월 준공한 데 이어 8월에 정식 개관했으니 채 1년이 되지 않았다.“건축 허가를 받는 데만 꼬박 1년이 걸렸습니다. 일대가 다 먹고 마시는 동네다 보니 주무관청에서 ‘복합문화공간이라고 해 놓고 나중에 술집 할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 거죠. 결국 허가가 떨어졌고, 공사 기간은 34개월이 걸렸습니다. 심지어 지하 3개 층을 위해 1층 상가는 통 크게 비웠습니다. 판매가 이뤄지는 공간이지만,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고자 합니다.”포디움다이브를 운영하는 최용석 대표의 설명이다. 흔히 보던 지상 1층에 번쩍번쩍 돌아가는 네온사인 간판이나 상가가 전혀 없는 데다 노출콘크리트를 써서 휑뎅그렁한 느낌도 없지 않지만, 포부가 컸다. “매력적인 도시는 골목길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여기는 먹고 마시는 데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작지만 의미 있는 출발을 해 보고 싶어서 설득한 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습니다. 처음엔 그들도 ‘광안리에 서점을? 갤러리를?’하면서 의문 부호를 붙였으니까요.”포디움다이브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있다. 지나치기 쉬운 지하 공간으로 다이브(dive) 할 수 있도록 만든 스크린이다. 화면에서는 실제 해변을 떠올리게 하는 파도가 생동감 있게 몰아친다.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내려가자, 다이브 라운지가 있다. 거기서는 지하 1층부터 지하 3층까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약 1200평 규모 포디움다이브 지하 3개 층이 한눈에 들어오는 보이드 구조이다. 이들을 연결하는 것은 계단이다. 이때의 계단은 이동 수단에만 그치지 않고, 오르락내리락할 때마다 달라지는 눈높이에 따라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든다.“사실은 디벨로퍼로 일하면서 은퇴 후 삶을 생각하다가 시작하게 됐습니다. 원래 문화를 잘 알았던 건 아니고, 책을 좋아해서 은퇴 후에 독립 서점은 하나쯤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일이 커질 줄은 몰랐죠. 보이드 공간은, 트는 순간 용도가 정해져 되파는 건 포기해야 하니까 어떻게든 여길 잘 살려야 하는 상황입니다.”공간은 지하 1층 카페, 지하 2층과 1층 일부가 갤러리, 지하 3층 서점·라이프스타일 숍(아크앤북)으로 구성돼 있다. 공간은 이미 훌륭하다. 그 안에 무엇을 채울지가 숙제이다. 개관 전시는 지난해 신(新) 라이프치히 화파의 선두 주자이자 뉴욕 MOMA에도 작품이 소장된 독일의 현대미술 작가 크리스토프 루크헤베를 초청해 ‘독일 현대미술 거장’으로 열었다. 5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현재는 두 번째 기획전 ‘짐 아비뇽 : 21세기 스마일’이 한창이다.지난달 17일 개막해 오는 8월 말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를 위해 지난달 29일 부산을 찾은 짐 아비뇽 작가를 만났다. 그는 포디움다이브 건물 외벽 기둥에 벽화 작업을 한 뒤 지난 3일 ‘라이브 페인팅’ 피날레 행사까지 진행한 뒤 독일로 돌아갔다. 한국에서 벽화 작업은 처음이었다. 다른 아시아 도시로는 방콕과 싱가포르에서 진행한 적이 있다고 했다.짐은 무너진 베를린 장벽에 사랑과 평화를 그려 넣었던 작가이다. 갑작스러웠던 통일 이후, 혼란한 독일의 시대 상황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담았던 당시 작품은 지금도 베를린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East Side Gallery)에서 만날 수 있다. 작가를 만난 김에 1990년 당시 벽화 작업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했다.“그때 제 나이가 스물다섯이었는데, 통일이 된 후 동베를린으로 가서 1년간 살고 있을 때였어요.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페인터를 찾고 있다길래 참여했지요. 처음엔 10m만 그리려고 했는데 25m로 늘어났어요. 25% 정도가 서베를린 화가였지만, 유명한 작가는 한 명도 없었고요. 벽화였지만 스프레이가 아니라 붓으로 그렸어요. 한때 불특정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해 비판이 일기도 했지만, 지금은 운영진이 바뀌어서 훨씬 나아졌습니다.”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짐은 캔버스가 아닌 종이에 그림을 그린다. 종이와 붓이 있는 장소는 그곳이 어디든 작업실이 된다고 했다. 사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이 작가는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며 사회 풍자적인 메시지를 주로 담아 왔다. 벽화 작업과 갤러리 전시 두 가지 모두를 좋아하지만, 벽화는 특히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예술”이어서 선호한다. 포디움다이브 전시는 갤러리 안으로 들어왔으니 아이러니하다. 전시는 유료 입장이다.포디움다이브의 또 다른 매력은 지하 3층에 위치한 큐레이션 서점 ‘아크앤북’이다. 단순히 책을 판매하기보다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취지처럼 디자인, 예술, 철학, 매거진 등 다양한 아크앤북을 찾아볼 수 있다. 아크앤북에 제공한 책장을 만들 때 들인 공을 설명하는 최 대표의 말이 재밌다.“책 좋아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서점 매대 위에 ‘누워 있는’ 책은 대부분 베스트셀러잖아요. 그런데 책이 서가에 꽂히는 순간 생명력이 20~30%로 뚝 떨어져요. 그 책을 찾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 거고요. 그래서 제가 생각한 게, 놓치기 아까운 책, 살리고 싶은 책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자 싶어서 벽 쪽으로 약 40m나 되는 두 줄 철제 책장을 짰어요.” 그렇게 서점에 들어간 철제 가구 비용만 해도 5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이제 포디움다이브는 미니 콘서트, 북토크 등 새로운 콘텐츠도 신경 쓰고 있다. “조용한 파도 위에 감성 아티스트 목소리가 덧입혀지면 음악을 통해 기억되는 특별한 장소가 될 것 같아서 ‘밤의 서랍’이라는 공연을 검토 중입니다. 책과 파도 사이, 당신의 이야기를 여는 ‘바다 옆 책 이야기’도 고민 중이고요. 결국, 반복되는 큐레이션은 ‘장소’를 ‘브랜드’로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될 테니까요. 공간 브랜딩 작업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기대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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