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사반대” 지역 주민 반발에 ‘오리무중’ 된 생곡소각장 [이슈 라운지]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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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2년까지 강서구에 신규 소각장 신설 추진
인근 신도시 주민들 중심 반발 목소리 이어져
정치권까지 합세하며 소각장 사업 난항 예상

부산 강서구 명지동에 있는 명지소각장 전경. 부산시 제공 부산 강서구 명지동에 있는 명지소각장 전경. 부산시 제공

부산 강서구 신규 쓰레기 소각장 건설 사업이 강서구 일대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지역 여론에 부산시가 ‘대안 검토’를 제시하며 한발 물러섰으나, 이미 7년 동안 수백억 원의 예산을 집행한 탓에 이번 사태의 갈등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 강서구의회는 11일 ‘지역 간 환경 형평성을 위한 폐기물 처리정책 개선 촉구 결의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10일 밝혔다. 이번 결의안 핵심은 부산시가 강서구 생곡동에 추진 중인 생곡소각장 건설 반대다. 강서구의회는 구·군마다 자체적으로 폐기물 처리 시설을 건립할 것을 제안했다.

결의안에서 의회는 “부산시는 노후한 명지소각장의 기능을 생곡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이는 명지국제신도시·에코델타시티 등 대규모 주거단지가 들어서며 유소년 인구가 급증한 강서구에 또다시 환경 부담을 강요하는 비인권적 처사”라고 밝혔다.

앞서 시는 2017년부터 생곡소각장 조성을 추진했다. 2030년부터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금지하는 정부의 기조에 따라 생활폐기물 매립 의존도는 낮추고 소각 용량을 대폭 늘리기 위해서다.

이날 기준 시가 직접 관리하는 소각장은 강서구 명지소각장과 해운대구 해운대소각장 2곳이다. 두 곳 모두 조성된 지 20년이 훌쩍 넘어 시설 노후화가 심각하다. 명지소각장은 하루 최대 340t, 해운대소각장은 하루 최대 200t의 생활폐기물을 처리하는데, 매립이 금지되면 소각 필요 용량은 증가하게 된다.

생곡소각장을 신설할 경우 하루 최대 800t의 생활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시는 2029년 착공해 2032년까지 생곡소각장 시운전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예산만 4947억 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생곡마을 주민 이주 등 생곡소각장 사업이 최근 본격화되면서 소각장 신설을 반대하는 지역 목소리가 표출되기 시작했다. 2020년대 들어 소각장 예정부지와 약 3km 떨어진 곳에 에코델타시티 등 신도시가 들어섰는데, 신도시 주민들은 주거권, 환경권 등을 내세우며 반발하고 있다. 일대 주민들은 생곡소각장 건설이 강행되면 시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소각장 갈등은 정치권으로까지 확장되는 모양새다. 부산 강서구 지역 국회의원인 김도읍 의원이 최근 박형준 시장과 만나며 ‘수용 불가’ 입장을 전달했지만, 시는 대안을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김도읍 의원실 측은 “김도읍 국회의원이 박형준 시장과 직접 만나 생곡소각장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 시장도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면 소각장을 짓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우리가 제안한 대체 부지에 대해 박형준 시장의 ‘그렇게 추진하겠다’는 확답도 받아냈다”고 주장했다.

반면 시는 지역 여론을 경청하겠다는 입장과 별개로 생곡소각장 사업 철회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2017년부터 이날까지 7년 동안 진행한 사업을 하루아침에 백지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생곡마을 주민 이주 보상으로 이미 542억 원을 쓴 데다,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거쳐 결정된 사업이란 점도 전면 백지화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시 관계자는 “생곡소각장은 재정사업으로 국토교통부 승인을 받아 추진한 것”이라며 “경청하는 태도로 다른 좋은 대안이 있는지 검토 중이나 현재 시점에서 전면 백지화를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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