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택시기사 무차별 폭행…우주청 공무원 ‘경징계’라니?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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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목 조르고 머리까지 밟았는데…
우주청, “깊이 반성 중”이라며 경징계 요구
폭행으로 기소 불구 대기발령 없이 과장직 유지
최민희 “우주청 공직자 도덕기강 해이 대표사례”
우주청 “직원 일탈 행위 엄정조치 예정” 늑장징계

경남 사천 소재 우주항공청 외경. 과기정통부 제공 경남 사천 소재 우주항공청 외경. 과기정통부 제공

우주항공청(청사 경남 사천 소재) 소속 부서장급 공무원이 음주 상태에서 택시기사를 무차별 폭행한 혐의로 정식 기소됐음에도 현재까지 대기발령 없이 과장 직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국회의원(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남양주갑)은 5일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며 “우주항공청이 봐주려고 작정하고 경징계 의결을 요구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민희 의원실이 확보한 수사개시통보서 및 공무원 등 피의사실 결정결과통보서에 따르면, 피의자는 우주항공청(이하 우주청) 소속 부서장으로, 지난 1월 24일 오후 10시께 서울 종로구 시내에서 운전 중이던 택시기사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가해자는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택시에 승차한 직후 아무런 이유 없이 “XX 이 XX야 세우란 말이야”라는 욕설과 함께 운전 중인 기사의 목을 양손으로 조르고, 얼굴을 3회 가격하는 등 폭행했다. 놀란 택시기사가 서울 한국은행 인근 도로에서 차량을 정차하고 인도로 내려 대피하자, 가해자는 택시 요금을 지불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나려 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주권 언론개혁 특별위원회 최민희 위원이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열린 특위 출범식 및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국민주권 언론개혁 특별위원회 최민희 위원이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열린 특위 출범식 및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피해자가 약 2~3m 떨어진 곳에서 가해자를 붙잡자 가해자는 피해자를 눕힌 상태에서 주먹과 무릎, 팔꿈치, 발 등을 이용해 얼굴과 머리를 반복적으로 폭행했고, 발로 머리를 2회 밟는 등 가혹한 폭력을 가했다. 가해자는 택시기사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 사건은 올해 3월 27일 서울중앙지검에 의해 정식 기소됐으며, 우주청에서도 기소 사실이 즉시 통보됐다. 그럼에도 우주청은 해당 공무원에 대해 징계의결 요구를 하면서 ‘경징계’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주청은 그 근거로 △피의자의 반성 △피해자와의 합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진술서 등을 들었다.

국가공무원법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공무원에 대해 소속 기관장이 ‘대기발령’을 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주청은 기소 이후에도 해당 공무원을 대기발령조차 하지 않고 현재까지도 과장직을 수행하게 하고 있다.

문제가 된 폭행 사건이 발생한 1월 24일은 공교롭게도 정부가 공직기강 확립을 명분으로 설 명절 특별감찰 기간(1월 20일~2월 2일)을 운영 중이던 시점이었다. 공무원의 품위 유지가 어느 때보다 강조되던 시기에 공무원이 음주 상태로 택시기사를 무차별 폭행한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해당 인물은 현재까지 어떠한 징계나 대기발령 조치도 받지 않은 채 과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정부의 공직기강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즉시 대기발령시키고 절차에 들어가야 하는 사안임에도 봐주려고 작정하고 경징계 의결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며 “윤석열 정부 우주청의 공직자 도덕기강 해이의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사실이 일부 언론에 공개되어 논란이 되자 우주청은 이날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소속 직원의 일탈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며 밝혔다.

우주청은 “관련 절차에 따라 감사를 실시하고 중앙징계위원회에 징계 의결을 요청한 바 있다. 지금은 중앙징계위원회의 징계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며, 그 결과가 나오는대로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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