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된 조선·플랜트 기능, 해수부로 통합해야 시너지 효과 [부산, 대한민국 해양수도]
4 - 산업 집적
선박 제조·기술 적용 주체 상이
전 단계 연결 고부가 창출 애로
부울경, 해양 산업 압도적 중심
‘컨트롤타워 해수부’ 강화 핵심
친환경 선박 시장 확대와 북극항로 개발은 조선·해운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사업이다. 하지만 정책 주체가 나눠져 있는 탓에 선박 기술 개발부터 건조, 표준 기술 개발 등 선박 전 주기에 걸친 통합적 대응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계기로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수부에 나눠져 있는 조선·플랜트 기능을 해수부로 통합해야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박 전 주기 통합 필요성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넷제로’(Net-Zero)를 목표로 선박을 상대로 한 단계적 탄소 배출 규제를 시행 중이다. IMO의 규제가 산업의 생존과 맞닿아 있는 셈이다. 선박 제조·기술 개발은 산업부, 기술 적용은 해수부가 나눠 맡고 있다. 산업부가 관련 기술을 개발해 선박을 건조하더라도 관련 IMO 규정이 없는 경우 이를 활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즉,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선 해당 신기술에 대한 표준 기술을 선점해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신기술을 표준 기술로 선점하는 것은 특허를 등록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선박 건조와 해당 기술을 적용하는 주체가 이원화 돼 있어, 이러한 시장 흐름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선박 기술 개발 시기부터 상용화에 필요한 표준 기술 선점 등이 함께 논의돼야 변화하는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해수부 고위 공무원 출신 인사는 “기술 선점을 위해선 IMO 등 국제기구와의 소통이 필수”라며 “소통 창구를 일원화해야 효율성이 높아진다. 해수부 쪽에는 임기택 전 IMO 사무총장 등 IMO와의 연결고리가 있는데 이걸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업무가 나눠서 진행되다 보니 연구 분야에 있어서 깊이도 부족하고, 예산이 중복되는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플랜트 업무도 마찬가지다. 플랜트의 건조는 산업부가 담당하고 해수부는 운송, 설치, 유지 등을 맡고 있다. 해양플랜트는 건조, 설치부터 운영 해체 등 전 단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산업 집적화 부울경 장점 살려야
게다가 부울경은 국내 조선산업 사업체의 80%, 해양플랜트 사업체의 50% 이상이 모여 있는 산업 거점이다. 업계에서는 선박의 건조부터 기술 개발, 상용화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기 위해선 부산으로 오는 해수부가 조선 관련 업무를 맡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3대 조선사가 모두 부울경에 자리하고 있으며, 2020년 5월 기준 한국조선해양기자재협동조합(KOMEA)의 249개 회원사 중 50곳을 뺀 199곳이 부울경(부산 135곳, 경남 52곳, 울산 12곳)에 있다.
이에 더해 해기사 등 전문적인 면허를 보유한 직원들이 다수인 해수부에서 더 체계적인 업무 진행이 가능하다는 점도 업무 이관 논리에 힘을 싣고 있다. 현재 산업부의 조선·해양플랜트 관련 과는 1개뿐이고 직원도 10명에 그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산업부에는 선박 직렬이 없다. 해수부 등에는 항해사 등 전문 면허를 가진 직원들이 있다”며 “실제 현장에 투입되는 건 해수부 직원들인데 이 직원들이 현장의 기술 문제, 기업들의 목소리 등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말했다.
조선 업무가 해수부로 이관되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북극항로 개척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수부에서는 북극항로와 관련된 핵심기술 개발 등 R&D 사업을 진행하고, 실제 선박 건조와 사업화는 산자부가 관할하고 있다. 북극항로 기술 개발, 선박 건조와 관련해서도 IMO 기준 개정 등의 분야에서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업무 이관 어디까지 진행됐나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김도읍(부산 강서) 의원은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해양수산 기능의 부처들을 해수부가 관장하도록 하는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는 해수부의 부산 이전에 맞춰 주요한 해양 관련 분야에 대한 사무를 해수부가 관장하게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선·해양플랜트, 섬 관리, 해양에너지, 수산식품, 해양산업 외국인 투자, 해양 관련 문화·레저·관광 등을 해수부로 이관한다는 게 골자다.
이와 함께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김태선(울산 동) 의원의 ‘부산 해양수도 이전 기관 지원에 관한 특별법’과 국민의힘 곽규택(부산 서동) 의원이 발의한 ‘해양수산부 등의 부산 이전 및 해양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법’이 제출돼 있다. 상임위에서 해당 법안이 처리되는대로 조선·플랜트 등의 업무 이관을 위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