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묘함과 선명함, 찰진 리듬감' 아우른 우리의 보물 '사투리'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실검)가 ‘세상을 보는 창’으로 대접받던 시대, ‘쌔그럽다’라는 단어가 급상승 검색어 톱 10에 올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쌔그럽다’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으려 해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개방형 사전인 우리말샘엔 ‘새그럽다’로 올라와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뜻은 ‘시다’의 방언(경상, 충청). 이 단어가 실검에 등장한 건 그룹 엑소 멤버 백현이 자신의 SNS에 올린 “딸기빙수의 딸기가 좀 쌔그러웠어!”라는 글 때문으로, 백현도 “쌔그럽다 무슨 일이야 실검에 있어?”라며 재미있어하기도 했다.
부산을 포함해 영남권에서 주로 쓰이는 ‘새그럽다’는 단순히 시다나 시큼하다를 넘어서는 복합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이거 왜 이렇게 신데?”보다 “이거 와 이리 새그러븐데?”가 좀 더 생생하게 와닿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예능프로에서 신맛이 강한 음료를 마신 출연자가 “아우 셔”라고 하자 부산 출신 안보현이 “너무 새그럽다”라고 말한 장면이 딱 그런 경우였다.
<쓰잘데기 있는 사전>은 이처럼 표준어 사전엔 거의 없지만, 부산에서 널리 쓰이고 흔하게 들을 수 있는 ‘101가지 부산 사투리’를 집대성한 지역어 사전이다.
우리나라에서 사투리라고 하면 드세거나 알아듣기 힘들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중부방언’이 표준어가 되면서 중부방언만을 ‘정답’으로 대접한 대중 매체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면도 적지 않다. 자연스럽게 부산을 포함한 ‘경상방언’은 투박하거나, 심지어 불량스럽기까지 한 언어로 취급당하기 일쑤였다. 때론 개그 소재처럼 희화화되고, 또 때론 조롱의 대상으로 왜곡되기도 했다.
<쓰잘데기 있는 사전>은 이런 편견에 가려져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산 사투리의 다양한 쓰임새를 상황별로 정리하고 그 속에 담긴 부산의 정서를 발굴하려는 노력의 결과물인 셈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사직야구장에서 상대 투수의 혼을 쏙 빼놓는 한 글자 사투리 ‘마’에 대해선 “속에 많은 의미가 있고, 짧기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라거나 “주의를 환기하고 기합을 넣어 무언가를 ‘잘해 보자’라는 부산 사람들의 의지를 표현하는 힘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문디’를 두고는 비속어처럼 들리지만 사실 친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 애정 표현으로 정의한다. 특히 손아랫사람에게는 혼을 내면서도 속으로는 아낀다는 느낌을 전달하는 역설적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이밖에 단순히 장소만을 묻지 않고 관심, 꾸중, 감탄, 놀람까지 탑재한 단어 ‘어데’, 강한 동의를 표현할 때 찰진 리듬감으로 주고받는 부산식 추임새 ‘하모’, 덜렁대고 침착하지 못한 사람을 귀엽고 정겹게 이르는 ‘털파리’ 등 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거나 투박하면서도 정이 담겨 슬쩍 입가를 올리게 만드는 단어를 차곡차곡 정리했다.
책은 국립부경대 교수로 있는 두 저자가 TBN 부산교통방송에서 2년 동안 진행한 사투리 소개 코너 ‘배아봅시데이’의 원고를 토대로 집필했다. 재미있는 건 두 저자가 각각 전북과 서울 출신으로 ‘오리지널 부산 사람’이 아니라는 점. 이들은 학교 측을 통해 “부산말을 배우며 이곳 사람들과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라며 “부산 사람들에게는 ‘우리 말’을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외지인들에게는 부산을 이해할 수 있는 안내서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책 제목의 ‘쓰잘데기’는 표준어로 ‘쓰잘머리’이다. 양민호 최민경 지음/호밀밭/320쪽/1만 7800원.
2025-07-17 [15:34]
-
비키 아직 안 끝났어요! 19일까지 '웨스트 BIKY'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BIKY)가 서부산권으로 무대를 넓혀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스무 살 성년으로 자라 20회 축제를 진행 중인 BIKY는 올해 해운대구 영화의전당과 중구 유라리광장, 모퉁이극장 등 기존의 활동 무대를 뛰어넘어 서부산권인 강서구와 사하구에서 열기를 잇고 있다.
‘웨스트 BIKY’로 이름 지은 서부산권 행사는 지난 15일 사하구청 제2청사에서 개막식을 가졌다. BIKY 오치훈 이사장과 이현정 집행위원장, 이갑준 사하구청장, 이재한 서부교육지원청교육장 등 지역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BIKY 서부산 시대 개막을 축하했다.
오치훈 이사장은 “산업 시설이 밀집한 서부산권에 영화의 꽃도 함께 활짝 피길 기대한다”라며 서부산 여정에 동참해 준 대한제강, YK스틸 등 지역 기업과 행정기관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현정 집행위원장은 “웨스트 BIKY는 단순한 공간의 확장을 넘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영화라는 언어를 통해 소통하고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새로운 문화예술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웨스트 BIKY만의 별도 개막작으로 홍성은 감독의 신작 ‘차가운 것이 좋아’를 상영했다.
‘차가운 것이 좋아’는 좀비 시대의 끝자락, 좀비들이 인간의 탄압을 피해 도망 다녀야 할 상황을 배경으로 하는 독특한 작품이다. 좀비 소탕팀 계약직 공무원 나희와 알래스카로 피신하려는 은비의 여정을 버무려낸 코믹 장르물로 코로나 시기에 대한 은유이자 인권에 대한 흥미로운 상상력을 보여준다.
17일까지 사하구청 제2청사에서 첫발을 내디딘 웨스트 BIKY의 여정은 18~19일 다대포해변공원 1잔디광장, 그리고 마지막 날인 19일엔 롯데시네마 부산명지까지 열기를 잇는다. 이곳에선 올해 BIKY 개막작이었던 ‘우주소녀와 로봇’이 19일 오후 2시에 한 번 더 관객과 만난다. 이어 오후 5시 30분 폐막식이 예정돼 있다.
앞서 BIKY는 지난 13일 영화의전당에서 시상식을 갖고 새로운별빛상 등 각 부문 수상작을 발표했다.
2025-07-17 [15:01]
-
[기자 픽] 연극-부산문화회관 '로미오와 줄리엣'
서로 원수인 두 가문에서 태어난 청춘 남녀의 비극적이고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이 새롭게 태어났다. 부산시립극단 김지용 예술감독이 현대적으로 각색해 연출한 작품을 열정으로 똘똘 뭉친 청년들이 선보인다. 무대에 서는 배우와 스태프는 모두 부산시와 부산문화회관의 ‘신진 청년 예술인 인큐베이팅 사업’을 통해 공개 선발된 청년 연극인. 김 예술감독은 “결말이 비극이지만, 내용의 90%는 희극”이라며 “희극에 방점을 둬 희망을 얘기하는 작품으로 새롭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무도회 등 화려한 볼거리와 율동, 유머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17~18일 오후 7시 30분, 19일 오후 2시·7시 30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관람료 2만~5만 원. 중간 휴식 15분 포함 135분. 예매는 부산문화회관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문의 051-607-6000.
2025-07-17 [11:23]
-
‘놈놈놈’ 김지운 감독, BIFF 영화학교 교장 됐다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샤넬과 함께 개설하는 ‘CHANEL X BIFF 아시아영화아카데미’의 올해 교수진이 확정됐다. 교장에는 김지운 감독이 위촉됐고, 매티 도 감독과 박정훈 촬영감독이 각각 연출 멘토와 촬영 멘토를 맡는다.
교장 김지운 감독은 데뷔작 ‘조용한 가족’(1998)부터 시작해 ‘반칙왕’(2000), ‘장화, 홍련’(2003) 등 화제작을 잇달아 내놓으며 주목받았다. 이후에도 ‘달콤한 인생’(2005),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한 칸, 토론토 등 해외 주요 영화제에 초청돼 호평받았다. ‘악마를 보았다’(2010)로 국내외 영화제 수상 경력을 추가한 김 감독은 근작인 ‘거미집’(2023)으로 칸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현재 ‘홀(The Hole)’을 제작 중이다.
연출 멘토 매티 도 감독은 라오스가 자랑하는 여성 감독이다. 데뷔작 ‘찬탈리’(2013)로 세계의 이목을 끌며 등장한 그녀는 ‘디어리스트 시스터’(2016)로 라오스 최초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외국어영화상에 출품됐다. 도 감독의 세 번째 장편 ‘긴 산책’(2019)은 베니스국제영화제와 BIFF에 초청된 데 이어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새로운시선 감독상을 수상했다.
촬영 멘토 박정훈 촬영감독은 ‘취화선’(2002)으로 촬영 분야에 입문한 후 ‘청포도 사탕: 17년 전의 약속’(2012), ‘설행_눈길을 걷다’(2015) 등 작가주의 영화에서 주로 활동했다.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 ‘악녀’(2017)로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받았으며, 부일영화상과 대종상영화제에서 촬영상을 받았다. 이후 ‘허스토리’(2017), ‘도어락’(2018), ‘프랑스 여자’(2019), ‘소리도 없이’(2019) 등의 작품을 촬영했다. 2020년과 2024년 BIFF CGK 촬영상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아시아 영화의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2005년 출범한 CHANEL X BIFF 아시아영화아카데미에는 올해 역대 최다인 40개국 625명이 지원했다. 최종 선발된 24명은 30회 BIFF 개막 열흘 전인 9월 7일부터 9월 26일까지 전문 교육 및 멘토링 프로그램을 수료하며 단편영화를 제작한다. 제작된 영화 8편은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식 상영된다.
2025-07-17 [09:03]
-
한국영화아카데미 조근식 원장, 2년 더 맡는다
조근식(사진·57)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원장이 2년간 임기를 더 수행하게 됐다. 영화진흥위원회는 16일 조근식 원장을 KAFA 원장 공개채용 최종 합격자로 발표했다. 임기는 2년이며 업무 평가를 통해 2년 연장할 수 있다. 이로써 2021년부터 4년간 임기를 수행한 조근식 원장은 최대 4년까지 추가로 KAFA 원장을 맡을 수 있다.
서울예술대학교 영화과를 졸업하고 KAFA에서 연출을 전공(13기)한 조 원장은 공동 연출작 ‘워너비’(1998)로 영화감독에 데뷔했다. ‘품행제로’(2002)와 ‘그해여름’(2006) 각본 및 연출 이력을 쌓은 후 ‘엽기적인 그녀2’(2015)를 연출했다. 2018년부터는 KAFA에서 연출 전공 전임교수와 원장(2021~)을 맡아 후배 양성에 힘 쏟고 있다.
KAFA는 영화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영화진흥위원회에서 1984년 설립한 국립 영화학교로 2018년 현재의 부산 수영구로 이전했다. 봉준호, 최동훈, 장준환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영화인들을 배출하며 ‘영화 사관학교’로 불리기도 한다. ‘첫 여름’으로 올해 칸국제영화제 학생 부문(라 시네프)에서 1등 상을 수상한 허가영 감독 KAFA 출신이다.
2025-07-16 [15:28]
-
“의료진 덕분에 아들 목숨까지 살렸습니다”
아들에게 신장을 주기 위해 건강관리에 나섰다가 되레 사고를 당한 한 50대 여성이 병원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6일 부산 온병원 관절센터 김윤준(정형외과 전문의) 부원장으로부터 오른쪽 대퇴부 정복술을 받은 A(56) 씨 얘기다.
16일 병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5일 오전 경남 창녕군의 낙동강변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졌다. 금방 일어났지만 엉덩이 부위 통증이 심했다. 곧장 인근 병원을 찾은 A 씨는 대퇴골 골절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같은 날 오후 A 씨는 거주지와 가까운 온병원 응급센터를 급히 찾았다.
A 씨가 주말에도 불구하고 지체 없이 온병원 응급센터를 찾은 건 아들에게 콩팥을 주기 위한 신장 이식 수술이 16일로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자전거를 탄 것도 신장이식수술을 잘 받기 위한 건강관리 차원이었다. 수술이 수포로 돌아갈까 우려했던 A 씨는 응급 수술을 간청했다. 응급센터 당직의로부터 이 같은 사연을 전해 들은 김 부원장은 A 씨 가족에게 환자 상태를 상세히 설명한 뒤 이튿날 응급수술을 결정했다.
김 부원장은 A 씨의 수술을 앞두고 부산대병원 신장내과 주임교수를 역임한 신장내과 곽임수 과장과 협진을 통해 장기공여를 앞둔 A 씨의 수술 시 주의사항들을 확인했다. 환자의 콩팥 기능 상태 뿐만 아니라, 골절 수술 후 항생제 복용 여부, 혈액 응고 상태, 체력 저하 정도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한 김 부원장은 응급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수술은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지만 대퇴골이 많이 부서진 탓에 맞추는 작업이 녹록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원장으로부터 수술을 받은 A 씨는 거듭 감사를 표했다. A 씨는 “아들에게 건강한 장기를 주기 위해 자전거를 타는 등 운동을 열심히 하다가 예기치 않은 사고를 겪게 됐다”며 “온병원 측의 빠른 판단이 아니었다면 나는 물론 아들의 인생까지 망칠 뻔했다.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A 씨는 다음 주께 퇴원해 다음 달 중 서울의 한 병원에서 30대 초반의 아들에게 자신의 신장을 공여할 예정이다.
김 부원장은 “그동안 고관절 수술을 수없이 해왔지만, 이번처럼 가슴 떨린 적은 없었다”며 “장기 공여 수술 역시 성공적으로 이뤄져 온 가족이 행복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2025-07-16 [14:54]
-
관객이 만드는 BIFF '리퀘스트 시네마' 상영작 뽑아 주세요
부산국제영화제(BIFF) 속 또 하나의 영화제인 ‘커뮤니티비프’가 시동을 걸었다.
BIFF는 커뮤니티비프의 대표적인 관객 참여 프로그램인 ‘리퀘스트 시네마: 신청하는 영화관’ 프로그램 선정 투표(포스터)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리퀘스트 시네마: 신청하는 영화관’은 관객이 직접 영화제 프로그래머가 돼 상영작 선정부터 이벤트 기획까지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리퀘스트 시네마'를 운영할 관객 프로그래머 공모에는 역대 최다인 87개의 프로그램이 몰렸다. BIFF는 이들을 대상으로 서류 심사를 진행, 상영 허가까지 받은 46개 프로그램을 본선에 진출시켰고, 다시 투표를 통해 15개 내외 프로그램을 최종 편성할 계획이다.
BIFF는 올해 트렌드에 대해 △거장 △팬덤 △청춘 △배우 등 전통적인 인기 키워드뿐만 아니라 △기후·재난 △퀴어 △아시아 영화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다수 접수됐다고 밝혔다. 또 게스트와의 만남(GV), 공연, 굿즈 등 새로운 관객 프로그래머들의 창의적 참여와 해외 거장과 배우를 온라인으로라도 만나고 싶다는 요청도 몰렸다고 밝혔다. 미술감독 류성희(피도 눈물도 없이)와 음악감독 정재일(브로커) 등 영화 제작 분야 장인과의 만남을 기획한 프로그램도 눈길을 끌었다.
본선 진출 46개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하는 선정 투표는 16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다. 커뮤니티비프 홈페이지(community.biff.kr)에서 대상 프로그램을 확인하고 투표까지 할 수 있다. 투표는 1인당 최대 4개 프로그램까지 가능하다. '리퀘스트 시네마' 최종 라인업은 투표 결과(70%)와 심층 평가(30%)를 합산해 확정된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9월 17일 개막해 26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일원에서 개최된다. 중구 남포동 비프광장과 메가박스 부산극장 등에서 진행되는 커뮤니티비프는 9월 18일부터 25일까지 관객과 만난다. 리퀘스트 시네마를 비롯해 마스터톡, 올데이시네마, 취생몽사, 블라인드시네마, 커비컬렉션 등의 프로그램이 열린다.
2025-07-16 [09:00]
-
시민건강 박람회서 페스티벌 즐기고 온 가족 추억도 쌓고
범국가적인 과제로 부상한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마련된 ‘제1회 헬시 베이비 페스티벌’ 참가자 접수가 한창이다. 올해 처음 공개되는 헬시 베이비 페스티벌과 함께 펼쳐지는 시민건강 박람회는 임신, 출산, 육아, 가족 등의 개념이 더해지면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더욱 풍성해졌다.
■덩치 커진 시민건강 박람회
제14회 시민건강 박람회 ‘가족행복 건강아이 프로젝트’가 오는 9월 5~7일 벡스코에서 헬시 베이비 페스티벌과 함께 펼쳐진다.
부산시와 부산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박람회는 출산과 육아를 응원하고, 가족의 행복을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지원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건강을 중점으로 한 앞선 박람회를 토대로 출산과 육아 영역으로 크게 확대한 점이 이번 박람회의 큰 특징이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시민들이 두루 즐길 수 있는 체험형 부대행사를 마련해 가족 중심의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사)부산권의료산업협의회가 주관하는 박람회에선 산부인과를 비롯해 소아과, 종합병원, 육아 관련 단체 등 저출생과 관련한 여러 기관들이 200여 부스를 운영하며 다양한 육아 정보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구보건복지협회 부산지회 주관으로 100인의 아빠단 초청 행사를 갖는다.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100인의 아빠단과 함께 초보 아빠 탈출을 위한 육아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30년 넘게 신생아 건강 향상에 헌신한 인제대부산백병원 신손문 소아청소년과 교수의 ‘우리 아기 건강하게 키우는 법’, 배우이자 경성대 AI미디어학과 학과장을 맡아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이인혜 교수의 ‘나는 출산 후 20kg을 이렇게 감량했어요’도 들을 수 있다.
면역력을 높이고 소화 기능을 강화하는 ‘베이비 마사지 따라하기’를 비롯해 가족이 함께하는 마술쇼와 아트 벌룬쇼, 아트 버블쇼 등 상설 가족행복 무대공연이 매일 이어져 참여객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 가족사랑 영상전도 함께 공개된다. 박람회 마지막날인 오는 9월 7일엔 누구나 보고 따라 할 수 있는 ‘키가 쑥! 살이 쏙! 가족과 함께하는 어린이 건강댄스’가 공개된다. K팝에 맞춰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접목한 건강댄스는 건강과 즐거움을 모두 챙길 수 있어 가족 축제의 흥겨움을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족행복 정책홍보관 ‘눈길’
부대행사도 다양하게 펼쳐진다. 부대행사 가운데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가족행복 정책홍보관이다. 가족행복 정책홍보관을 중심으로 가족지원 정책 정보를 쉽고 흥미롭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눈에 띈다. 13개 구·군에 있는 건강가정지원센터·가족센터 뿐만 아니라 여성인력개발센터 등 유관 기관에서 제공 중인 아이 돌봄·입원 아동 지원, 한부모가족 지원, 다문화·북한이탈주민 가족상담, 공동육아 나눔터 등 공공보건 및 아이돌봄 관련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온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놀이 중심의 콘텐츠도 눈여겨볼 만하다. 상업적인 구성에 국한되지 않고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가 풍성하다. 공기놀이, 딱지 만들기, 오징어게임 체험 등 가족 단위 참가자를 위한 놀이 콘텐츠도 다양하게 선보인다. 정책홍보관 곳곳에는 참여객들이 인증샷을 찍을 수 있는 미니 포토존도 꾸며져 있다. SNS 인증 이벤트, 시민 제안 코너, 기념품 지급 존도 운영해 시민참여를 더욱 활성화할 예정이다.
전문 포토 스튜디오에 버금가는 팝업 스튜디오도 눈길을 모은다. 테마별 포토 스튜디오를 설치, 사진 전문가로부터 핸드폰 촬영기법·편집 등의 지도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디지털 카메라 무료 촬영 서비스가 제공되며, 인생 네 컷을 찍은 뒤 액자, 키링 등 다양한 형태로 가족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가족 캐리커처도 체험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포스트잇을 활용해 다양한 의견을 전하는 ‘육아정책 제안하기’ 코너도 마련된다.
■헬시·큐티 베이비 도전을
이번 박람회에서 첫 진행되는 헬시 베이비 페스티벌은 ‘헬시 베이비 선발대회’와 ‘큐티 베이비 선발대회’로 나뉜다. 덩치에 치중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 페스티벌은 아기의 성장뿐만 아니라 부모와의 관계 등에 무게를 맞춘 것이 큰 차별점이다.
헬시 베이비 부문은 지난해 6월 1일부터 같은 해 9월 30일 부울경에서 태어난 아기를 대상으로 한다. 발달 상태, 모유수유, 애착 형성 등을 기준으로 우수 아기를 선발한다. 퍼포먼스 중심의 큐티 베이비 부문은 부울경을 주소지로 하고 생일이 2022년 6월 1일~2024년 5월 31일에 해당되는 아이가 참여할 수 있다. 무대에서 끼와 재능을 펼치는 퍼포먼스 중심의 경연으로, 가족과 관람객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된다.
이번 행사는 출산과 육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사회적 지지를 이끌어내는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편 각 부문별로 오는 20일까지 참가 신청을 받고 있으며,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서류·예비 심사를 거쳐 본선 진출자를 가린 뒤 오는 9월 5~6일 본격적인 대회가 펼쳐질 예정이다.
2025-07-15 [07:00]
-
“분만 취약지 아우르는 권역 네트워크로 24시간 대응”
인제대부산백병원은 지난 8일 서면 롯데호텔에서 ‘경남권역 모자의료 진료협력 시범사업 비전 선포식’을 개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진료협력 체계를 지역 전반으로 확대해 보다 안전한 출산과 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해 마련됐다.
부산백병원은 앞서 보건복지부의 ‘모자의료 진료협력 시범사업’에서 경남권역 대표의료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고위험 산모·신생아 집중치료와 24시간 응급 대응체계 강화를 위한 모자의료 진료협력 시범사업에 돌입했다. 부산백병원 등 전국 9개 권역 12개 대표기관을 비롯해 신생아 집중치료병상(NICU) 운영으로 고위험 신생아 진료가 가능한 중증치료기관 33곳, 지역 분만기관 131곳 등 의료기관 176곳이 참여한다. 부산백병원은 부울경 중증치료기관 3곳과 지역분만기관 11곳과 함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고위험 임산부와 신생아를 위한 24시간 응급 대응체계를 운영 중이다.
부산백병원은 경상국립대학교병원, 재단법인일신기독교 선교회 일신기독병원, 좋은문화병원 등 부울경 중증치료기관 3곳과 미래여성병원, 더프라임병원, 더미즈웰산부인과의원, 순병원, 위대한탄생여성병원, 장유산부인과의원, 아이앤젤여성의원, 좋은날에드라마여성병원, 진주미래여성병원, 참조은산부인과의원, 제일병원 등 지역분만기관 11곳과 함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고위험 임산부와 신생아를 위한 24시간 응급 대응체계를 운영 중이다.
부산시 조규율 시민건강국장의 축사와 부산백병원 양재욱 병원장의 환영사로 시작된 행사는 사업 소개 영상 상영, 협력기관 인증서 수여, 김영남 권역모자의료센터장의 사업 비전 및 향후 계획 발표가 이어졌다.
김 센터장은 “그동안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지역분만기관이나 임산부가 개별적으로 병원을 찾아야 했지만, 이번 협력체계를 통해 15개 병원 간 체계적인 진료 연계가 가능해졌다”며 “분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까지 포괄하는 네트워크를 통해 권역 내 모자보건의료 수준을 높이고, 임산부와 신생아의 사망률과 합병증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025-07-14 [15:13]
-
무대 위로 소환된 '돌봄의 순환'
돌봄 받는 처지에서 돌봄 하는 주체가 되었다가 다시 돌봄 받는 몸으로…. 출산과 육아, 병간호, 노년기 요양에 이르기까지 주로 여성이 감당해 온 ‘돌봄의 순환 구조’가 무대 위로 소환된다. 오는 18일부터 부산 수영구 어댑터씨어터 2관에서 선보이는 연극 ‘정희정’이 그 무대다.
작품은 특정 인물에 국한되지 않은 보편적인 여성을 상징하는 ‘정희’와 ‘희정’ 2명을 무대 위에 세운다. 이들은 젊은 시절 자녀를 양육하고, 자녀가 독립한 이후에는 생계를 위해 다른 사람을 돌보는 일을 하며, 생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자신이 양육했던 자녀나 낯선 타인으로부터 돌봄을 받는 ‘돌봄의 순환구조’를 드러내 보인다. 작품 타이틀이 ‘정희’와 ‘희정’이 중첩되는 ‘정희정’인 이유이기도 하다.
연극 ‘정희정’은 윤혜숙 연출을 중심으로 배우 이유주와 허진이 직접 구성에 참여한 공동창작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작품은 강문영, 성애연, 윤주연, 이수가, 임가연 등 다섯 명의 인터뷰이가 실제 풀어놓은 간병, 요양 등 구체적인 돌봄 경험을 뼈대로 사실성을 강화했다.
무대에 서는 두 배우 ‘정희’와 ‘희정’이 고정된 배역 없이 엄마와 딸, 즉 모녀 역할을 서로 바꾸어 가며 연기하게 한 것에도 이런 ‘돌봄의 도돌이표’를 보여주려는 연출 의도가 반영됐다. 또 30대 배우에게 노인을 상징하는 오브제인 인형을 직접 입고 연기하게 함으로써, 한 사람의 몸에 돌봄의 의미가 중첩될 수 있음을 보여주려 했다. 윤혜숙 연출은 “ 돌봄이 돌고 돌며, ‘돌봄 받는 몸’과 ‘돌봄 하는 몸’이 내 몸 안에 다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작품은 이를 통해 여성의 돌봄이 단지 가족의 책임이나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제도와 문화적 규범이 만들어 놓은 자리임을 드러낸다. 그 안에는 계급, 생명윤리, 복지 정책, 여성 노동, 젠더 등이 복합적 요소가 맞물리듯이 얽혀 있다. ‘정희정’은 이 복잡한 문제를 직접적인 주장보다는 섬세한 시선, 시적 장면, 신체와 오브제의 이미지 언어를 통해 관객에게 물음표를 던진다.
윤혜숙 연출은 “관객들의 마음이 여러 번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요양원 장면에서는 어머니를 모시고 가는 딸의 입장이었다가 또 할머니 입장이 되어보기도 하고, 그다음에는 그 할머니를 돌보는 요양보호사 입장이 되어보기도 하는 것”이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작품은 2023년 제1회 서울예술상 연극부문 우수상 수상과 그해 열린 제59회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후보에 오른 화제작이다. 지난해 제2회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BPAM, 비팜) 쇼케이스에 공식 초청됐다.
이번 부산 공연은 창작 중심 소극장 어댑터씨어터와 페미니즘 관점의 작품을 꾸준히 올린 서울 극단 페미씨어터가 공동으로 마련한 프로젝트다. 27일까지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인근의 어댑터씨어터 2관에서 만날 수 있다. 배리어프리 공연으로 한글 자막 해설이 제공된다. 공연 시간은 80분이고 만 12세 이상 관람 가능하다. 네이버와 어댑터씨어터 홈페이지에서 예매할 수 있다.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3시·6시, 일요일 오후 3시. 월요일에는 공연이 없다. 오는 20일(일) 공연 뒤에는 윤혜숙 연출이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갖는다.
2025-07-14 [11:23]
-
스크린으로 만나는 아랍 사회의 현실과 고민
영화를 통해 다채롭고 신비한 이국의 민낯 속으로 빠져들어 보는 건 어떨까. '아랍의 삶 속으로 한 걸음 더'라는 주제로 열리는 제14회 아랍영화제가 오는 18일부터 23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진행된다. 개막작 ‘아르제’를 비롯해 12개국에서 선정된 12편(장편 9편, 단편 3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레바논과 이집트 합작 영화인 개막작 ‘아르제’(Arze)는 도난당한 스쿠터를 되찾기 위한 싱글맘의 여정을 통해 다양한 종교와 문화가 공존하는 레바논 사회의 현실을 포착한 작품이다. 파이를 만들어 팔며 생계를 꾸리는 아르제는 배달로 매상을 올리기 위한 욕심에 언니의 팔찌를 훔쳐 아들에게 스쿠터를 사준다. 모자의 유일한 생계 수단인 스쿠터는 얼마 못 가 도난당하고, 아르제는 아들과 함께 베이루트 거리를 헤매며 찾아 나선다. 이 여정은 도시 곳곳에 복잡하게 얽힌 종교와 종파의 세계로 이끈다. 오는 18일 오후 6시 30분 개막식(약 30분 소요) 직후 영화가 상영된다. 러닝타임 90분. 이튿날인 19일 오후 2시 30분 2회차 상영 뒤에는 부산외대 아랍학과 김수정 교수의 특별강연이 진행된다.
주요 상영작으로는 △아들이 극단적 분파에 가담하며 가족애와 공동체의 신념이 부딪히는 상황에 몰린 여성의 내적 갈등을 들여다본 ‘내가 속한 곳은 어디인가’(Who Do I Belong To) △도망자 신세가 된 청년과 반려견의 연대를 그리며 폭력에 노출된 약자의 처지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람보가 쉴 곳을 찾아서’(Seeking Haven for Mr. Rambo) △폐허가 된 가자지구에서 파쿠르를 하는 아흐마드의 삶을 통해 혼란 속 팔레스타인 청년의 삶과 정체성을 다룬 ‘폐허에서 파쿠르’(Yalla Pakour) 등이 있다. 아리브 주아이테르 감독의 ‘폐허에서 파쿠르’는 올해 열린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관객상 다큐멘터리 부문 2등 상 수상작이다.
또 불편한 진실로 얽히게 된 세 여성이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고 생존을 도모하는 ‘살마의 집’(Salma’s Home)도 눈여겨볼 만하다. 영화제 측은 “여성과 사회적 약자를 다룬 작품이 주요 서사를 이루는 가운데, 올해는 특히 신진 감독의 데뷔작이 다수 포함돼 다양하고 참신한 시선을 만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외교부와 주한아랍외교단이 후원하는 아랍영화제는 한국-아랍소사이어티가 주최하고 영화의전당,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공동 주관한다. 관람료는 3000원. 21일(월)에는 상영이 없다. 자세한 상영 일정은 영화의전당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문의 051-780-6080.
2025-07-13 [13:46]
-
함께 뛰는 즐거움, 무더위도 날린다
폭염과 열대야가 연일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도심을 달구고 있지만 러닝(달리기) 열풍은 주춤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더위가 가시지 않은 초저녁에도 달리며 땀 흘리는 시민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달리기는 단순 유행이 아닌 일상 생활 스포츠로 자리잡으면서 국민 운동으로 성장하고 있다.
□데이터로 입증된 ‘국민 운동’
달리기 인구는 해마다 늘고 있다. 한국갤럽의 지난해 말 조사결과 지난 1년간 조깅이나 달리기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비율은 2021년 23%에서 2023년 현재 32%에 이른다. 국내 달리기 인구만 1000만 명으로 추산될 정도다. 이처럼 달리기 열풍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달리기가 건강에 좋다는 것이 수많은 데이터로 입증되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하버드대는 5만 5000명을 대상으로 15년간 장기 추적한 결과 한 주에 50분 이하로 달려도 심혈관·전체 사망률을 유의미하게 낮췄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달리기는 고혈압을 비롯해 고지혈증, 제2형 당뇨, 비만 등을 예방·개선한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우울·불안을 완화한다. 일명 ‘러너스 하이’를 통한 엔도르핀, 엔도카나비노이드 등의 분비로 행복감을 느끼고 기분을 개선하는 효과도 거둔다. 복부지방 감소에 효과적이며, 근육과 뼈를 강화해 골밀도를 높이고 스포츠 관련 부상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최근 들어서는 ‘느리게 달리기’로 변주되기도 한다. 느리게 달리기는 일본 후쿠오카대 다나카 히로아키 교수가 창안한 저강도 유산소 운동으로, 편안히 숨 쉬며 대화할 수 있는 수준인 시속 6~7km 정도로 달리는 것이 특징이다. 걷기와 달리기의 중간 정도인 ‘대화가 가능한 페이스’인 셈이다. 관절에 부담을 줄어들고, 지구력 훈련에 적합한 형태여서 부상 위험도 상대적으로 적다. 심장 기능과 지구력이 향상되고 피로도도 낮다. 보행보다 근육 활동량이 높아 하체·코어 근육 강화에 효과적이며, 특히 70세 이상 노년층에서 근지구력 증가, 지방 감소 등 전반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달리며 건강 챙겨요”
이처럼 달리기 열풍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달리기 모임이 속속 조직되고 있다. 인제대해운대백병원 달리기 동호회 ‘해백런런’이 한 예다. 해백런런은 지난 3월 병원 대외교류처에서 근무 중인 이동엽(43) 씨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점심 자리에서 “우리도 뛰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동호회가 꾸려졌다. 축구, 스키, 수영 등 다른 운동과 달리 진입 장벽이 낮고 별다른 장비 없이 언제 어디서든 뛸 수 있어 참여도가 높았다. “부산은 러닝 도시”라고 입을 모은 이들은 각각의 집 근처는 물론 직장 근처인 동백섬, 미포송정 구간 등을 달리기 코스로 활용 중이다. 3~4명씩 소규모를 이루거나 개인 일정에 따라 자유롭게 달리지만, 주 1회 단합 달리기를 통해 ‘함께 달리는 즐거움’을 공유한다.
달리기 인증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격려하는 이들은 달리기를 통해 삶의 변화가 생겼다고 입을 모았다. 이동엽 씨는 “주말부부가 되면서 퇴근 후 자유시간이 늘자 건강하게 시간을 보낼 방법을 찾던 중 달리기를 시작했다”며 “달리기를 하다보니 술 약속이 자연스럽게 줄고 식단도 조절하게 됐다”고 밝혔다. 오는 11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김병훈(32) 씨는 “체중 감량을 위해 일주일에 최소 2번 10km 정도를 달리는데 확실히 살이 많이 빠졌다”며 “여러 직급의 동료들을 한자리에 볼 수 있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말했다. 김승수(35) 씨는 주 5일 10km씩 달리면서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졌다고 했다. 김 씨는 “육아하면서 체력적으로 많이 버거웠는데, 달리면서 스트레스도 풀리고 체력도 좋아졌다”며 “아이들과 잘 놀아주게 되면서 좋은 추억도 쌓을 수 있게 됐다”고 웃음지었다.
□식단 조절 등 뒷받침돼야
달리기 인구 1000만 시대라고는 하지만 막상 달리는 게 어려운 사람들도 많다. 20년간 꾸준히 달리기를 실천해 온 인제대해운대백병원 응급의료센터 박하영 센터장은 우선 빠르게 걸어볼 것을 조언했다. 땀이 날 정도의 빠르게 걷기가 익숙해지면 느리게 달리기를 거쳐 달리기로 갈 수 있다고 했다. 처음부터 10km를 달린다고 생각하지 말고 달리는 거리를 조금씩 늘려가는 것도 좋다. 박 센터장은 “남성의 경우 1시간에 10km를 달린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1시간 반에 10km를 달린다고 생각하고 속도를 조금씩 올려가는 것도 달리기에 익숙해지는 좋은 방법”이라고 권유했다.
식단 조절은 필수다. 달리기 전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가볍게 먹으면 달릴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다. 달리기를 끝낸 뒤에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좋다. 달리고 난 뒤에는 되도록 먹지 않는 것이 좋지만 먹고 싶다면 닭가슴살이나 계란 등의 단백질 위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폭식과 음주는 절대 금물이다.
달릴 때 무릎 통증이 느껴진다면 체중이 적정 수준을 벗어나서일 수도 있다. 달려서 무릎이 아픈 게 아니라 몸무게가 무릎 통증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살을 천천히 빼면서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의 거리와 속도로 달리기를 할 필요가 있다. “달리는 사람은 젊다”는 박 센터장은 “달리기는 개인 의지가 중요한 운동인 만큼 꾸준한 습관과 절제된 생활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5-07-12 [15:00]
-
“부산서 슬로 조깅 즐겨보세요”
부산에서 다함께 슬로 조깅(느리게 달리기)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슬로우조깅코리아(한국슬로우조깅협회)는 12~13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2025 인터내셔널 키스포츠페스티벌 부산’’에서 현장 실습 코스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키스포츠페스티벌은 엘리트 선수부터 일반인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멀티 스포츠 이벤트로, 운동을 주제로 다양한 전시와 경기가 펼쳐진다. 부산에서 열리는 것은 2023년에 이어 두 번째다.
느리게 달리기는 일본 후쿠오카대 고 다나카 히로아키 교수가 창안한 저강도 유산소 운동으로, 편안히 숨 쉬며 대화할 수 있는 수준의 속도(시속 6~7km)로 달린다. 달리기보다 관절에 부담이 줄어 부상 위험도 상대적으로 적고, 보행보다 근육 활동량이 높아 하체·코어 근육 강화에 효과적인 것이 특징이다.
부산에선 슬로우조깅코리아 정라혜 대표가 중심에 섰다. 정 대표는 1년 간 일본을 오가며 다나카 교수로부터 직접 원리와 방법 등을 전수 받은 뒤 2016년 협회를 설립하고 한일 협약식도 맺었다. 무료 교실을 열고 지도자를 양성하는 등 10년 가까이 느리게 달리기 보급에 앞장섰으며, 지금은 전국구로 활약 중이다.
슬로우조깅코리아는 벡스코 제2전시장 4층홀에 3km 실습 코스를 마련해 느리게 달리기를 체험하도록 도와준다. 체험 코스를 통해 착지법,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방법, 스트레칭, 슬로 조깅 효과 등도 적극 공유한다.
정 대표는 “슬로 조깅은 특별한 장비 없이 쉽게 시작할 수 있고 몸에 무리가 가지 않아 100세 시대를 맞은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생활 운동”이라며 “현장에서 보다 많은 분들이 슬로 조깅을 접하고, 향후 슬로 조깅이 국민 운동으로 확산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2025-07-12 [08:30]
-
여름철 빈번한 식중독, 가열·세척·보관 중요
무더위와 열대야가 지속되면서 ‘식중독’ 위험도 덩달아 높아져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식중독은 식중독균에 오염된 음식물을 섭취해 소화기에 감염이 생기는 질환으로, 복통·설사·구토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 기온과 습도가 높아 세균 번식 속도가 빠른 여름철에 주로 발생한다. 실제 2020~2024년 여름철(6~8월)에 발생한 식중독은 평균 99건으로, 연간 식중독의 40% 가까이를 차지한다. 특히 음식점에서 발생한 식중독은 전체 비율의 절반(58%)을 훌쩍 넘긴다. 같은 기간 세균성 식중독 중 살모넬라(20건)이 가장 많았으며, 병원성대장균(18건), 캠피로박터 제주니(9건) 등이 뒤를 이었다.
여름철 식중독을 막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육류나 가금류를 가열·조리할 때 열에 약한 살모넬라균과 병원성 대장균이 완전히 사라지도록 속까지 완전히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살모넬라 식중독 예방을 위해서는 달걀 구입 후 즉시 냉장고에 넣되 다른 식재료와 섞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캠필로박터 식중독의 경우엔 닭고기를 완전히 익히지 않고 먹거나 생닭 등을 세척한 물이 다른 식재료에 튀어 교차오염되면서 발생하는 사례가 많다. 닭고기를 충분히 가열해 완전히 익히고, 생닭 등을 만진 후에는 비누 등 손 세정제를 이용해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깨끗하게 손을 씻은 후 다른 식재료를 만져야 한다. 생닭 등을 세척한 물이 다른 식재료나 조리된 음식에 튀지 않도록 주의한다.
채소·과일류도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가축의 분뇨·퇴비 등으로 동물의 대장에 존재하는 병원성 대장균이 옮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열·조리하지 않고 샐러드 등으로 먹을 경우엔 과일·채소용 세척제 등을 활용해 수돗물에 3회 이상 충분히 세척하는 것이 좋다. 수박, 참외, 복숭아 등 과일의 경우 껍질이 식중독균이 오염될 수 있으므로 과일·채소용 세척제를 사용해 표면을 깨끗이 씻고 수돗물로 잘 헹군 후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습기로 인해 곰팡이가 발생하기 쉬운 쌀·보리·콩·땅콩 등 곡류·견과류와 말린 채소류는 곰팡이 독소에 의한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어 곡류·견과류 등은 밀봉해 건조한 곳에 보관하거나 냉장·냉동보관해야 한다.
식재료를 다듬거나 조리하기 전 화장실을 이용한 후에는 반드시 흐르는 물에 비누 등으로 30초 이상 깨끗하게 손을 씻어야 한다. 조리한 음식을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다시 먹을 경우엔 충분한 온도에서 재가열한 뒤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시락의 경우 가급적이면 구입 후 2시간 이내 섭취하고 남은 음식물은 버리는 것이 좋다. 구입 후 바로 먹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냉장(0~5℃) 상태로 보관해야 한다.
2025-07-10 [21:38]
-
더위 물렀거라~ '공포 연극' 보며 여름나기
불볕더위가 기승이다. “뭐 좀 시원한 거 없어?”라는 장탄식이 절로 나오는 이때, 부산 극단들이 뜻을 모아 오싹한 공포물 시리즈를 무대에 올린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름하여 ‘제1회 호러 스테이지 페스티벌’은 극단 세 곳의 장르물 3편을 7월 한 달간 주말마다 선보이는 ‘납량 특집 3부작’이다. 공연예술단체 빅픽처스테이지가 기획하고 드렁큰씨어터, 우릿, 빅피처스테이지가 차례로 동래문화회관 소극장 무대에서 작품을 선보인다. 토요일 오후 2시·5시, 일요일 오후 4시 공연이다.
∎1부-드렁큰씨어터 ‘최저인간’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세상이 무너지고 사람들은 좀비로 변한다. 폐허 속 컨테이너에 간신히 살아남은 여인과 불빛을 보고 찾아온 또 다른 생존자들이 의심과 위협, 갈등 속에서 인간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줄타기를 펼친다. 최악의 재난 상황에서도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지, 인간다움이란 어떤 것인지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디스토피아 스릴러물이다. 컨테이너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긴장과 몰입감이 한순간이나마 무더위를 벗어나게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2021년 부산문화회관 신진예술페스티벌 초청작으로 2020년 작강연극제와 2023년 부산연극제에서 우수연기상을 받은 작품이다. 윤준기 작·연출로 손남숙, 이동현, 황자미 배우가 출연한다. 12~13일 페스티벌 첫 주말을 책임진다.
∎2부-우릿 ‘우리집에 왜 있니?’
귀신과 인간의 동거 상황을 유쾌하게 그린 공포 코믹물. 사람과의 관계에 지친 민지가 원룸으로 이사를 오게 된다. 하지만 원룸엔 민지보다 먼저 ‘입주’한 귀신 정인이 살고 있다. 새 입주자가 마음에 안 든 정인은 민지를 쫓아내려 하고, 또 다른 귀신인 현수와 문호는 정인을 말리고 든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귀신의 존재를 알게 된 민지는 원룸 사수를 위한 ‘웃픈 전쟁’을 펼친다. 늘 외롭기만 한 인간소외 시대, 귀신과의 동거가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는 없을까.
‘유쾌한 공포’를 표방하는 이 작품은 2019년 창단 무대에도 올린 극단 우릿의 대표 레퍼토리로 2022년 부산문화재단 청년예술가 지원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호러와 코미디, 감동 삼박자를 갖췄다는 리뷰가 눈길을 끈다. 강인정 작·연출로 이정민, 문석종, 강유정, 이열우, 김주연, 문석주가 연기한다. 19~20일.
∎3부-빅픽처스테이지 ‘코마’
외딴 산속 별장에서 몸이 불편한 엄마와 단둘이 살아가는 혜령. 폭설이 몰아치는 어느 날, 낯선 남자 남수가 불쑥 들이닥친다. 서로를 경계하며 긴장감이 감도는 순간, 총성이 들리고 남수의 눈엔 광기가 서린다. 페스티벌의 피날레를 장식할 이 작품은 폐쇄된 공간에 몰아친 긴장 상황을 통해 개인의 이득을 위해 타인에게 고통을 주지 않았는지 묻는 범죄 스릴러물이다.
2019년 제3회 부산창작희곡 공모전 금상을 받았다. 이듬해 부산예술제에서 초연됐으며 2021년 부산문화회관 신진예술페스티벌 최우수작에 선정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023년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BPAM, 비팜) 쇼케이스 초청에 이어 지난해 부산연극제 무대에도 올랐다.
김정환 작·연출로 최현정, 선승일, 박센, 김수휘, 허다영, 이설이 출연한다. 7월 마지막 주말인 26~27일 만날 수 있으며, 평일인 29~30일(오후 7시 30분) 이틀간 연장 공연을 한다.
2025-07-10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