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으로 만나는 아랍 사회의 현실과 고민
영화의전당 18~23일 '아랍영화제'
'아르제' 등 장·단편 영화 12편 상영
폐허 속 가자지구의 파쿠르 청년 등
아랍 국가의 다양한 모습 만날 기회
영화를 통해 다채롭고 신비한 이국의 민낯 속으로 빠져들어 보는 건 어떨까. '아랍의 삶 속으로 한 걸음 더'라는 주제로 열리는 제14회 아랍영화제가 오는 18일부터 23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진행된다. 개막작 ‘아르제’를 비롯해 12개국에서 선정된 12편(장편 9편, 단편 3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레바논과 이집트 합작 영화인 개막작 ‘아르제’(Arze)는 도난당한 스쿠터를 되찾기 위한 싱글맘의 여정을 통해 다양한 종교와 문화가 공존하는 레바논 사회의 현실을 포착한 작품이다. 파이를 만들어 팔며 생계를 꾸리는 아르제는 배달로 매상을 올리기 위한 욕심에 언니의 팔찌를 훔쳐 아들에게 스쿠터를 사준다. 모자의 유일한 생계 수단인 스쿠터는 얼마 못 가 도난당하고, 아르제는 아들과 함께 베이루트 거리를 헤매며 찾아 나선다. 이 여정은 도시 곳곳에 복잡하게 얽힌 종교와 종파의 세계로 이끈다. 오는 18일 오후 6시 30분 개막식(약 30분 소요) 직후 영화가 상영된다. 러닝타임 90분. 이튿날인 19일 오후 2시 30분 2회차 상영 뒤에는 부산외대 아랍학과 김수정 교수의 특별강연이 진행된다.
주요 상영작으로는 △아들이 극단적 분파에 가담하며 가족애와 공동체의 신념이 부딪히는 상황에 몰린 여성의 내적 갈등을 들여다본 ‘내가 속한 곳은 어디인가’(Who Do I Belong To) △도망자 신세가 된 청년과 반려견의 연대를 그리며 폭력에 노출된 약자의 처지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람보가 쉴 곳을 찾아서’(Seeking Haven for Mr. Rambo) △폐허가 된 가자지구에서 파쿠르를 하는 아흐마드의 삶을 통해 혼란 속 팔레스타인 청년의 삶과 정체성을 다룬 ‘폐허에서 파쿠르’(Yalla Pakour) 등이 있다. 아리브 주아이테르 감독의 ‘폐허에서 파쿠르’는 올해 열린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관객상 다큐멘터리 부문 2등 상 수상작이다.
또 불편한 진실로 얽히게 된 세 여성이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고 생존을 도모하는 ‘살마의 집’(Salma’s Home)도 눈여겨볼 만하다. 영화제 측은 “여성과 사회적 약자를 다룬 작품이 주요 서사를 이루는 가운데, 올해는 특히 신진 감독의 데뷔작이 다수 포함돼 다양하고 참신한 시선을 만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외교부와 주한아랍외교단이 후원하는 아랍영화제는 한국-아랍소사이어티가 주최하고 영화의전당,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공동 주관한다. 관람료는 3000원. 21일(월)에는 상영이 없다. 자세한 상영 일정은 영화의전당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문의 051-780-6080.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