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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황산열차 어찌되나…고려아연 갈등에 온산선 폐지 촉각

도심 속 황산열차 어찌되나…고려아연 갈등에 온산선 폐지 촉각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 고려아연 간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면서 울산에서 영풍의 황산열차가 오가는 온산선 폐지 여부에도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산 수송을 놓고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달라 누가 경영권을 갖느냐에 따라 이 문제의 방향타가 바뀔 수 있어서다.3일 울산 울주군 온양읍 발리동상로를 따라 대규모 아파트단지 쪽으로 들어서자 얼마 안 가 ‘멈춤’이라고 적힌 팻말과 함께 철도건널목이 나왔다. 영풍의 이른바 ‘황산열차’가 다니는 온산선이 도로와 교차하는 구간이다. 한 눈에도 좁아 보이는 왕복 2차선 양쪽으로는 아파트 건설공사가 한창이었다. 아파트촌에서 만난 50대 주민은 “도심 한가운데에 유해화학물질을 가득 실은 열차가 매일 지나다니는 것이 말이 되나. (영풍이) 울산 기업도 아니고 울산에 기여하는 것도 아닌데 왜 지역 주민들이 그 위험을 감내해야 하느냐”며 “온산선 때문에 좁은 도로도 확장 못 하고, 지역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한숨 쉬었다.6~7년 새 이 일대에 수천 세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며 온산선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온산선이 온양읍 중심 시가지를 관통하는 데다, 철도건널목으로 인해 교통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지난 8월 온양·온산읍 주민 100여 명은 온산선 폐지를 요구하며 한국철도공사 본사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영풍은 경북 봉화군 석포제련소에서 생산한 황산을 영동선과 중앙선, 동해선을 거쳐 온산선을 이용해 온산항까지 실어 나른다. 온산선은 남창역과 온산역을 잇는 8.6km 단선 철로다. 현재 비철금속업체인 영풍과 정유업체 에쓰오일이 하루 두 차례 각각 황산과 항공유를 수송한다. 에쓰오일의 경우 주민 안전을 위해 군 당국과 협의를 전제로 “(운송 수단을) 탱크로리로 변경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무엇보다 고려아연은 올해 6월 말 영풍 석포제련소를 오가는 황산 취급 대행 계약을 종료했다. 이에 영풍 측은 고려아연을 상대로 거래거절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영풍은 고려아연과의 ‘황산 취급 대행 계약’ 갱신이 무산된 것이 사모펀드 MBK와 연합한 결정적 계기라고 주장한다. 이 문제가 양측이 등을 돌린 이유 중 하나라는 것이다.주민들은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다툼이 온산선 폐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불안해한다. 온양과 온산읍에는 ‘MBK는 고려아연 노동자와 그 가정의 생존권 위협 중단하라’ ‘울산 경제 위협하는 기업사냥꾼 규탄한다’ 등 항의성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다. 온산선폐지공동추진위원회 박순동 위원장은 “영풍과 MBK연합의 인수합병이 성사될 경우 온산선 폐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생길까 (주민들이) 많이 걱정한다”며 “(고려아연과 영풍의) 소송이나 경영권 다툼도 변수지만, 국가철도공단을 상대로 제5차 국가 철도망 구축 계획에 온산선 폐지를 반영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한편 지난달 19일 김두겸 울산시장이 불씨를 댕긴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에 이달 2일까지 온산공단공장협의회, 울산적십자사 등 52개 단체 556명이 회견 등을 통해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4일에도 울산중소규모공사협의회 30명이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회견을 연다. 반면 고려아연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역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울산시민연대는 “고려아연이 진정 울산 시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잦은 노동자 사망사고, 반복된 환경오염 사건 등을 해명하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특정 일가의 왜곡된 지배구조 문제도 짚어야 한다”며 “울산의 행정·정치·경제계가 나서 여론조사 방식의 일방적 편들기가 아닌 지역과 시민의 이해를 높이는 현명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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