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사 이탈·인도 거부 리스크 알면서도…삼성 노조 위험한 ‘성과급 도박’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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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 앞두고 업계 우려 확산
고객사 신뢰·개발 지연 등
“경쟁력 담보 안돼” 비판도
18일 협상 재개…“갈등 봉합” 시급

삼성전자 노조가 21일 예고한 총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간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 모습.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조가 21일 예고한 총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간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 모습.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총파업을 앞두고 업계 안팎에서 고객사 이탈과 기술 경쟁력 저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파업이 단순 생산 차질을 넘어 고객사 신뢰 훼손과 제품 검증 일정 그리고 납기 불안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누구보다 이 같은 리스크를 잘 알고 있는 노조가 성과급 상한 폐지와 제도화를 쟁취하기 위해 회사의 대외 신뢰를 압박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에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이제 진짜 적정선에서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실리론이 재확산하고 있다. 노사는 18일 정부 중재 아래 다시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총파업 막아야…고객사 이탈 우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내부에서는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고객사의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파업 기간 생산된 제품은 고객사가 인도를 거부할 수 있다”며 “파업을 대비해서 투입된 물량을 포함해 모두 폐기해야 할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품질과 공정의 안정성 그리고 납기, 신뢰 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총파업 등으로 생산 과정에 일부 차질이 빚어질 경우 고객사 입장에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총파업 기간 최소한의 인력으로 생산된 제품의 신뢰도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다른 관계자도 “메모리와 파운드리 모두 차세대 제품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 일정 차질이나 신뢰 훼손으로 고객이 경쟁사로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부에서 엔비디아가 파업 기간 중 생산한 제품을 받지 않겠다고 한 내용이 돌고 있다”며 “파업 기간 생산이 잠시 멈추고 품질 테스트 과정에 어느 정도 물량은 못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차세대 제품 개발용 로트(Lot·웨이퍼 투입 묶음 단위) 등이 폐기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온다. 이 경우 고객사 검증과 제품 개발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해 일정 지연은 물론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 TSMC 등과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볼 때 파업 리스크가 회사 미래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도 한 발 물러서야…“경쟁력 훼손 안돼”

업계에서는 노조가 이 같은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약점을 성과급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일부 제기된다. 이번 파업으로 실제 고객사 이탈과 향후 차세대 제품 개발 및 양산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이로 인한 손실은 천문학적 규모로 불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반도체 슈퍼사이클 국면에서 당장의 성과급 극대화에만 매몰된 채 장기적인 경쟁력 훼손 가능성은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성과급 확대 요구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지만, 회사의 미래 경쟁력과 고객사 이탈까지 볼모로 잡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적정선에서 협상 타결을 외치는 이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노사는 정부 중재 아래 18일 추가 협상에 나선다. 노조는 영업이익 15%를 반도체(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에 대한 성과급으로 고정 지급하고 ‘연봉 50%’ 상한 폐지를 제도화할 것을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기존 경제적부가가치(EVA) 기준의 OPI(초과이익성과금) 제도를 유지하되, DS 부문에 특별 포상을 추가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실리적 타결론 확산…“마지막 기회 잡아야”

노조는 자신들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오는 21일부터 내달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노조는 이번에도 사측의 진전된 안건이 없다면 파업을 그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이재용 삼성 회장까지 전면에 나선 만큼 이번에는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는 실리적 타결론이 힘을 얻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직원들 사이에서도 ‘이제 그만하고 타결하자’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이 회장이 대국민 사과까지 하며 만든 대화의 기회를 반드시 놓치지 말고 이제는 사태를 끝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총파업 이전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는 이번 사후조정은 “노사가 하나”라는 이재용 삼성 회장의 호소와 정부의 중재 노력 등으로 이뤄진 결과물이다.

이 회장은 지난 16일 성과급 갈등으로 인한 총파업 사태를 앞두고 국민 앞에 사과하며 노조에 한마음으로 힘을 모으자고 호소했다. 이 회장은 “노동조합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며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리겠다”며 “우리 한 번 삼성인을 자부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자”고 덧붙였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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