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과밀 수용, 끝 모를 폭행 불렀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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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시설 폭행 4년 새 1.5배 ↑
노후화 따른 과밀·과다 수용에
교정 인력 태부족이 근본 원인
부산구치소, 전국서 가장 심각
우려자 지정 제도 있으나 마나
당국, 형식적인 미봉책만 반복

교정시설 내 폭행 사건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시설 내 과밀 문제 해결과 교정 인력 확대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부산구치소 정문 모습. 정대현 기자 jhyun@ 교정시설 내 폭행 사건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시설 내 과밀 문제 해결과 교정 인력 확대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부산구치소 정문 모습. 정대현 기자 jhyun@

교정시설 내 폭행사건이 해마다 늘어나지만 만성적인 과밀수용과 교도관 인력 부족 문제가 겹치며 개선 없이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부산구치소에서 발생한 수용자 폭행 사망 사건(부산일보 2025년 9월 24일 자 1면 등 보도)에 이어 지난해 12월에도 폭행 사건이 발생하자 교정 당국이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구조적 한계에 막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29일 법무부에 따르면 교정시설 내 수용자 간 폭행사건은 2020년 577건에서 2024년 881건으로 1.5배 늘어났다. 같은 기간 폭행 관련 입건·송치 건수도 361건에서 658건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은 교정시설 노후화에 따른 과밀수용과 교정인력 부족 문제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용자 관리가 어려운 데다 열악한 환경까지 겹치면서 수용자 간 갈등과 폭력이 구조적으로 자리 잡는다는 것이다.

과밀수용이 발생하면 수용자의 생활환경도 악화될 수밖에 없다. 제한된 공간에 수용자가 밀집되면서 사생활 침해와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이 같은 환경이 수용자 간 갈등과 충돌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국립부경대 경찰범죄심리학과 함혜현 교수는 “2017년 법원은 판결을 통해 과밀수용으로 인한 수용자의 스트레스 등 정신적 피해를 인정한 바 있다”며 “과밀수용도 문제지만 교정시설 부족으로 폐쇄된 공간에서 한꺼번에 수천 명을 수용하는 과다수용도 뿌리 깊은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1973년 문을 연 부산구치소는 전국에서 가장 노후화된 교정시설로 직원들마저 열악함을 호소할 정도다. 과밀수용 문제 또한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사고 발생 우려도 높은 곳으로 분류된다. 부산구치소의 수용률은 지난해 158.1%로, 전국 평균(128.5%)을 훌쩍 넘어 55개 교정시설 중 가장 높았다.

교정 인력 부족 문제도 겹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부산구치소 폭행 사건(부산일보 3월 2일 자 1면 보도) 당시 교도관 45명이 수용자 약 2300명을 관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50명 이상을 담당하는 셈이다. 교도관들은 4부제 근무로 24시간 시설을 관리하고 있지만, 이같은 환경에서 신고 보복 협박이나 직원 감시를 벗어난 폭행 등 ‘감시 공백’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구치소 측 입장이다.

폭행 사건이 잇따르자 교정 당국이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형식적 대응과 사후 대책에 치우친 미봉책을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법무부는 지난해 9월 폭행 사망 사건 이후 ‘폭행 피해·가해 우려자 지정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발생한 구치소 폭행 사건에서는 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부산구치소는 신고함을 추가 설치하고 전 수용실에 폭행방지 안내문을 부착했지만 3개월 만에 또 폭행 사건이 재발했다.

전문가들은 수용자 관리를 위해 교정시설에 기술적 보완책 도입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이윤호 명예교수는 “인력에만 의존하기보다 과학기술을 활용한 관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혼거실 CCTV 설치 등 ‘기계의 눈’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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