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9일의 외침, ‘금정산 지킴이’ 1인 시위 내려놓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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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철 범시민금정산보존회장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 계기로
약 3년간 매일 1인 시위 지속
“시민의 힘으로 국립공원 지정”

2025년 마지막 날일인 31일 부산시청 후문에서 금정산국립공원지정범시민운동네트워크 등 부산 지역 시민·환경단체 관계자들이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을 위해 939일 간의 1인 시위를 마무리한 유진철 공동집행위원장을 축하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2025년 마지막 날일인 31일 부산시청 후문에서 금정산국립공원지정범시민운동네트워크 등 부산 지역 시민·환경단체 관계자들이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을 위해 939일 간의 1인 시위를 마무리한 유진철 공동집행위원장을 축하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저의 1인 시위는 지난해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으로 마무리됐습니다. 국립공원 지정은 오롯이 부산 시민의 힘으로 이뤄냈다고 생각합니다.”


40여 년간 '금정산 지킴이'로 살아온 (사)범시민금정산보존회 유진철 회장의 1인 시위가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으로 약 3년 만에 마무리됐다. 유 회장은 2025년 마지막 날을 끝으로 939일간 이어온 국립공원 지정 촉구 1인 시위를 마쳤다.

31일 마지막 시위를 마친 그는 “금정산이 전국 24번째 국립공원으로 다소 늦게 지정됐지만, 앞으로 가장 잘 관리된 국립공원이라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회장은 2023년 6월 5일(세계 환경의 날)부터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을 요구하며 혹한과 폭염, 눈비를 가리지 않고 하루도 빠짐없이 시위를 이어왔다. 평일에는 부산시청 후문에서, 공휴일과 추석·설 명절에는 금정산에서 하루 1시간씩 시위를 진행했다.

1인 시위에 나섰던 계기는 대구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이었다. 금정산보다 관련 논의를 늦게 시작했던 팔공산이 2023년 6월 5일 국립공원에 이름을 올린 데 아쉬움이 컸다. 유 회장은 “금정산은 훨씬 이전부터 지정을 위한 염원이 컸는데 팔공산은 2~3년 만에 지정돼 허탈감을 느껴 시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유 회장과 (사)범시민금정산보존회는 그동안 금정산 보전을 위해 셀 수 없이 많은 활동을 벌여왔다.

그는 지금도 매일 새벽 금정산 등산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수십 년간 금정산을 매일 오르내리며 불법 시설 설치, 산림 훼손, 시설물 파손 등 각종 위법·훼손 사례를 확인해 알려왔다.

최근에는 금정산 내 사찰의 불법 행위와 자연 훼손, 시설물 파손 등에 대한 고발과 문제 제기를 해왔다. 유 회장은 지금도 등산 중 발견한 파손 시설과 불법 건축물, 방치된 텐트, 오토바이, 쓰레기 등을 언론과 행정기관에 제보하고 있다.

유 회장은 2016년 금정산 고당봉 표석비가 낙뢰를 맞아 파손되자 이를 가장 먼저 지역 언론에 제보했고, 이후 1억여 원의 시민 성금을 모아 비석 재건을 도왔다. 금정산의 한 사찰이 무단으로 1.2km 길이 시멘트길을 조성하려 했을 때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지속적인 민원을 넣는 등 문제를 공론화했다.

이 밖에도 금정산 곳곳에 설치된 무속인 토굴과 천막 수백 개를 철거하기 위한 공론화에 앞장섰다. 금정산 산림 회복의 계기가 된 ‘자연휴식제’ 도입을 부산시에 건의하기도 했다.

유 회장은 20대였던 1980년대 초 낙동강 하굿둑 건설 반대운동을 계기로 환경운동에 나섰다. 이후 1980년대 삼천리그룹의 금정산 대규모 골프장 조성 계획에 반대하며 본격적으로 금정산 지킴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당시 삼천리그룹은 금정산 일대에 50만여 평 규모 골프장 조성을 추진했다. 이에 부산 산악인 3000여 명을 중심으로 사업 철회 요구가 일었고, 시민 서명 운동이 벌어지는 등 반대 여론이 확산됐다. 산악회 소속이던 유 회장도 서명 운동에 동참해 6년 이상 반대 활동을 벌였고 결국 골프장 건립 계획은 백지화됐다.

유 회장은 “당시 골프장이 들어섰다면 지금의 국립공원도 없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산을 사랑하고 봉사라는 생각으로 환경운동을 해온 만큼 앞으로는 낙동강 살리기를 위한 다양한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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