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오브 베스트” vs “트럼프 입맛대로”… 관세 협상 놓고 엇갈린 여야
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외교 성과 강조
국힘 “외환시장 불안 키운 합의… 부작용 상당해”
외신 “한국, 일본보다 유리한 조건 얻어내” 평가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9일 체결된 한미 관세 협상을 두고 정치권의 평가가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역사적 업적”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성과를 강조한 반면, 국민의힘은 “외환시장 부담만 키운 졸속 합의”라고 비판했다. 외신은 “한국이 일본보다 더 많은 양보를 얻어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29일 페이스북에서 관세 협상을 두고 “베리 굿(Very good), 엑설런트(Excellent), 베스트 오브 베스트(Best of best)”라며 “현금 선불이란 악조건의 위기를 최대의 기회로 반전시켰다”고 호평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전날 논평에서 “오늘(29일) 관세 협상 타결은 대한민국 외교사에 길이 빛날 금자탑”이라며 “한미 동맹과 한국 경제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거양득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3500억 달러 현금 선불 투자'는 우리 외환보유고 사정상 매우 곤혹스럽고 불가능에 가까운 조건이었다”며 “정부는 이것을 현금 투자 총액은 2000억 달러로, 나머지 1500억 달러는 우리 조선업에 도움이 되는 MASGA 금융보증 등으로 바꾸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미 FTA 대상 품목은 관세 15%를 적용하고,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관세는 25%에서 15%로 인하됐다”며 “의약품과 목재 등은 ‘최혜국대우’를 확보했고, 농축 수산 분야 추가 개방을 철저히 막아냈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일본과 비교해서도 결코 잘 된 협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국가 이익을 지키는 협상이었는지 의문”이라고 맞섰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이)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는 점에서는 환영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우려만 앞선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대로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이 일본의 절반 수준이고, 준기축통화국인 일본과 경제·외환 체급이 다르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일 협상과 유사한 구조로 협상을 진행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이재명 정부가 지난 7월 30일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며 ‘현금 투자는 5% 미만’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제 현금 투자만 2000억 달러, 한화로 약 284조 원에 달한다”며 “정부가 투자 구조를 축소·왜곡해 국민을 기만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협상 타결 직전까지도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 외환시장 안정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더니, 이번 협상에는 한미 통화스와프는 빠졌다”며 “2000억 달러 현금 투자 약속으로 우리 외환시장에 미칠 충격과 환율 급등, 국가부채 증가 등 부작용이 상당하다”고 우려했다.
외신은 이번 협상이 일본보다 유리하게 진행됐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이 일본보다 더 많은 양보를 얻어냈고, 전반적으로 덜 부담스러운 협상을 성사시켰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대미 투자금이 3500억 달러(약 500조원)로 일본의 5500억 달러(약 791조원)와 비교해 적고, 한국은 투자 대상 프로젝트가 상업적으로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안전장치를 확보한 데 반해 일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투자 대상 결정권을 넘겨줬다는 이유에서다.
또 일본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따르지 않을 경우 더 높은 관세가 부과될 위험을 안고 있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 통신 등도 투자 방식과 규모 등 세부 내용에 관한 한미 양국의 이견이 이어지면서 최종 타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관측됐었다며 이번 합의를 깜짝 성과로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한국이 1500억 달러를 조선업에 투입하고 외환시장 보호를 위한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힌 점을 전하며 “이는 투자자금 조달에 지분과 대출, 대출 보증을 활용할 수 있게 됐음을 시사하며, 핵심적인 양보 조치”라고 평가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협정이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