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오션플랜트 ‘먹튀 매각’에 동네 주민도 뿔났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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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주민 ‘매각 저지 범대위’ 구성
“모든 수단 동원해 반드시 막겠다”
군의회도 ‘매각 반대 결의안’ 채택

고성 지역 각계 주요 인사 30여 명은 22일 고성군새마을회관에서 ‘(가칭)SK오션플랜트 매각 결사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 발기인 대회를 열고 매각 저지 운동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범대위 제공 고성 지역 각계 주요 인사 30여 명은 22일 고성군새마을회관에서 ‘(가칭)SK오션플랜트 매각 결사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 발기인 대회를 열고 매각 저지 운동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범대위 제공

“고성군민과 경남도민의 바램을 저버린다면 엄청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경남 고성에 사업장을 둔 해상풍력 전문 기업 SK오션플랜트 매각 추진을 둘러싼 지역 사회 반발이 심상찮다.

지역 경제를 이끌어 온 핵심 기업의 불확실성 확대는 지역의 위기로 직결되는 탓에 지자체, 정치권은 물론 주민들까지 집단행동에 나섰다.

고성 지역 각계 주요 인사 30여 명은 22일 고성군새마을회관에서 ‘(가칭)SK오션플랜트 매각 결사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 발기인 대회를 열고 매각 저지 운동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범대위는 김오현 고성군상공협의회장과 최규동 동해면발전위원장 그리고 조광복 새마을운동고성군지회장 3인 공동위원장 체제로 움직인다.

이들은 “오늘 회의는 단순한 모임이 아니라 고성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군민 연대의 공식적인 출발”이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매각을 반드시 막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공식 입장문을 통해 “SK에코플랜트가 추진 중인 SK오션플랜트 지분 매각은 지역과 신뢰를 저버린 배신행위”라며 “기업의 경영 판단을 존중하더라도 지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최소한의 검토조차 없었다는 사실에 유감을 넘어 분노를 표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또 경남 1호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된 양촌용정산업단지 조성 사업을 언급하며 “아직 5000억 원 이상의 상부 시설 추가 투자가 남아있다. 매각으로 인해 재원 조달에 차질이 생기면 전체 투자 계획 자체가 무산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역 경제 핵심 축을 담당하는 이 사업이 중단되거나 축소된다면 그 피해는 지역 전체로 확산할 수밖에 없다”며 “SK오션플랜트는 단순한 제조시설이 아닌 청년 일자리, 미래 성장동력, 지역 자립 기반이다. 충분한 논의 없이 추진되는 매각에 단호히 맞서겠다”고 경고했다.

범대위 첫 대외 활동으로 28일 SK오션플랜트 사업장 앞 집회를 예고 했다.

현장에는 동해면발전협의회를 주축으로 인접한 거류면, 회화면 등 주민 500여 명이 함께한다.

이후에는 매각 저지 공감대 형성을 위한 전 군민 공개 설명회, 대규모 서명운동과 결의대회, 정치권과 연대한 중앙정부·국회 선전 활동에 집중한다.


‘SK오션플랜트 매각 반대 결의안’을 대표발의한 최두임 의원(왼쪽 사진)이 동료 의원들과 함께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의회 사무과 제공 ‘SK오션플랜트 매각 반대 결의안’을 대표발의한 최두임 의원(왼쪽 사진)이 동료 의원들과 함께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의회 사무과 제공

고성군의회도 힘을 보탰다. 군의회는 이날 열린 제305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SK오션플랜트 매각 반대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은 최두임 의원을 대표로 현역 의원 11명 전원이 공동발의했다.

군의회는 결의문에서 “인수 후 불과 3년 만에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지역과 상생 약속과 신뢰를 저버리는 무책임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와 고용 안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 해상풍력 생산기지 조성 사업과 SK 시티 등 고성군이 추진 중인 핵심 현안 사업에도 막대한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짚으며 “일방적인 지분 매각을 전면 백지화하라”고 요구했다.

덧붙여 “기업의 단기적 이익보다 군민의 생존 보장과 지역 경제 안정, 지역과 상생 약속이 더 중요하다”며 정부와 경남도의 즉각적인 공적 개입을 호소했다.

최을석 의장은 “이번 매각은 지역 경제와 고용 안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SK그룹은 즉각 매각 절차를 중단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의문은 대통령실, 국회,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 경상남도, 고성군, SK그룹 등 관련 기관에 송부될 예정이다.

고성군의회는 22일 열린 제305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SK오션플랜트 매각 반대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은 최두임 의원을 대표로 현역 의원 11명 전원이 공동발의했다. 의회 사무과 제공 고성군의회는 22일 열린 제305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SK오션플랜트 매각 반대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은 최두임 의원을 대표로 현역 의원 11명 전원이 공동발의했다. 의회 사무과 제공

한편, SK오션플랜트는 720여 명을 직고용하는 고성군 내 가장 큰 사업장이다. 협력업체 직원 수도 30여 업체, 2000여 명에 이른다.

그런데 지난달 최대 주주인 SK에코플랜트 지분 매각 관련 우선협상대상자로 신생 사모펀드(PEF) 운용사 ‘디오션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공시했다.

전신인 옛 삼강엠앤티를 인수해 사명을 바꿔 새출발한 지 불과 3년 만이다.

작년 말 매각설이 불거졌을 때만 해도 SK에코플랜트 측은 이를 부인했다.

하지만 이번에 사모펀드와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업 축소와 투자 중단, 고용 불안에 대한 우려가 지역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이에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자청한 이상근 고성군수는 “지역 사회는 실망을 넘어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다”면서 “신중히 재검토하거나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경남도 역시 “기업의 경영상 판단이 지역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해선 안 된다”면서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의해 일자리와 산업생태계가 보호될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SK오션플랜트 고성 사업장. 부산일보DB SK오션플랜트 고성 사업장. 부산일보DB

일각에선 이번 매각 추진을 놓고 계산된 먹튀라는 지적도 나온다.

SK오션플랜트가 특구 조성을 위해 투자한 자금은 5000억 원 상당이다.

그러나 투자금은 모기업이자 시행사인 SK에코플랜트의 매출로 고스란히 돌아갔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매각을 통해 기존 투자금까지 회수하려 한다는 것이다.

지역 경제단체 관계자는 “미래가 없는 기업이면 몰라도 SK오션플랜트는 꾸준히 수주 물량이 느는 등 부실 경영 상황도 아닌데 정리하려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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