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해수부 신청사 입지·공공기관 이전 등 로드맵 제시” [2025 스케일업 부산 컨퍼런스]
세션1 - 해수부 이전으로 여는 해양강국
해양수도 부산 전략 뜨거운 논쟁
전 장관 “투자공사 50조 원 재원”
해양기관 부산 집적화 의견 일치
북극항로, 동남권 큰 기회 공감
지역발전 위한 전략엔 한마음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결정 이후 해양수도 부산 전략과 동남권투자공사 형태 문제 등 핵심 현안을 둘러싼 가장 뜨거운 논쟁이 펼쳐졌다. 그 주인공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과 박형준 부산시장으로, 두 사람은 ‘2025 스케일업 부산 컨퍼런스’ 첫 세션 대담에서 직접 만나 치열한 논리 싸움을 펼쳐 컨퍼런스 참석자들의 큰 관심을 얻었다.
이날 대담에서는 해수부 이전에 영향을 미친 북극항로와 부울경 관계에서부터 해양수도 부산 전략, 동남권투자공사 논쟁 등 알찬 대화가 오갔다.
■동남권투자‘공사’냐, ‘은행’이냐
지난 17일 박 시장은 SNS에 “부산 시민은 날림 부실 금융기관 동남권투자공사 설립이 아닌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원합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보도자료도 배포했다. 하루 만에 동남권투자공사 설립 주무부처인 해수부를 이끌고 있는 전 장관을 만난 박 시장은 대담 진행 중 해수부 기능 강화가 이번 정부조직 개편에 제외된 점을 지적하면서 동남권투자공사 문제를 먼저 꺼냈다.
박 시장은 “산업은행 이전을 철회하는 대신 동남권투자공사를 설립하는 것은 시민 기대에 못미치는 일”이라며 “동남권투자공사가 50조 원을 마련해 투자하겠다고 하지만, 현실화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투자 재원 마련과 안정적 투자 방안에 대한 더 밀도 있는 논의를 거쳐 조직구성안을 짰어야 한다는 취지다. 박 시장은 “산업은행 이전이라는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겠다면, 그에 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놔야 하는데, 부분적으로 해수부 차원의 투자만 하는 투자공사를 우리가 원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이에 전 장관은 “평소 박 시장님과 지역 현안으로 여러 일을 논의하고 부탁도 하는데 성과를 잘 내셔서 궁합이 잘 맞다”고 전제하고는 “박 시장님이 어제 SNS에 동남권투자공사에 대한 글을 올린 것을 보고 정치적으로 해석하지는 않고 깊은 고뇌 끝에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이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투자공사 형태에 대한 비판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전 장관은 “동남권을 대상으로 하는 투자은행을 설립하면 당장 BNK 같은 민간은행과 경쟁해야 하고, 금융감독 당국의 촘촘한 규제와 대손충당금 적립,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 규제 등으로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 활동을 하는 데 운신의 폭이 매우 좁아지는 측면이 있다”며 “공사의 레버리지는 30배까지 가능한데, 약 3조 원의 공사채를 발행하면 약 50조 원의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전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 당시 정책금융공사가 실패한 것은 재원은 있지만 투자할 만한 중소기업을 발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고 반박했다. 이는 전날 박 시장이 올린 SNS 글에서 과거 정책금융공사가 수익 위주 운영으로 기업들의 접근 문턱이 높아 실패했다고 언급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박 시장은 “투자공사에도 여신 관련 규제가 있고, 특수목적 금융기관은 일반 시중은행보다 BIS 비율 부담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안정성 측면에서 은행이 좀 더 지속가능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맞섰다.
■늦어도 12월 초 해수부 로드맵 발표
전 장관은 해양수도 부산, 신해양강국 건설을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첫 조치가 해수부 부산 이전이라고 밝히고, 해사법원과 동남권투자공사 설립, HMM 등 해운기업 본사 부산 유치 등의 조치가 뒤이어 이뤄질 것이라고 소개했다. 전 장관은 “오는 11~12월 초, 늦어도 이번 정기국회 회기가 끝나기 전에 부산으로 이전할 해양 공공기관과 해수부 신청사 입지, HMM 부산 이전 등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을 시민과 국민들께 소상하게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박 시장은 “해수부를 비롯한 해양 공공기관들과 해사법원, 해운기업들이 멀지 않게 집적화하면 그것만큼 좋은 일이 없을 것”이라며 “여러 기업과 기관을 모아 가능하면 결집되는 형태로 공간을 밀도있게 쓸 수 있도록 공간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북극항로, 동남권에 찾아온 기회
전 장관은 북극항로가 부산과 동남권에 왜 기회가 되느냐는 질문에 기존 산업 인프라의 우수성과 인재 양성에 적합한 환경을 꼽았다. 전 장관은 “경제적 측면에서 30~40% 시간·비용이 절감되기에 미래 물류 흐름은 북극항로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며 “새 항로 개척으로 물류뿐만 아니라 조선 금융 등 전후방산업 동반 성장을 추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 장관은 동남권 발전의 기회가 되는 이유로 세계 2위 환적항인 부산항을 중심으로, 조선기자재 업계가 밀집한 부산 미음산단, 창원의 첨단 제조와 방위산업, 포항의 철강, 울산의 자동차 등 산업단지가 밀집돼 있다는 점을 꼽았다. 하지만 해외 경쟁도시에 비해 행정·사법·산업·금융과 같은 수도권 인프라는 부족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전 장관은 △해수부를 비롯한 해양 공공기관 이전으로 정책 효율성 제고 △해사법원 설치로 해양 사법체계 구축 △동남권투자공사 신설과 해양진흥공사 역량 강화로 해양산업 진흥 재원 확보 등의 조치를 순차적으로 진행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그동안 북극항로 개척을 위해 노력해온 과정을 설명했다. 부산시는 북극항로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북극항로개척 TF’를 구성했고, 지난 7월에는 부산을 북극항로 거점으로 만들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에 들어갔다. 박 시장은 “북극항로를 개척함으로써 수도권에 대응하는 또 하나의 성장축을 완성하고, 국내를 넘어 환동해권을 아우르는 초광역권 해양신산업 거점으로 키워 글로벌 해양경제를 선도하는 슈퍼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수부 부산 안착엔 한마음
해수부의 부산 안착이 곧 글로벌해양허브도시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점에도 공감이 이뤄졌다.
전 장관은 “해수부는 올 연말까지 부산으로 완전히 이전하게 돼 있고, 직원 850명이 한꺼번에 부산에 온다”며 “직원들과 상담해보니 850가지의 사연 있는데, 그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해수부 부산 이전이 완성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 장관은 “부산시의 도움이 크게 필요한데 얼마 전 전폭적인 지원책을 발표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부산을 해양수도로 만들 해수부가 부산에 오는데 버선발로 뛰어나가 환영해야 할 입장 아니겠냐”며 “지역 발전이나 국가를 위한 전략 같은 정쟁화 할 필요 없는 부분은 정파를 떠나 한마음으로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시장은 “앞으로도 어떤 일이든 해수부와 협력해서 부산에 최대한 이익이 되는 정책이 실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