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올리브부터 물푸레까지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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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엘올리브를 열 당시의 고성호 대표. 2010년 엘올리브를 열 당시의 고성호 대표.

고성호 PDM파트너스 대표는 2010년 수영강변에 엘올리브 레스토랑을 열었다.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출발점이었다. 당시 고 대표는 “건축물은 공적인 자산이고 도시란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공간인 만큼 독점보다 공유가 절실하다. 큰 수익을 바라고 레스토랑을 시작한 게 아니라 이 곳이 문화공간이 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엘올리브는 독창적인 요리로 부산 미식계에 새바람을 불러일으켰고, 세계미식가협회 만찬이 열리기도 했다. 고 대표는 엘올리브를 6년가량 직접 운영했다.

2012년에는 엘올리브 바로 옆 크리에이티브센터에 ‘엘 올리브 가든’을 열었다. 좀 더 파인 다이닝(고급 식당)에 가깝게 음식 문화를 업그레이드시킨 것이었다. 고 대표가 “건축으로 요리를 재해석했다”라고 심플하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엘올리브 가든은 크리에이티브센터 내 이인 아트홀에서 매달 한 차례씩 음악회를 열었다. 멋진 요리와 함께 음악 공연을 즐기던 이 시절을 지금도 추억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음악회를 한 번 열 때마다 2000만~3000만 원의 적자가 났다는 후문이다. 2013년에는 마린시티에 스테이크 하우스인 캐비넷을 열어 직접 운영했다.

지금도 남아 있는 엘올리브를 제외하고 나머지 레스토랑은 사라졌지만, 부산 미식계에 미친 영향은 적지 않다. 엘올리브와 엘올리브 가든, 캐비넷이 미쉐린 레스토랑 소공간의 박기섭 셰프를 비롯해 지역의 호텔과 이름난 레스토랑 셰프들을 대거 배출하는 사관학교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고 대표는 최근 새 소식을 전했다. 기장 짚불곰장어를 재해석해 짚불로 훈제하는 BBQ 비스트로 ‘물푸레’를 다음달에 연다는 것이다. 세계적 건축가의 새로운 레스토랑,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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