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 삶 바위에 오롯이
탁월한 보편적 가치 등 인정
국내 17번째 세계유산 쾌거

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에 위치한 국보 반구대 암각화. 부산일보 DB

반구대 암각화 일원. 울산시 제공

고래를 그린 선사인의 걸작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유네스코와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12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제47차 회의에서 한국 정부가 신청한 ‘반구천의 암각화(Petroglyphs along the Bangucheon Stream)’의 세계유산목록 등재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반구천의 암각화는 대한민국이 보유한 17번째 세계유산이자 국내 세계유산 중 가장 오래된 유산으로 비로소 세계적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국가유산청이 2010년 반구천의 암각화를 유네스코 세계유산 신청 잠정 목록에 올린 지 15년 만의 결실이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한반도 선사 문화의 정점으로 평가받는 유산으로, 국보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포함한다.

반구대 암각화는 높이 약 4.5m, 너비 약 8m인 ‘ㄱ’자 모양으로 꺾인 절벽 암반에 고래, 고래잡이 모습, 거북, 호랑이, 샤먼 등 300여 점 그림이 새겨진 지구상 가장 오래된 포경 유적이자 북태평양연안의 독특한 해양어로문화를 대표하는 인류문화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1971년 12월 25일 발견돼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란 별칭을 얻었다. 반구대 암각화보다 1년 앞서 발견된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는 신석기~청동기시대의 동물 그림과 기하학적 문양 등을 통해 당시 생활 모습과 관념을 알 수 있는 탁월한 유산이다. 특히 신라 법흥왕 대 명문은 6세기경 신라사회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활용된다. 반구대 암각화에서 약 2km 떨어져 있다.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고래 형상. 부산일보DB

국보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울산시 제공

앞서 올해 5월 유네스코 자문 심사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가 반구천의 암각화에 대해 세계유산 등재를 권고했다.

당시 이코모스 측은 “(반구천의 암각화는) 선사시대부터 약 6000년에 걸쳐 지속된 암각화의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라며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반구천의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추진 일지

△1970년 12월 24일=천전리 각석 발견(동국대학교박물관 학술조사단)

△1971년 12월 25일=반구대 암각화 발견(동국대학교박물관 학술조사단)

△2010년 1월=세계유산 잠정목록 ‘선정’

△2015년 3월=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 심의 ‘부결’

△2020년 2월=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 심의 ‘부결’

△2021년 2월=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 ‘선정’

△2022년 5월=세계유산 등재신청후보 심의 ‘보류’

△2022년 12월=세계유산 등재신청후보 심의 ‘보류’

△2023년 4월=세계유산 등재신청후보 심의 ‘선정’

△2023년 7월=세계유산 등재신청대상 심의 ‘선정’

△2023년 8월=등재신청서 초안 제출

△2024년 1월=등재신청서 영문 최종 제출

△2024년 3월=세계유산센터 등재신청서 완성도 검사 통과

△2024년 5월=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 현장 실사 개최

△2024년 11월=세계유산센터 자문기구 종합토론심사 참석

△2025년 5월=자문기구 최종 평가 결과 통보(등재 권고)

△2025년 7월 12일=반구천의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