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똑같은데 서울·지방 양도세 하늘과 땅 차이 "과세 불평등 심화"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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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2억 원 집 1채 양도세 0
지방 6억 2채 양도세 7000만 원
"주택 규모·소득 따라 과세를"

금련산 전망대 바라본 부산 시내. 해운대구, 수영구 도심 아파트 전경. 부산일보DB 금련산 전망대 바라본 부산 시내. 해운대구, 수영구 도심 아파트 전경. 부산일보DB

보유 주택 수에 따라 세율을 차등하는 현행 세제 시스템이 서울과 지방의 집값 초양극화를 부추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씩 양도소득세 차이가 발생하는 탓에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만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10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박훈 교수팀에 의뢰한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세제는 서울 1주택자를 지방 다주택자보다 우대하는 결과를 불러오고 있다.

연구진은 서울에 12억 원짜리 아파트 1채를 보유한 A 씨와 지방에 각각 6억 원인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B 씨가 10년간 보유한 아파트 한 채를 매도하는 사례를 가정했다. 집값 상승률이 50%로 같아 A 씨는 6억 원, B 씨는 3억 원의 차익을 봤다. 이때 A 씨에게는 양도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1주택 비과세 요건(거래가액 12억 원 초과부터 과세)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주택자인 B 씨에게는 먼저 판 주택에 일반 과세가 적용돼, 양도세 7000만 원을 부담하게 된다. 3억을 더 번 A 씨가 세금을 더 적게 내는 것이다.

8억 원에 산 아파트를 20억 원에 팔아 똑같이 12억 원의 차익을 얻은 경우에도 주택 수에 따라 양도세 부담이 달라진다. 장기보유특별공제(보유 기간 15년·거주 기간 10년 가정)와 2주택 여부 등에 따라 양도세가 적게는 1800만 원부터, 많게는 7억 1400만 원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양도소득이 같아도 고가의 1주택 보유자는 2주택 이상을 보유한 사람보다 극히 적은 세금을 내는 경우가 있다”며 ”이는 주택 규모나 양도소득의 크기가 아닌 주택 수를 기준으로 비과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중과세율 적용을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주택 수에 따라 중과세율(10~30%포인트)을 매기도록 했으나, 2022년 5월부터 1년씩 세 차례 양도세 중과가 유예된 상태다.

연구진은 “현행 세제는 주택 수에 따른 세 부담 격차가 지나치게 커 납세자 행태에 왜곡을 초래하고, 조세 회피를 유발한다”며 “주택 수가 아니라 양도차익 또는 자산 총액에 따라 세율에 차등을 두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서울 아파트 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라 지난해 평균이 13억 2000만 원이었던 점을 고려해 ‘1주택자 비과세 기준 12억 원’ 조정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주택 수 기준 과세는 지방으로 주택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다주택자를 잡기 위한 규제 탓에 전국의 부동산 자본이 서울로 집중돼 가격 상승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동아대 부동산학과 강정규 교수는 “시대착오적인 다주택자 규제는 결국 서울만 살리고 나머지 지방은 모두 죽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개인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에 따라 세금을 매기거나 지방에 두 번째 주택을 살 경우 이를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하는 등의 과감한 정책적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동산R114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서울 집값이 잡히지 않는 이유는 세제 때문”이라며 “고가 주택 소유자가 보유세 부담을 크게 느끼고, 보유가 부담된다면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양도세·취득세 중과세는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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