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유일 이재명 1위, 강서구 '스윙 스테이트' 급부상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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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대 세대 많은 신도시
명지 1·2동, 신호동 특히 강세
부산 지역 민심의 변화 상징
지난해 총선 땐 국힘 선택
개인 경쟁력·공약 따라 유동적
내년 지방선거 결과에 이목

부산 강서구는 부산 16개 구·군 중 유일하게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보다 많이 득표했다. 명지오션시티 전경. 정종회 기자 jjh@ 부산 강서구는 부산 16개 구·군 중 유일하게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보다 많이 득표했다. 명지오션시티 전경. 정종회 기자 jjh@

부산에서 가장 젊은 도시로 꼽히는 강서구가 내년 지방선거 ‘스윙 스테이트’로 급부상하고 있다. 강서구는 지난해 4·10 총선에선 국민의힘에 더 많은 표를 줬지만, 이번 대선에선 부산에서 유일하게 더불어민주당 손을 들어줬다. 강서구는 10여 년 전부터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젊은 층 인구가 꾸준히 유입됐는데, 이들의 표심이 선거 때마다 유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에 내년 지방선거에서 강서구가 어떤 후보 손을 들어줄지 이들의 민심 향배가 주목된다.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부산 16개 구·군 중 이재명 대통령이 유일하게 승리한 곳은 강서구다. 이 대통령은 강서구에서 45.75% 득표율을 얻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45.17%)에 0.58%포인트(P) 앞섰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강서구 9개 동 중에서 명지1동과 명지2동, 신호동이 이 대통령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은 명지1동에서 1만 3610표를 얻어 김문수 후보(1만 2088표)보다 1522표 앞섰다. 명지2동에선 이 대통령(7757표)이 김문수 후보(7394표)에 363표 차이로 승리했다. 올해부터 녹산동에서 분리된 신호동에선 이 대통령(4298표)이 김 후보(3840표)를 458표 차이로 따돌렸다.

눈에 띄는 대목은 지난해 4·10 총선에선 명지1동과 명지2동 모두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에게 표를 줬다는 점이다. 김 의원은 명지1동에서 1만 3766표, 명지2동에선 8569표를 받아 민주당 변성완 후보에 각각 2124표, 592표 차이로 승리를 거뒀다. 불과 1년 만에 이들의 민심이 뒤바뀐 것이다.

강서구 표심이 이처럼 유동성이 큰 것은 젊은 층이 많이 거주하는 신도시라는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강서구는 지난달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 기준 평균 연령이 40.8세로 부산에서 가장 젊은 도시다. 명지1동은 국제신도시가, 명지2동에는 오션시티 등 아파트가 조성되면서 경남과 서부산권에 거주하던 젊은 층 인구 유입이 확 늘었다. 명지1동과 명지2동에만 강서구 전체 유권자(11만 2618명) 절반이 거주한다. 수변도시를 표방한 에코델타시티 입주가 몇 년 내로 완료되면 강서구는 지금보다 인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강서구 신도시에는 공항과 항만, 산단 등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며 일정 수준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동부산권과 비교해 도시 인프라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어 주민들의 원성이 높다. 강서구는 교통망이나 교육 등 각종 생활 인프라가 해운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학생 수는 많은데 학교와 병원은 부족하고 지하철은 다니지도 않는다. 생활 인프라는 집값에도 영향을 미쳐 주민들이 예민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이에 지난해 총선에서 김도읍 의원은 교통망 확충 등 지역 밀착형 공약을 내세웠고, 이 같은 전략이 주효해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정치권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강서구 지역위원회도 지난 총선 패배 경험을 토대로 전략적으로 선거 유세를 펼쳤다. 이 대통령의 해운물류 대기업 이전 등 부산 공약이 현실화된다면 물류가 집적돼 있고 신공항이 추진되는 강서구가 가장 수혜받을 수 있다는 정책 설명을 앞세웠다. 부산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대선에서 명지1동과 2동, 녹산동과 신호동을 집중 공략했다”며 “물류기업 이전, 가덕신공항 등으로 미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고 강서구가 혜택을 많이 볼 것이라는 점을 주민들에게 설명한 게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강서구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격전지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입장에선 강서구는 보수 아성을 깨트릴 만한 곳으로, 국민의힘 입장에선 보수 텃밭 균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개혁신당 등 제3당도 마찬가지로 지자체장에 도전해 볼 만한 지역으로 꼽을 수 있다. 각 정당도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선거 전략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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