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발뺌은 예견된 결과…정부, 더 적극 나섰어야”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지역 건설업계 목소리

주관사 빠진 컨소시엄 무산 수순
“대선 앞두고 눈치보다 포기했을 수도”
4차례 유찰 등 입찰서부터 갈등
“정부, 선제 조치 충분히 취했어야”

가덕신공항이 들어설 부산 강서구 가덕도 전경. 김경현 기자 view@ 가덕신공항이 들어설 부산 강서구 가덕도 전경. 김경현 기자 view@

가덕신공항 부지조성 공사기간 연장을 주장해온 현대건설이 공사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를 중심으로 지역 건설업계에 파장이 인다. 현대건설의 무책임한 태도는 물론이고 사태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뒷짐만 지고 있었던 정부를 향한 날선 비판도 나오고 있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달 30일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공사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안전과 품질 확보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공기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대건설의 단독 입장이며 컨소시엄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고 하지만, 주관사가 빠진 컨소시엄이 유지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에는 부산과 경남 건설사 14곳이 참여했고, 이들의 지분율을 모두 합하면 11%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참여한 건설사 대표는 “주관사가 컨소시엄에서 빠지게 됐으니, 아무래도 컨소시엄은 무산되는 수순으로 진행되지 않겠나”라며 “지역 건설업계의 일원으로서 너무나 안타깝다. 새 판을 짜기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컨소시엄이 구성돼도 공사기간 연장은 불가피할 지 모른다”고 전했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또 다른 지역 건설사 임원은 “대선을 앞두고 가덕신공항을 둘러싼 정치적 지형이 흔들리면서 현대건설이 먼저 발을 뺀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20년 전부터 외쳐온 지역의 숙원사업이자 균형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프로젝트가 정치 논리에 또다시 오염될까 걱정된다. ‘고추 말리는 지방 공항’식 프레임이 씌워져 공항 건립 사업 자체가 무산돼선 안될 일”이라고 했다.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정부의 의지 부족이 고스란히 드러난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부산의 한 건설업체 대표는 “국토부 등 중앙부처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인천국제공항이 유일한 허브 공항이어야 한다는 수도권식 논리가 내제된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가덕신공항 건설사업은 입찰서부터 4차례나 유찰되는 등 삐걱거렸다. 공기 등을 둘러싼 갈등이 뻔히 예상됐던 건데 정부가 나서 현대건설과 미리 조율을 하든, 거래를 하든 뭔가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컨소시엄의 또다른 지역 건설업체 관계자는 “가덕신공항 건설의 공사기간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부지 조성과 별개로 방파제 공사 등 먼저 시행할 수 있는 일들이 여럿 있다”며 “정부나 부산시가 그런 노력을 해보려고 하지도 않고 무조건 컨소시엄에게 날짜만 맞추라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건설사만 꼬집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 강원일보
    • 경남신문
    • 경인일보
    • 광주일보
    • 대전일보
    • 매일신문
    • 전북일보
    • 제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