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늘봄학교’ 보수단체 개입 의혹에 전수조사 착수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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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박스쿨, 강사 자격증으로 회원 모집
특정 후보 지지 댓글팀 운영 의혹
교원단체 “강사 관리 체계 전면 개편”


부산일보DB 부산일보DB

학교 방과후 프로그램 ‘늘봄학교’에 보수 성향 단체가 개입해 특정 이념을 주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교육당국이 전수조사에 나섰다. 강사 자격증 발급부터 콘텐츠 심사, 사업 추진 과정까지 시스템 전반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교원단체는 강사 관리 체계 전면 개편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교육부는 1일 “늘봄학교 프로그램 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모든 기관을 점검하고, 리박스쿨과 한국교육컨설팅연구원 간의 관련성을 전수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보수 성향 단체인 리박스쿨이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 발급을 미끼로 회원을 모집한 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왜곡된 역사관을 주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리박스쿨은 ‘자손군(자유손가락군대)’이라는 이름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댓글팀을 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리박스쿨 대표는 '한국늘봄교육연합회'라는 명의로 서울교대에 과학·예술 분야 프로그램 협력을 제안했다. 서울교대는 내용을 검토한 후 이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한국늘봄교육연합회 프로그램은 서울 지역 10개 학교에 공급됐다. 서울교대는 현재 프로그램 운영 중단과 업무협약 취소를 검토 중이다.

리박스쿨이 활용한 자격증은 ‘창의체험활동지도사’다. 이 자격은 다양한 미래직업과 진로 정보를 제공하고 동아리·봉사·진로 활동을 지도하는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을 목적으로 한다. 해당 자격증은 민간자격으로 교육부에 등록만 되어 있으며, 발급과 운영은 한국교육컨설팅연구원이 맡고 있다.

교육부는 “민간자격은 ‘자격기본법’에 따라 누구나 주무부처에 등록할 수 있고, 법률상 금지되지 않는 한 등록이 허용된다”며 “늘봄학교 강사는 특정 자격 보유 여부와 무관하게 학교에서 프로그램 내용과 강사 자질을 평가해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교원단체들은 교육부를 향해 강도 높은 규탄과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부산교사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사태는 학교가 특정 이념 주입의 수단으로 악용된 심각한 사건”이라며 “리박스쿨 관련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교육부의 무리한 늘봄학교 사업 확대가 강사 검증 부실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질적 기반 검토 없이 사업을 전시적으로 확대했고, 그 부담을 각 학교에 전가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부산교사노조는 실질적 대책으로 △리박스쿨 관련자 처벌 △강사 선발 및 콘텐츠 운영 검증 체계 개편 △지역 아동센터 중심의 공공 돌봄 체계 전환 등을 요구했다. 특히 민간 공모 방식으로 이뤄지는 현행 강사 선발 구조에 대해 공공성과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강사 자격 기준을 국가 차원에서 엄격히 관리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부산교사노조 김한나 위원장은 “공교육이 특정 정치세력의 입지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이번 사태는 성과주의에 몰두한 관료적 정책이 공교육의 신뢰를 훼손한 참사로, 정부는 책임 있는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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