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세계 경제, 안전자산 ‘금·달러예금’ 고공행진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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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에 세계 경제 혼란
투자자들 안전자산 선호 뚜렷
금값 최고 찍으며 골드바 품귀
달러예금 607억 달러대로 증가
금 연동 가상자산도 연일 강세

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약세를 보이며 전장 대비 3.3원 내린 1,420.0원에 개장했다. 연합뉴스 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약세를 보이며 전장 대비 3.3원 내린 1,420.0원에 개장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으로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극대화되며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날로 뚜렷해지고 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연일 고공행진 중이고, 이에 연동된 가상자산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또 약세를 보이는 미국 달러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저가 매수세도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증대에 따라 시중의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빠르게 쏠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금 투자다. 연초부터 지속된 골드바 품귀 현상은 아직까지 일부 지속되는 상황이다.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이달 들어 17일까지 207억 8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인 지난해 4월 한 달 동안 총 99억 4000만 원이 팔린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이다.

통장 계좌를 통해 금을 사고팔 수 있는 골드뱅킹 잔액도 급증했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지난 17일 기준 골드뱅킹 잔액은 1조 649억 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023년 4월 말(5239억 원)과 비교하면 2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한 규모다.

금 가격이 연일 급등하는 속에서도 투자자들이 투자를 지속하는 것은 그만큼 경제 불확실성이 극대화됐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경제 상황에 민감한 자산가들의 금 선호 현상이 뚜렷하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국내 부자 세 명 중 한 명이 금에 투자했거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국제 금 가격은 지난달 15일 현물 기준 온스당 3000달러를 첫 돌파한 데 이어 이날 장중 3393.34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뒤 오후 3시 58분 기준 3391.9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가 당분간 장기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시장에 확산하며 금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아, 앞으로도 금값은 고공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실제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금값이 올해 말까지 3700달러, 내년 중반에는 4000달러까지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NH투자증권 황병진 연구원은 “미국의 보편·상호 관세 정책 강행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경계심도 사상 최고의 금 가격 랠리를 지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최근 관세전쟁 여파로 환율이 하락했지만, 달러화 역시 아직은 투자자들 입장에서 믿을 수 있는 안전자산이라는 이유에서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 17일 기준 달러예금 잔액은 607억 44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 580억 2000만 달러보다 4.7% 증가한 수준이다.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이달 들어 563억 5000만 달러까지 감소했지만, 이후 40억 달러 넘게 다시 증가했다.

이는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며 달러 가치가 하락했는데 투자자들이 이른바 ‘저가 매수’에 나선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환율은 미국 상호 관세가 발효된 지난 9일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484.1원으로,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2일(1496.5원)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이후 지난 17일 1418.9원까지 하락했다.

금에 연동된 가상자산들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30분 기준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금 1온스 가격에 연동된 코인인 테더골드(XAUT)는 최근 한 달 사이 12.44%, 일주일 새 4.99% 상승하며 3403.5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또 다른 금 연동 코인인 팍스골드(PAXG)도 한 달 새 11.87%, 일주일 새 4.79% 오르며 3403.87달러를 기록 중이다.

팍스골드는 실물 금과 1 대 1로 연동된 이더리움 기반 토큰으로, 소액 금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투자 접근성을 높였다. 테더골드는 스위스 금고에 보관된 실물 금을 기반으로 하며, 분할거래를 지원해 실물 금 거래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

반면 대표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은 상대적으로 완만한 상승세에 그쳤다. 현재 비트코인은 8만 7369달러로, 한 달간 3.63% 오르는 데 그쳤다. 낙폭을 만회하긴 했지만, 변동성이 심한 흐름을 보이며 금 연동자산에 비해 투자심리가 약한 모습이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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