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 공포 커지는데 ‘도로 안전 지도’ 왜 공개 안 하나
지하 매설물 분석 지반침하 위험도 평가
부산시 2023년 조사 완료 불구
“오해 부를 수도” 공개 불가 입장
자료 부정확·재산권 침해 이유
“사고 구간만이라도 공개해야”
시민들, 책임감 있는 설명 요구
부산 사상~하단선의 연이은 싱크홀 사고(부산일보 4월 14일 2면 보도 등) 탓에 발밑 공포가 극에 달하는 가운데 부산시가 부산 전역의 지반 침하 관련 정보를 담은 지도를 제작하고도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인다. 지표 투과 레이더(GPR) 탐사를 위한 내부 자료라는 것이 비공개 사유인데, 시민 불안 해소를 위해서라도 싱크홀 사고 구간만이라도 공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2023년 10월 부산 내 주요 도로 1500km 구간에 대해 ‘도로 함몰 안전 지도(이하 안전 지도)’를 제작했다. 2022년 국토교통부의 ‘공간정보우수사업’ 공모에 선정돼 국비 5800만 원으로 제작됐다.
시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GPR 장치로 싱크홀을 탐사한 실적과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지하 매설물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안전 지도를 만들었다. 도로마다 우선, 일반, 관리 등 3개 등급으로 지반 침하 위험도를 매겨 평상시 GPR 탐사에 활용하고 있다. 우선 등급이 지반이 가장 불안한 상태를 의미한다. 2023년부터 최근까지 14번의 싱크홀이 발생한 사상~하단선 공사 구간인 사상구 새벽로도 해당 지도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시는 해당 지도에 대해 ‘공개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싱크홀 발생은 지하수 수위, 지질, 지역 공사 현황 등 여러 요소가 결합하는 재해인데, 안전 지도는 5년 치 GPR 탐사 실적과 지하 매설물 자료만 활용해 부정확하다는 것이다. 또한 지반 부실 내용이 지도에 담길 경우 재산권 침해도 시는 우려하고 있다.
부산시 도로계획과 관계자는 “안전 지도를 공개했을 때, ‘내가 사는 지역이 싱크홀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싱크홀에 대한 시민 불안이 커지면서 사고 구간 일대 주민들은 지하 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사고 지역만이라도 지도 등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사고가 난 사상~하단선 일대가 상가와 주택이 밀집해 유동인구가 많고, 동서고가로도 지나고 있어 시가 객관적 자료를 통해 책임있는 설명을 할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싱크홀이 발생한 서울시는 지표투과레이더(GPR)를 활용한 도시·광역철도 건설 공사 구간과 주변 도로 탐사 결과를 다음 달까지 ‘서울안전누리’에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부산새벽시장 강만용 상인회장은 “싱크홀이 자꾸 발생하니 불안해서 잠이 안 올 지경”이라며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안전 지도는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당 지도의 신뢰성 부족이 비공개 원인이라면, 추가 예산을 투입해 시민들과 공유할 수 있는 지하 지도 제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부산시의회 김재운 의원은 “시민들의 우려가 큰 만큼 지반 침하 정보가 종합적으로 기록된 지도 제작을 위해 예산과 인력을 추가로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