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스타링크’, 국내 상륙 초읽기…2분기 서비스 개시 전망
과기정통부, 금주 ‘주파수 이용 조건’ 마련
3월 국경간 공급협정 승인 예정
늦어도 올 상반기 국내 출시 전망
국내 통신이용 패턴엔 당장 큰 영향은 없을 듯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화제를 낳았던 미국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 통신 서비스의 국내 상륙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 국내 출시에 필요한 국경 간 공급협정 승인을 오는 3월 이후로 예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14일 정보기술(IT) 업계와 당국에 따르면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3월 스타링크 코리아와 미국 스페이스X 본사가 맺은 국경 간 공급 협정에 대해 승인을 내어줄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과기정통부는 오는 17일 스타링크 서비스의 국경 간 공급협정 승인을 위한 ‘주파수 이용 조건’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경 간 공급협정 승인 이후 법제처 심사와 국무조정실 규제 심사 절차가 마무리되기까지 기간을 감안하면 스타링크 위성통신의 국내 서비스 시작은 오는 2분기(4~6월) 초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통신업계에서는 늦어도 올해 상반기 안으로 서비스 개시 시점을 예상한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주 안으로 ‘주파수 이용 조건’을 마련하면 다음 달 스페이스X로부터 의견을 들은 뒤 이용 조건을 확정할 예정이다. ‘주파수 이용 조건’이란 스페이스X와 같은 저궤도 통신위성 사업자가 위성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때 주파수 혼신 등 예상할 수 있는 부작용을 방지할 의무 등을 규정하는 것을 말한다.
과기정통부가 스페이스X에 요구할 주파수 이용 조건에는 국내 위성 보호, 타 사업자와 주파수 공유 협조 의무, 지표면 전파 보호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과기정통부는 스타링크코리아와 미국 스페이스X 본사가 맺은 국경 간 공급 협정에 대해 승인 절차에 들어가는데, 3월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스페이스X 측은 국내 서비스를 언제부터 시작할지에 대한 확정적 계획을 당국에 알리지 않은 상태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국외 사업자가 국내에 기간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국내 기간통신사업자와 국경 간 공급 협정을 맺고, 당국으로부터 이를 승인받아야 한다.
스타링크는 이를 위해 설립한 국내 법인 스타링크코리아와 국경 간 공급 협정을 맺었다. 역시 국내 진출을 추진 중인 영국의 원웹은 한화시스템과 협정을 맺었다.
스타링크 단말기에 대한 당국의 기술기준 행정 예고는 이달 15일까지다. 당초 스타링크 위성 통신 서비스가 올해 초 국내에 도입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스페이스X가 기술기준 내용의 변경을 요구하면서 행정 예고 종료 시일이 연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웹 단말기에 대한 기술기준 행정 예고는 3월 4일까지로 예정됐다.
스타링크 서비스를 국내에서 쓸 수 있다고 해도 당장 개인 이용자의 통신 서비스 사용 패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작다. 주파수를 수신하는 단말기(브이샛) 구입에 최소 20만 원(149달러)가량이 들고 월간 이용 요금도 약 14만 원(99달러)으로 휴대전화 통신보다 비싼 데 반해 전송 속도는 낮은 한계를 지니기 때문이다.
다만, 스페이스X는 단말기 비용과 스타링크 이용 요금을 점차 낮추고 전송 속도를 높이며 이용자 접근성을 개선하고 있어 상황은 변동될 수 있다. 스타링크 서비스가 당장은 국내 통신업계로부터 개인 가입자를 빼앗을 동인은 적어 보이지만 상황은 추후 바뀔 수 있다.
스타링크 서비스가 국내에 들어왔을 때 당장 큰 변화를 맞을 곳은 인터넷 연결이 쉽지 않은 선박과 항공기 내부에서의 통신 환경일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링크 위성통신 서비스를 해운사나 항공사에 재판매하는 역할을 맡게 될 국내 통신업계에서는 우선 저가 항공사를 주력 판매 대상으로 설정하고 마케팅 등 준비에 돌입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 등 대형 항공사가 기내 통신 서비스를 이미 시작해 비 대한항공 계열 저가 항공사를 스타링크 서비스의 주요 재판매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링크를 이용해 항공기 내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제공 예정인 해외 항공사는 유나이트항공, 에어프랑스, 하와이안항공, 델타항공 등이다.
인터넷 사용이 원활하지 않던 선박, 항공기 내에서 통신 환경을 제공할 목적으로 스페이스X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에 진출하는 것은 아니다.
차세대 통신인 6G를 실현하려면 스페이스X 위성과 같은 저궤도 통신 위성과 육상 기지국이 3차원으로 연결된 초고속·저지연 통신 환경이 필수적인데, 스페이스X는 이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노리고 있다. 6G는 자율주행이나 도심항공교통(UMA), 로보틱스 등 신기술에 꼭 필요한 통신 환경이다.
현재 스페이스X의 저궤도 통신 위성 점유율은 이미 압도적인 상황으로, 이 회사가 발사한 저궤도 위성 수는 지난해 9월 현재 약 7000개로 모든 활동 중인 위성의 3분의 2에 달한다. 일론 머스크의 목표 위성 수는 4만 2000개로 알려져 있다.
스페이스X에 도전장을 내민 아마존은 2029년까지 위성 3200기를 발사할 계획이고,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저궤도 통신위성 2기를 발사할 예정이다.
한편, LA를 쑥대밭으로 만든 산불에서 스타링크 통신 서비스가 제공되는 모습이 전해지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난 전시에서의 효용에다 재난 상황에서의 활용 가능성도 주목받는 분위기다. 자동차에 스타링크 단말기를 장착하면 이동식 기지국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LA 산불 현장에서 활용되는 중이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