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국제종교연합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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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마구니들의 판이다. 무리한 명령에 젊은 군인이 애꿎게 목숨을 잃어도, 축제를 즐기던 선남선녀들이 거리에서 떼죽음을 당해도, 책임지는 이 하나 없다. 자격 없는 삿된 무리들이 국가 권력을 농단하며 제 잇속을 챙겨도 죗값을 치르지 않는다. 비상계엄을 빙자한 내란 혐의 사태를 벌이고도 그 주축들은 용서를 구하기는커녕 오히려 “내가 뭘 잘못했냐”며 국민을 으른다. 온 정부 부처가 재난 진앙지이고 온 정국이 재난 대상처다. 29일 무안공항의 참사도 어쩌면 일상의 국가 시스템이 무너진 데서 비롯됐을 수 있다. 나라 꼴은 엉망이고 국민은 절망한다.

절망하는 국민에게 그나마 위안이 될 곳이 종교다. 종교는 사회가 썩지 않고 본래의 빛깔과 맛을 내도록 소금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 대중에겐 희망이 절실하고 마구니들의 잘못에는 예언자의 추상같은 꾸짖음이 필요하다. 불보살이 대중과 둘이어서는 안 될 것이고 세상은 마땅히 하느님이 보시기에 좋아야 하기에 그렇다.

그런 이유에서 30일 부산시청에서 창립총회를 가진 국제종교연합(GRUN, Gloval Religion United Nation)에 주목하게 된다. 말 그대로 여러 종교의 지도자들이 “세상을 아름답고 향기롭게 만들자”며 함께 결성한 사단법인이다. 불교에서 범어사 방장 정여 스님과 범어사 주지 정오 스님, 천주교에서 김계춘 신부와 신요한 신부, 개신교에서 임영문 목사 등이 각자 소임대로 참여한다. 국제종교연합은 종교 간 교류, 국내외 봉사, 평화운동을 중심으로 점차 활동 영역을 넓힐 예정이다.

부산에서 종교인들 간 만남은 꽤 오래됐다. 20여 년 전부터 부산종교인대화아카데미를 비롯해 부산종교인평화회의, 공동선실천부산종교지도자협의회, 열린종교시민대학, 부산종교인평화포럼 등 형태도 갖가지였다. 국제종교연합은 그 맥을 이어 새롭게 결성된 단체인 셈이다. 비록 아직은 작은 움직임에 불과하지만, 교리와 역사가 다른 종교의 지도자들이 서로 뭇 삶을 이롭게 하겠다는 마음을 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따지고 보면, 이 세상의 모든 종교는 하나의 뿌리에서 뻗어 나간 낱낱의 줄기와 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해탈이든 구원이든 결국은 하나의 진리로 통하는 법이니까. 2024년이 끝나가는 지금, 송구영신의 뜻을 깊이 새겨야 할 때다. 2025년 새해는 현 시국의 혼돈을 거두고 희망의 서광을 비춰주길 기원한다. 더불어 갓 태동한 국제종교연합의 아름다운 뜻이 면면하길 당부한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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