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수중 횡단한 잠수함에 캐나다 해군 ‘휘둥그레’
안창호함 에스퀴몰트 입항식
양국 해수 담은 상징적 모형
무기 체계·잠항 성능 등 극찬
캐나다 “새 잠수함 필요 느껴”
현지 시각 26일 캐나다 빅토리아 에스퀴몰트 해군 기지에 정박돼 있는 ‘도산안창호함’ 전경. 강대한 기자
“이번 경험을 통해 배우게 된 것은 캐나다에도 새로운 잠수함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25일(현지 시간) 캐나다 빅토리아 에스퀴몰트 해군 기지에서는 한국-캐나다 해군 연합협력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이곳에 입항한 3000t급 국산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입항식이 열렸다. 이날 데이비드 펫첼 캐나다 태평양사령관(소장)은 한국과 캐나다가 태평양을 공유하는 해양 국가라는 점을 상기하며 “태평양이 자유롭고 번영하며 안전한 지역이 되도록 해상 작전 능력을 배양하고 강화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입항식에는 3100t급 호위함인 대전함(FFG)도 함께했다. 승조원들은 입항 직전 함교와 갑판 위에 도열해 기지 부두에 있는 패첼 사령관과 임기모 주캐나다 한국대사를 향해 일제히 ‘대함경례’를 했다. 다른 함정이나 상대국에 예의를 표하는 국제적인 해군 예절이다.
환영식은 캐나다 전통 공연을 시작으로 양국 국가 연주, 화동 화환 전달, 잠수함 모형 해수 캡슐 전달 순으로 진행됐다. 잠수함 모형은 한국의 진해 앞바다에서 떠 온 물과 에스퀴몰트 바닷물을 합쳐 완성한 것으로 양국의 전략적 해양 안보 협력을 상징한다.
양국 해군 연합협력훈련에 참가하려 지난 3월 25일 창원시 진해군항을 출항한 도산안창호함은 괌과 하와이를 거쳐 캐나다 빅토리아까지 두 달간 약 1만 4000km를 항해했다. 이는 역대 국산 잠수함 최장 항해 기록이다. 한국 잠수함이 다국적 연합해상훈련(림팩)에 참여하려 하와이까지 간 적은 있지만 태평양을 횡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7일에는 캐나다 해군 잠수함사령부 소속 승조원 2명이 도산안창호함에 편승해 16일간 함께 생활하며 잠수함 운용 등을 배웠다. 이 과정에 전장 정보를 공유하는 지휘통제 체계인 ‘연합 C4I 체계’로 캐나다 해군 태평양 사령부와 교신에도 성공했다. 국산 잠수함이 이 체계를 이용해 캐나다 태평양함대와 교신한 것 역시 최초다.
이는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CPSP) 수주전에서 한화오션이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즈(TKMS)에 맞서 꺼낸 실전 카드로, NATO 동맹국과의 연동 가능성을 작전 환경에서 직접 입증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현지 시각 26일 캐나다 빅토리아 에스퀴몰트 기지에서 열린 ‘도산안창호함’ 입항 환영식에서 데이비드 펫첼(왼쪽) 캐나다 태평양사령관이 잠수함 모형을 전달받고 있다. 강대한 기자
CPSP는 1998년 취역한 2400t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할 3000t급 최신 잠수함 12척을 도입하는 사업이다. 건조 비용만 20조 원, 향후 30년간 이어질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포함한 전체 사업 규모는 6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내로라하는 방산업체가 도전장을 내밀었고, 한화오션과 TKMS가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이르면 내달 최종 승자가 가려진다.
한화오션은 도산안창호함(KSS-III 배치-I) 보다 성능이 향상된 3600t급 장영실급(KSS-III 배치-II)을 제안한다. 장영실급은 세계 최초로 공기불요추진체계(AIP)와 리튬이온전지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체계를 갖췄다. 여기에 어뢰·유도탄 등 무장을 늘리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수직 발사관까지 탑재한다.
캐나다 현지에선 이 모델이 이미 건조돼 실제 작전에 투입돼 운영되고 있는 데다, 빠른 납기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올해 계약이 성사되면 2035년 이전 4척을 우선 인도한 후 연 1척씩 추가해 2043년까지 총 12척을 공급한다는 구체적인 로드맴까지 제시했다. 반면 TKMS의 ‘타입 212CD’ 아직 설계 단계의 기종이다.
현지에선 이용철 방사청장과 김경률 해군참모총장 등 정부 지원군도 수주전 지원에 합류해 적극 뛰고 있다. 현지 언론 보도도 우호적이라 한화오션이 수주 경쟁에서 한 발 더 다가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부 언론은 도산안창호함에 시승한 캐나다 해군 장병들 인터뷰를 토대로 기존 잠수함을 ‘1999년식 혼다 시빅’에 비유한 반면, 한국 잠수함은 ‘신형 테슬라’라며 극찬을 쏟아냈다고 보도했다.
김경률 해군참모총장은 “캐나다 근해에서 한국과 캐나다 해군이 함께 훈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훈련을 위해 캐나다 잠수함 승조원 2명이 우리 잠수함 체험을 한 것도 지금까지 없던 협력이므로 굉장히 중요한 모멘텀”이리며 “양국 간 협력 범위를 양적·질적으로 높일 좋은 기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지 시각 26일 캐나다 빅토리아 에스퀴몰트 해군 기지에서 열린 ‘도산안창호함’ 입항 환영식 모습. 강대한 기자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