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음악은 끝났지만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도용복 사라토가 회장
지난 2일 토요일, 부산콘서트홀에서는 제15회 부산사람 이태석기념음악회가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 속에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객석을 떠나지 못한 관객들의 표정에는 깊은 울림과 여운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한 편의 훌륭한 음악회를 본 감동이 아니라, 한 사람의 숭고한 삶과 정신을 함께 기억했다는 감동이었을 것이다.
고 이태석 신부는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에서 평생을 가난하고 병든 이웃들과 함께하며 사랑과 봉사의 삶을 실천한 인물이다. 의사이자 사제였던 그는 의료와 교육, 그리고 음악을 통해 절망 속의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했다. 우리는 흔히 그를 ‘울지마 톤즈’의 주인공으로 기억하지만, 그의 삶은 단순한 미담이나 다큐멘터리로만 남기에는 너무도 깊고 크다.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했던 삶,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누며 희망을 전했던 정신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가치이기도 하다.
이태석기념음악회는 바로 그러한 정신을 기억하고 이어가기 위해 시작되었다. 15년 전 부산사람이태석기념사업회 이장호 이사장의 제안으로 출발한 이 음악회는 “이태석 정신을 널리 전파하자”는 뜻 아래 지역 예술인들의 자발적인 재능기부와 동참으로 이어져 왔다.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자는 마음으로 시작된 음악회가 어느덧 15회를 맞이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이 15년의 시간을 한결같이 지켜오며 음악회의 중심을 잡아온 인물이 있다. 바로 오충근 지휘자이다. 오 지휘자는 단순히 무대를 이끄는 음악감독의 역할을 넘어, 이 신부의 정신을 음악으로 구현하고 시민들과 나누는 데 큰 역할을 해 왔다. 매년 이어지는 공연을 준비하며 수많은 예술인들과 호흡을 맞추고, 음악회의 방향성과 품격을 지켜온 그의 헌신은 결코 가볍지 않다. 무엇보다 상업성과 화려함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이라는 본질을 지켜왔다는 점에서 그의 역할은 더욱 뜻깊다.
이날 무대에 오른 출연진의 진정성 있는 연주는 음악회의 의미를 더욱 빛나게 했다. 수준 높은 연주와 노래는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으며, 무대 위의 음악은 화려한 기교보다 진심이 앞섰다. 출연자 모두가 이 신부의 정신을 음악으로 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무대에 올랐고, 그 진심은 객석에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공연이 끝난 뒤 오랫동안 이어진 박수는 찬사를 넘어 감사와 존경의 표현이었다.
기념음악회는 초기에는 협의의 목적에서 출발하지만, 시간이 축적되면서 도시의 문화적 자산으로 확장된다. 이제 15회를 맞은 이태석기념음악회 역시 부산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이번 음악회가 15회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역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후원이 있었다. 특히 특별후원에 나선 BNK부산은행은 지역을 대표하는 금융기관으로서 부산의 문화예술과 사회적 가치를 함께 지켜나가는 모범을 보여주었다.
지속적인 공연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재정적 기반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부산 공연예술계에서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음악회는 예술인들에게 단비 같은 존재다. 단순히 한 번의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들에게 창작과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시민들에게는 문화적 자긍심을 심어주는 역할을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경제적 풍요 속에서도 마음의 빈곤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일수록 이 신부가 남긴 삶의 가치는 더욱 소중하다. 그리고 그 정신을 음악으로 기억하고 이어가는 이태석기념음악회의 존재는 우리 사회를 더욱 따뜻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제15회 이태석기념음악회는 끝났지만, 그날의 감동과 메시지는 오래 남을 것이다. 음악은 끝났지만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