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범죄 피해자의 생존기이자 연대기
■탁월한 피해자/곽아람
탁월한 피해자. 생각의힘
스토킹 범죄 피해자인 기자가 쓴 책이다. 기자는 자신이 쓴 기사와 회사 일로 진행한 팟캐스트를 통해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 의해 범죄 대상이 됐다. 2021년 6월 피해 사실을 인지했고, 그해 11월 가해자를 처음 고소했다. 책은 이후 형사 여섯 건, 민사 한 건 등 총 일곱 건의 소송을 진행하며 겪은 투쟁기이자 생존기이다.
고소와 수사기관 조사, 재판을 통해 겪은 피해자의 세계는 불합리로 가득했다. 무엇보다 이해가 되지 않은 건 형사사건 피해자는 재판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현실이었다. 자신이 피해를 본 사건기록조차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자 권리에 무관심한 시스템에 분노한다. 동시에 무죄 추정 원칙, 피고인 방어권, 절차적 정의라는 이름 아래 가해자의 권리가 더 존중되고 과하게 보호받는 시스템이 정당한지 질문한다.
24년 차 팀장급 기자는 책머리부터 자신이 ‘순진했다’라고 고백한다. 성범죄 피해자이니 당연히 국가가 지켜주리라 믿었고, 업무 과정에서 범죄 표적이 됐으니 회사도 자신을 보호해 줄 거라 확신했지만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았다’라고 되뇌었다.
스스로 “명문대를 졸업하고, 이른바 ‘대한민국 1등 신문사’ 기자로 일하면서, 제법 탄탄한 인맥을 갖췄다”고 말하는 저자의 생각은 “나도 이렇게 힘든데 다른 피해자들은 어떻게 버티고 있는 걸까”로 이어진다. 책이 기자의 기록이자 동시에 ‘피해자 연대기’로 읽히는 이유이리라.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 씨는 추천사에서 “우리 사회의 지독한 민낯을 비추는 거울이자 피해자들의 마음을 정확히 대변하는 완벽한 해설지”라고 소개했다. 곽아람 지음/생각의힘/452쪽/1만 9800원.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