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도심 재생의 핵심 축 '동천 살리기'에 지혜 모아야
시민단체 '도심 대개조' 시장 후보에 제안
수질 개선 넘어 도시 경쟁력 차원 접근을
부산 국제금융단지를 휘돌아 북항으로 이어지는 동천. 부산에서 세 번째로 긴 이 하천은 오랫동안 ‘죽은 하천’이라는 오명을 쓴 채 도심 한가운데 흉물로 방치돼 있었다. 최근 강바닥에 매설된 해수관로의 누수를 정비하기 위해 물을 빼내자 썩은 흙이 드러났고, 인근 상인과 주민들은 극심한 악취에 시달려야 했다. 이 해수관로는 바닷물을 끌어올린 뒤 다시 흘려보내 수질을 개선하려 설치된 것이다. 이 해수 도수에만 2000억 원 이상이 투입됐지만 근본 해결책이 되지 못했고, 성지곡 담수 유입 역시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생태 복원과 도시 재생은커녕 수질조차 개선하지 못한 동천은 부산 도시 정책이 보여 준 단기 처방식 행정의 한계를 드러낸 사례라 할 만하다.
시민단체 ‘숨쉬는동천’이 11일 동천 생태 복원과 원도심 재생을 연계한 ‘부산 대개조 프로젝트’를 제안한 것은 그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복개를 허물고 부전천·당감천·가야천 등 지천을 연결하는 ‘부산형 블루 네트워크’를 구축하자고 부산시장 후보자들에게 제안했다. 부산 원도심을 관통하며 여러 물줄기와 이어진 동천을 생태·문화·관광 거점으로 키워 도시 경쟁력의 중심축으로 삼자는 것이다. 지역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며 6·3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각 정당의 후보들이라면 동천 부활이 수질 개선을 넘어 도심 재생과 활력 회복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모를 리 없다.
이른바 ‘동천 난제’를 둘러싸고 부산시장 후보들도 해법 제시에 나서고 있다.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는 성지곡수원지부터 북항까지 10㎞ 생태 축을 조성하고, 여기에 대심도 터널과 BuTX(부산형 급행철도) 공사 과정에서 확보한 지하 담수를 활용해 물길을 복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정이한 후보는 생활 오수 유입과 악취 문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하고, 보행 환경과 녹지 공간을 정비해 서면·문현·북항을 연결하는 도시재생 축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는 동천 문제를 부산 도시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과제로 규정하고, 시민과 전문가 의견을 반영한 항구적인 수질 개선 대책을 약속했다.
동천을 둘러싼 장밋빛 계획은 수없이 나왔지만 번번이 단기적인 하천 정비 사업에 그쳤다. 수계와 비점 오염원 경로가 다양한 데다 수질 개선과 도시재생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단일 해법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산처럼 산과 바다, 원도심과 신도심이 단절된 도시일수록 물길을 활용한 공간 재편 전략이 중요하다. 그 중심에 동천이 있다. 6·3 지방선거는 지역의 미래를 놓고 공론장이 펼쳐지는 공간이다. 후보자들은 동천 공약이 결국 부산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구체적이고 지속 가능한 청사진이 제시될 때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