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부산, 바다 위에 미래를 짓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류동근 국립한국해양대 총장

동삼혁신클러스터·부산항·북항 기반
에너지·기술 융합 오션밸리 전략으로
세계적 해양 디지털 허브 도약시켜야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해양국가이지만, 그 잠재력을 온전히 산업과 미래 성장동력으로 연결하는 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세계는 이미 해양을 단순한 물류의 공간이 아니라 데이터와 에너지,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산업 플랫폼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전환의 시대에 부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동삼혁신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한 ‘오션밸리(Ocean Valley)’ 구상은 부산을 세계적 해양 디지털 허브로 도약시키는 국가 전략으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부산은 이미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부산항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국립한국해양대학교를 비롯한 해양 특화 교육·연구기관과 해양수산 관련 공공기관들이 집적된 동삼혁신클러스터는 다른 어떤 도시도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독보적인 기반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자산들을 단순한 ‘집적’이 아니라 ‘융합’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오션밸리 전략의 핵심은 명확하다. 첫째, 부산항을 중심으로 해운·항만·물류 데이터를 통합하는 ‘해양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선박 운항 정보, 화물 흐름, 항만 운영 데이터는 이미 방대한 규모로 축적되고 있지만, 이를 통합·분석하여 산업적 가치로 전환하는 체계는 아직 미흡하다. 만약 부산이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분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단순한 항만을 넘어 ‘세계 해양 데이터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다.

둘째, 동삼혁신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해양 산업과 기술을 결합한 고부가가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조선·해양기자재·해양에너지 기업들이 연구개발(R&D) 기능과 함께 집적되고, 여기에 데이터와 AI가 결합될 때 비로소 새로운 산업이 탄생한다. 이는 기존 제조 중심 산업 구조를 ‘디지털 기반 해양산업’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셋째, 해양 특화 창업 생태계 조성이 필수적이다. 지금까지의 창업 정책은 대부분 IT나 플랫폼 중심으로 설계되어 왔지만, 해양 분야는 여전히 미개척 영역이다. 동삼혁신클러스터를 ‘해양 스타트업 밸리’로 육성하고, 공공기관과 항만을 실증 테스트베드로 제공한다면 부산은 해양 분야의 실리콘밸리로 성장할 수 있다. 특히 대학과 연구기관이 창업의 중심에 서는 구조를 만든다면 지속가능한 혁신 생태계가 형성될 것이다.

넷째, 오션밸리는 해양관광·레저 산업 육성과 연계되어야 한다. 앞으로의 해양산업은 물류와 제조만으로 성장할 수 없다. 해양관광, 크루즈, 마리나, 요트, 해양스포츠, 해양문화 콘텐츠 산업까지 함께 성장해야 진정한 글로벌 해양도시가 완성된다. 부산은 광안리·해운대·영도·북항·오륙도·가덕도 등 세계적 수준의 해양 관광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산업과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오션밸리 전략은 동삼혁신클러스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향후 북항과 신항까지 연결하는 ‘부산 해양 디지털 트라이앵글 전략’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동삼혁신클러스터가 해양 데이터·연구·창업의 중심이라면, 북항은 국제 비즈니스와 교육·연구·국제협력의 중심지로, 신항은 스마트 물류와 AI 기반 자동화 항만의 실증 현장으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특히 북항 재개발지역은 부산 오션밸리 전략의 핵심 확장축이 되어야 한다. 북항에는 대학 캠퍼스와 해양 연구기능을 집적하여 ‘도심형 글로벌 해양캠퍼스’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국립한국해양대학교의 교육·연구 기능과 국제협력 기능을 북항으로 확장한다면, 학생·연구자·기업·국제기구가 함께 연결되는 개방형 혁신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캠퍼스 이전이 아니라 산업과 교육, 연구와 창업이 융합되는 미래형 해양지식도시 모델이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동삼혁신클러스터-북항-신항을 하나의 거대한 해양 디지털 산업벨트로 연결하는 것이 오션밸리 전략의 완성형이다. 이는 단순한 지역 개발이 아니라 부산 전역을 하나의 초대형 해양 혁신 플랫폼으로 재편하는 국가 프로젝트가 되어야 한다.

지금 세계는 ‘누가 데이터를 지배하느냐’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바다는 더 이상 물류의 통로가 아니라 데이터가 흐르는 거대한 산업 플랫폼이다. 부산이 이 흐름을 선도할 수 있는 조건은 이미 갖추어져 있다. 남은 것은 선택과 실행이다. 동삼혁신클러스터에서 시작되는 오션밸리는 단순한 지역 개발 프로젝트가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해양강국을 넘어 ‘해양 디지털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다. 그리고 그 비전은 동삼동을 넘어 북항과 신항까지 확장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부산이 바다 위에 미래를 짓는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그 해답은 지금 우리의 전략과 실행에 달려 있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당신을 위한 P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