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첫 법정공휴일 맞은 노동절, 취약 지대 노동자 잘 살펴야
노동법 사각 소규모 기업 휴일수당 예외
일하는 사람 권리 두루 누리는 사회 돼야
지난해 노동절을 맞아 1일 부산 부산진구 전포대로 일대에서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주최로 열린 2025 세계노동절 부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올해부터 5월 1일 ‘근로자의 날’이 ‘노동절’로 바뀌고 법정공휴일로 지정된 것은 시대적 맥락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일하는 사람의 존엄과 권리를 국가가 보장하겠다는 다짐이라서다. 노동절은 1886년 5월 1일 미국 시카고의 8시간 노동제 요구 시위에 연원을 둔다. 국내는 1923년부터 노동절로 기념해 오다가 1963년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근로자의 날’로 사용해 왔다. 무려 62년 만의 노동절 복원이다. AI(인공지능)와 로봇이 일터를 잠식하는 시대에, 노동절이 이름을 되찾고 법정공휴일이 된 의미는 분명하다. 땀을 흘려 생계를 잇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존중받는 원칙을 확인하는 날이어야 한다.
이번 노동절은 법의 사각지대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때 진정한 의미가 있다. 지방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압도적으로 많고 그중 5인 미만의 소규모 비율이 압도적이다. 5인 미만의 경우 주 52시간제가 제한되고 연차 유급휴가, 일부 수당이 적용되지 않는다. 2023년 기준 부산의 5인 미만 사업장은 34만 7000여 곳으로 전체의 86.6%를 차지하고, 고용자 수는 전체의 3분의 1에 달한다. 노동절에 근무하면서 법정공휴일 지정의 기쁨을 공유하지 못하는 노동자가 너무 많다. 더 큰 문제는 매년 1만 건이 넘는 근로기준법 위반 신고가 되풀이되는 점이다. 일터의 불평등 해법이 시급하다.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필수적 과제다.
법의 보호 밖에 놓인 노동 약자는 5인 미만 사업장만이 아니다.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공공부문 단기 계약직 등 너무 많다. 최근 경남 진주 CU 물류센터 앞 화물연대 집회 현장에서 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에서 보듯이 고용 구조의 복잡성이 갈등을 심화하고 있다. 정부가 공공부문 단기 계약직에게 ‘공정수당’을 추진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왜 별도의 수당이 필요할 정도로 불안정한 처우가 방치됐는지부터 물어야 한다. 특고와 플랫폼 노동은 물론이고 다양한 비정형 노동은 이제 예외가 아니라 구조가 됐다. 개별 사업장이나 업계의 선의에 맡겨서는 해결되기 어렵다. 숙의를 통해 사회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는 모두 일과 연결되어 있다. 청년층의 구직난은 결혼·출산에 영향을 미쳐 인구 문제로 파급되고, ‘그냥 쉬었다’는 2030의 증가는 세대 단절을 초래한다. 저임금 비정규직과 특수고용직 양산에 따른 불평등 심화는 사회적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정년 연장과 연금 개혁, 주 4일제 모두 일하는 사람을 위해 풀어야 할 난제이고, 해법을 찾아야 미래로 전진할 수 있다. 노동절이 진짜 노동절이 되려면 노동의 권리가 시혜가 아니라 사회가 보장하는 기본 질서가 돼야 한다. 국가와 기업, 노동이 공유하는 전략적 공동선이 필요하다. 그래야 노동의 존엄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힘없는 노동자들까지 혜택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