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상을 바꾸는 ‘담대한 혁명’
■이웃집 극우/권수정 외
12·3 내란 후 극우정치 급성장
민주공화국 기본 제도들 파괴
극우와 보수 개신교 동맹 위험
투표 중요성·돌봄 확대 필요성
12·3 내란 이후 극우 세력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1월 19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한 윤석열 지지자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12·3 내란 이후 극우 세력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1월 19일 윤석열 지지자들이 경찰 방어선을 뚫고 서울서부지방법원을 파괴하는 모습. 연합뉴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이 일으킨 친위 쿠데타는 일단 진압됐다. 윤석열 일당은 현재 수감 상태로 재판을 받는 중이며, 그 죄의 무거움에 상응하는 단죄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이 풀어놓은 위험천만한 흐름은 진정되지 않았다. 언제든 다시 들고 일어나 민주공화국을 뒤흔들 수 있는 세력으로 살아 꿈틀댄다. 바로 극우 정치의 광풍이다.
내란 정국에서 가장 충격적인 순간을 묻는 질문에 12월 3일 밤을 이야기하는 이도 많지만, 1월 19일 새벽이라고 답하는 이들도 많다. 이날은 윤석열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해 극우 폭도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을 파괴했다. 폭력으로 얼룩진 대한민국 역사에서도 사법부 청사 습격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내란 정국에서 극우화 흐름은 이 같은 극적인 장면에서만 모습을 드러낸 게 아니다. 모임의 회원이 “비상계엄을 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거나 명절에 모인 친척 중 ‘부정선거론’ ‘중국간첩론’이라는 단어를 듣게 되며 예기치 않은 ‘극우’의 얼굴과 마주할 수 있었다. 언론에 나오는 태극기 시위대, 법원 난입 폭도처럼 별난 극소수로 치부할 수 없는 주변 사람을 발견할 때 더 소름끼친다.
‘이웃집 극우’라는 제목의 이 책은 오늘날 극우 정치의 이러한 일상적 실체를 탐색하고, 극우의 시작과 대한민국 극우의 특징과 흐름, 극우 세력을 경계하기 위한 우리 사회의 대안을 담고 있다.
먼저 극우의 정체를 정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극우는 민주공화제를 거부하고 위협하고 파괴하는 위험인자이며 개념이기 이전에 문제 상황을 가리키는 지시어로 설명한다. 극우란 통상적인 우파적 신념과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한 가지 근본적인 특징을 통해 우파와 뚜렷하게 구별되는 점이 있다. 그 특징은 민주공화국 질서를 가벼이 여기거나 부정하며 이를 훼손하거나 타파하려 한다는 점이다. 역사 속 파시즘 정당은 집권 후 예외 없이 의회를 빈껍데기로 만들거나 폐지했으며, 12·3 내란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부정선거론’에 대한 동조가 현 국회를 무시하거나 파괴해도 좋다는 정치적 태도로 비화하곤 했다.
극우는 우파의 여러 스펙트럼 가운데 가장 오른쪽에 자리한 이념이나 운동을 가리키는 용어가 아니다. 여러 이들의 스펙트럼이 존재할 수 있게 하는 토대, 민주주의 부인하고 파괴하려 한다는 점에서 스펙트럼 밖에 자리잡은 위협적 요소다.
윤석열 지지 성향 공론장에서 주로 접하게 되는 것은 혐오 담론이다. 혐오의 대상은 단일하지 않다. 중국이나 북한을 향하기도 하고, 페미니스트, 성소수자, 장애인 등도 자주 멸시나 비하 대상이 된다. 특히 12·3 친위 쿠데타 이후 한국의 극우 담론 가운데 가장 위험한 요소는 부정선거 음모론이다. 국회는 부정선거의 결과이니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폭력적으로 타도해야 한다고 여기게 된 것이다.
한국의 극우 세력 중 또 다른 특징은 극우 개신교 세력과의 동맹이다. 기독교는 원래 이웃사랑을 부르짖고 이방인을 환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 기독교의 특정 교파는 차별금지법 반대 운동을 계기로 이웃들 사이에 사랑과 증오의 경계선을 가르고 이웃의 범위를 점점 더 좁히는 데 앞장서고 있다. 평등과 보편적 공공성보다 차별과 특수한 종교 교리를 민주적 공론장과 대의제 정치에서 지배적 규칙으로 인정하게 만든 것이다.
급격한 기술 발전으로 누구나 자신의 채널을 가지게 되었고, 이는 전에 없던 다양한 공론장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작 배제와 혐오의 담론이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유포되며 알고리즘에 의해 확정편향된 이념을 더 강화시키고 있다.
그럼 해결책은 무엇이 있을까.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이 극우 정치인들이 사라지게 만드는 투표가 제일 중요하며 가장 현실적 해법이다. 돌봄이라는 대안적 가치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지금의 자본주의는 누군가의 노동을 위해 다르 누구의 돌봄이 필요하다. 성공하기 위해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너와 내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사회적 불안감과 배타성을 줄이면 극우의 준동을 약화시키는 토양이 조성된다고 설명한다. 권수정 외 7인 지음/레디앙/258쪽/2만 원.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