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이전 공공기관 지역업체 외면, 지역화 갈 길 멀다
해수부·소속 기관, 계약 비율 20%에 그쳐
지역경제 마중물 되겠다는 인식 전환 필요
해양수산부 ‘부산 시대’가 시작됐지만 해수부와 부산 소재 해수부 소속 기관의 조달청 공공구매(공사, 용역, 물품) 가운데 지역업체 계약 비율 20.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동구 해양수산부 청사. 정종회 기자 jjh@
공공기관 이전은 단순한 물리적 이동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과의 유기적 결합과 지역경제와의 동반 성장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그 실효성을 의심케 하는 수치가 나왔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와 부산 소재 소속 기관들이 올해 발주한 부산 지역 공공구매 4595억 원 가운데 지역업체 수주액은 922억 원으로, 비율은 20.1%에 그쳤다. 이는 부산시와 구·군 등 지역 기관의 수주율 70.5%, 전체 평균 58.5%에 크게 못 미친다. 특히 부산이 사업 현장인 경우만 따로 집계한 결과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분명하다. 부산 이전 공공기관들의 지역 상생 약속이 헛구호에 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국가공공기관의 부산 지역 공공구매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역업체 몫은 24.9%에 불과해, 총 3조 8434억 원 가운데 약 4분의 1인 9580억 원만 지역에 돌아갔다. 반면 부산시와 산하기관, 교육청 등 지방 공공기관의 지역업체 계약 비율은 63.4%로 두 배 이상 높았다. 전체 공공구매의 39.8%를 차지하는 ‘큰손’이라는 점에서 낮은 지역 기여도는 더욱 뼈아프다. 특히 부산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들마저 주택도시보증공사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각각 0.3%, 0.5%에 그치는 등 미미한 실적을 보이며 이전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결국 이전이 단순히 주소지 변경 차원에 머물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는 지역 일자리 창출과 산업 상생, 고용 분산이라는 약속은 구호에 그치고 실제 운영은 따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물론 현실적 제약은 있다. 중앙 부처와 공공기관이 전국 단위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지역업체 참여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공사나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업일수록 지역업체의 진입 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산이 사업 현장인 경우조차 낮은 수주율을 보이는 것은 이런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지역제한입찰을 적용할 수 있음에도 이를 활용하지 않는 건 의지의 문제다. HUG가 지역 인재 의무 채용 제도의 예외 규정을 활용해 ‘쪼개기 채용’을 했던 사례 역시 같은 맥락이다.
부산시는 전국 최초로 공공계약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국가·공공기관의 지역업체 수주율을 실시간 공개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제도 개선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다. 아울러 기관들과 지역상생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이행 방안도 논의할 계획이다. 이는 늦었지만 필요한 대응이다. 다만 근본적인 변화는 공공기관 스스로의 인식 전환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역경제의 마중물이 되지 못한다면 그 존재 이유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 이전은 단순한 장소 이동이 아니라 지역과의 ‘화학적 결합’을 전제로 한다. 그 결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균형발전 역시 공허한 구호에 그칠 뿐이다. 이제는 실천으로 답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