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에서 피어난 생명의 불꽃, 정철교 ‘녹색 불꽃’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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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시대 불안 지나 희망 품은 색채로
5월 2일까지 레오앤갤러리 20여 점 공개
부산문화재단 ‘포커스온’ 2년 차 활동 왕성

지난 3일부터 내달 2일까지 부산 강서구 레오앤갤러리에서 열리는 정철교 초대전 ‘녹색 불꽃’ 전시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지난 3일부터 내달 2일까지 부산 강서구 레오앤갤러리에서 열리는 정철교 초대전 ‘녹색 불꽃’ 전시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2, 3년 전부터 한두 점씩 그리기 시작한 ‘녹색 불씨’가 ‘녹색 불꽃’이 되어 본격적으로 타올랐다. 부산 레오앤갤러리(강서구 체육공원로 6번길 50, 5층)에서 열리는 정철교 초대전 ‘녹색 불꽃’에서다. 오는 5월 2일까지 계속될 이번 전시는 자연의 생명성과 에너지를 ‘녹색’과 ‘불꽃’이라는 상징적 이미지로 풀어낸 정철교 작가의 신작 2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2021년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전 세계 모든 사람이 겪게 된 아픔과 고통, 내면의 고뇌와 우울 등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그림으로 기록하고 표현하는 과정에 ‘녹색 불꽃’과 ‘불꽃 나무’를 그렸어요. 2022년 이후 코로나 상황은 개선되었지만, 새로운 정권이 시작되면서 또다시 불안과 우울, 암울함이 엄습해 정신적으로 너무나 힘들기도 했고요.”

절망의 가운데서 길어 올린 작은 희망의 불꽃이었다. 비단 작가뿐 아니었지만, 그 누구보다 예민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예술가였기에 더욱 고통스러웠는지 모르겠다. “2011년부터 서생(울산 울주군 서생면)에서 그려온 그림은, 특수한 상황(핵발전소 마을)에 놓여 있는 지역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작업의 모티브로 삼은 불일치한 풍경의 기록이었는데, (당시)새로운 정권의 시대는 이 나라 전체를 비틀어버리는 정신적 절망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어둠의 세상, 전쟁의 검은 포화, 붉은 화염의 대지에서 회복되고 치유되고 되살아나는, 그래서 희망을 품고 꿈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작가의 내면에 잠재돼 있던 생각과 기억의 파편이 모여 지금의 ‘녹색 불’을 피운 셈이다.

지난 3일부터 내달 2일까지 부산 강서구 레오앤갤러리에서 열리는 정철교 초대전 ‘녹색 불꽃’ 전시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지난 3일부터 내달 2일까지 부산 강서구 레오앤갤러리에서 열리는 정철교 초대전 ‘녹색 불꽃’ 전시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전시장을 언뜻 둘러봐도 이전과는 다르게 한결 부드러워진 느낌이었는데, 작가의 ‘친절한’ 설명까지 듣고 보니 더 확신이 들었다. 위협과 평온, 불안과 생명이 공존하던 붉은 풍경은 노랗거나 하얗거나, 연둣빛 혹은 초록빛이 더해지면서 한층 생동감 있는 붉은 선으로 거듭났다. 붉은색과 대비되는 녹색의 불꽃이 조금씩 회복하는 과정이었다. “고교 시절, 빈센트 반 고흐의 화집에서 본 사이프러스 나무 그림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어요. 나무가 요동치고 춤을 추는 듯한 느낌이 마치 불꽃이 흔들리는 모습 같았어요.”

정철교의 작품 '녹색의 불씨'(2023). 레오앤갤러리 제공 정철교의 작품 '녹색의 불씨'(2023). 레오앤갤러리 제공
정철교의 작품 '녹색불'(2024). 김은영 기자 key66@ 정철교의 작품 '녹색불'(2024). 김은영 기자 key66@
정철교의 작품 '녹색불씨'(2025). 레오앤갤러리 제공 정철교의 작품 '녹색불씨'(2025). 레오앤갤러리 제공

물론 붉은 풍경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녹색 불씨의 배경에는 전쟁의 상흔, 각박한 세상살이 스토리가 그림자처럼 숨어 있다. 작가가 태울 녹색의 불은 다시 스스로를 태우는 기름이 될 것이고, 그렇게 세상을 비추는 작은 빛이 될 것이다.

정철교 작가는 부산문화재단의 다년, 집중 지원 사업인 2025년도 ‘올해의 포커스온’에 선정된 후 2년 차를 맞아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번 전시가 끝난 뒤 6월에는 부산 중구문화원 복병산작은미술관에서 작가의 초기작과 900여 점에 이르는 자화상 가운데 시기별로 엄선한 작품으로 개인전을 이어 간다. 10월에는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서울 학고재 아트센터 개인전을 연다.

전시장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 30분~오후 5시. 휴관일은 월요일. 토요일은 오후 1시부터, 일요일은 오후 2시부터 오픈한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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