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1인 미디어’ 될 수 있는 시대, 진짜 중요한 것은
■호모 인플루언서/이희대
호모 인플루언서. 헤르몬하우스
평범한 술집에서 가수 김연우의 노래와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다. 분명 음원일 텐데 가수의 목소리가 점차 공간을 장악해 나가는 모습이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 이윽고 김연우가 노래를 부르면서 문을 열고 들어오니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유튜브 채널 ‘제이키 아웃’의 제이가 꾸미는 ‘백그라운드 라이브’ 시리즈 중의 하나인 이 영상은 조회수 900만 회에 육박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 영상에 왜 이처럼 열광했을까. 가수를 배경으로 돌리고, 그 순간을 즐기는 평범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만든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정도 수준이면 단순한 유튜버가 아니라, 총괄 프로듀서라고 부르는 게 맞겠다. 그래도 궁금한 점은 남는다. 대체 김연우, 인순이, 로이킴, 옥주현 같은 최정상급 가수를 어떻게 불러낸 것일까. 유튜브 운영자 제이는 불가능해 보이는 섭외와 연출을 기어이 현실로 만들어 내는 비결에 대해 “실패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실행하지 않았을 때 느끼게 될 후회가 더 두렵다”라고 말한다. 이 실험 채널의 출발점은 한 청년이 마이크만 들고 시작한 평범한 길거리 인터뷰였다.
방송에서 자주 보는 유명 연예인들조차 유튜브에 개인 채널을 개설하고 있다. 이것은 미디어 권력의 중심이 이동했다는 분명한 신호다. <호모인플루언서>는 국내 인플루언서 70명을 심층 인터뷰한 뒤 그들이 어떻게 폭발적으로 성장했는지 핵심 동력을 파고든 전략서다. 과거에는 신문과 방송 등 제한된 채널을 통해 선택된 소수만이 대중 앞에 서고, 유명인이 될 수 있었다. ‘유명인(Celebrity)’은 레거시 미디어의 산물이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저자는 개인의 역량과 개성을 스스로 세상에 드러내고,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새로운 인간형을 ‘호모 인플루언서’라 정의한다. 이들이 어떻게 인플루언서가 되었는지 파고든다. 그리고 크리에이터들의 화려한 영상 뒤에 숨겨진 치밀한 생존 법칙을 ‘설계(Design)’라는 키워드로 포착해 냈다. 성공 요인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다섯 가지 핵심 전략을 도출했다.
유튜버가 되고 싶어 한다면 성공한 선배들의 현실적인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조회 수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정신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모델들이 몸매 관리를 하듯, 크리에이터는 정신과 컨디션을 관리해야 한다.’ ‘유튜버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개그맨이 꿈인데 유튜브를 무대로 쓰는 식이어야 한다.’ ‘타인의 성공 공식을 따라 하려 하지 말고, 본인만의 무게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축적된 시간은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다.’
누구나 자신의 공간에서 콘텐츠를 만들고, 그것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며, 스스로 미디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를 우리 사회의 구조를 바꾸는 ‘진화’의 과정으로 설명한다. ‘귀농의 신’을 운영하는 안영주 PD는 “1인 미디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과 장비가 아니라 무엇을 찍느냐와 어떻게 전달하느냐이다. 귀농하기 전부터 SNS에 자신의 준비 과정을 기록하면 당신의 고민과 실패를 지켜본 구독자들이 훗날 당신의 가장 강력한 우군이자 고객이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같은 도구를 쥐고도 누군가는 소비자로 남고, 누군가는 생산자가 된다. 이희대/헤르몬하우스/244쪽/1만 7000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