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우리 모습 비추는 19개의 이야기
■2026 소설, 한국을 말하다/성해나 외
200자 원고지 20장. 문학상 공모에서 800장 분량 장편소설을 접수할 때 함께 받는 요약본이 통상 이 분량이다. 5분짜리 유튜브 영상도 길다고 1.5배 속도로 보는 시대, 80장 안팎의 단편소설 틈새 20장짜리 초단편소설이 출몰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럽고 동시대적이다.
<2026 소설, 한국을 말하다>는 초단편소설 19편을 묶은 앤솔러지 소설집이다. 각 소설에는 현재의 우리 사회를 비추는 다양한 층위와 인물이 등장하고 현상과 사건이 발생한다. 글이 짧다고 사유가 얕거나 서사가 부족하지는 않다.
SNS를 통한 ‘보여주는 삶’에 빠져 ‘실제로 사는 삶’을 잃어가는 가족의 모습, 챗 GPT를 활용한 가상 경험이 현실의 체험보다 익숙해질 미래상, 유명 영어유치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7세 고시’ 세계의 이면을 담은 작품은 씁쓸함을 넘어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을 남긴다. 최고 권력자가 느닷없이 발동한 계엄 상황을 돌아보는 작품과 탄핵 후 이어진 대통령 선거 국면을 대하는 부부의 대화를 통해 우리 사회 이념 갈등의 골을 짚은 소설도 눈길을 끈다.
소설집에는 김경욱, 하성란, 윤성희 등 중견 작가를 비롯해 2020년대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신예까지 열아홉 명이 참여했다. 소설가보다 사회학자로 더 알려진 송호근 한림대 석좌교수와 여성학자 권김현영도 보인다. 한국문학 번역가이기도 한 안톤 허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다른 각도로 쓴 소설을 선보인다.
짧게는 5분, 길어도 10분이면 소설 한 편을 읽는다는 건 이 책의 큰 매력이다. 3시간 안팎이면 2026년 대한민국을 말하는 열아홉 개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성해나 외 지음/은행나무/216쪽/1만 6800원.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