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주도 부산 재개발, 도시 균형 붕괴·미분양 위험 초래”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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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도시·건축 전문가 토론회
원주민 내몰리고 조망권 훼손
동네의 다양성·포용성도 파괴
빈집만 12만 채 공간 전략 시급

대한건축사협회 부산시건축사회는 14일 오후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재개발도시, 건축사의 진단’을 주제로 2026 도시·건축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 대한건축사협회 부산시건축사회는 14일 오후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재개발도시, 건축사의 진단’을 주제로 2026 도시·건축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

“부산은 총 주택 수 중 아파트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아요. 70%에 육박합니다. 그런데 지금 부산 전역에 예정된 정비사업이 부산진구 면적만큼 됩니다. 해당 세대가 40만 세대가 넘어요. 시장 논리에만 맡겨 놓다 보니 도시 균형이 무너지고 미분양과 공실 위험은 더 높아지고 있어요. 고층 아파트 건설은 가용지가 부족한 부산에서 미래 가치를 현재 모두 사용해버리는 결과를 낳습니다. 도시공간은 미래자산이라는 관점에서 정책을 세워야 합니다.”

14일 대한건축사협회 부산시건축사회가 마련한 ‘2026 도시·건축 전문가 토론회-재개발도시, 건축사의 진단’의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주)가가 건축사사무소 안용대 건축사는 부산정비사업의 현주소를 짚고, 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토론회는 이날 오후 부산시의회 2층 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안 건축사는 특히 현재 부산에서 진행 중인 정비사업을 시장 논리에만 맡겨둔 결과 건설사의 사업성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비사업으로 인한 자본의 역외 유출과 도시 경관의 질적 저하, 조망권과 바람길 차단, 공공성 훼손, 저렴한 주택 소멸과 원주민 내몰림, 공동체 파괴 등 문제를 짚었다. 이어 사업성과 주거환경 개선과의 접점을 찾아 도시공간관리 전략을 대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안 건축사는 “실제 포항에서는 재개발을 위해 집을 비웠는데 추가 분담금 폭탄으로 인해 사업이 진척되지 않고 건설사도 어려워지면서 돌아갈 곳이 없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주)구가도시건축 건축사사무소 조정구 건축사는 ‘동네는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주제 발표에서 아파트가 대체할 수 없는 동네의 가치에 대해 짚었다. 서울에서 최초의 마을 건축가로 활동해온 조 건축사는 “동네와 아파트는 원래 도시 안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맡아온 상보적 균형 관계에 있다”면서 “문제는 최근 이 균형이 깨지면서, 동네가 지닌 다양성과 사회적 포용성을 아파트가 일방적으로 대체하고 있다는 데 있다”고 진단했다. 조 건축사는 특히 서울 각 동네를 다니며 느낀 바를 토대로 “동네라고 하는 것은 형편에 맞게 사는 것이고, 우리가 할 일은 그 형편에 맞게 살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촌마을의 경우도 한 때 아파트 바람이 불기도 했지만, 지금은 동네 특성이 살아나면서 아파트 얘기를 하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주제 발표 후 진행된 토론에는 부산일보 정달식 논설위원을 비롯해 봉산마을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신병윤 전 센터장, 건축사사무소 엠오씨 신주영 대표, 동의대 허진우 건축학과 교수 등이 패널로 참가했다. 신 전 센터장은 “아파트는 도심의 고밀화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고 과거 정권, 대기업, 시민들의 욕구가 맞아 떨어지며 고착화된 것인데 지금은 외곽에 아파트들이 많이 지어지고 있다”면서 “노후계획도시 선도지구 계획에 따라 해운대, 화명동에 용적률을 더 높여준다고 하는데, 고지대부터 주거지가 비어가고 부산 빈집이 12만 채가 되는 상황에서 축소도시로의 전환을 고려해 도시 주거정책이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 전 센터장은 “감천문화마을이 뜨면서 월세가 비싸지자 월세 1만 원을 아끼기 위해 건너 비석마을로 이사를 가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다양한 층위의 사람들이 살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주거 형태가 부산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위원은 “18년 전 재개발 붐이 일었을 당시와 지금의 재개발 관련 문제점들이 달라진 것도, 개선된 것도 없다”면서 “공공의 이익에 맞게 공공의 영역에서 큰 틀을 만들고 더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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