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종전협상 앞둔 파키스탄 '철통 경계'…'레바논 문제' 입장차 최대 과제
10일 파키스탄 수도인 이슬라마바드의 한 이발소에서 사람들이 지역 방송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가 함께 있는 모습이 나오는 텔레비전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관련 협상이 임박한 가운데 협상 장소인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일부 지역이 사실상 봉쇄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협상에서는 양국 간 레바논 문제를 둘러싼 입장차가 최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일(현지시간) 연합뉴스 및 외신 등에 따르면, 오는 11일 열리는 협상을 앞두고 파키스탄 당국은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최고 수준 경계에 나섰다. 이슬라마바드 전역에는 검문소와 바리케이드가 설치되고 순찰 활동이 대폭 확대됐다. 파키스탄은 단순히 미국과 이란 양국 사이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협상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당국은 양국 대표단 도착에 맞춰 세레나 호텔 주변 등에서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다. 호텔 측은 일반 투숙객을 모두 퇴실시켰으며, 인근 도로도 전면 통제됐다. 이 호텔은 12일까지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으며, 인근 메리어트 호텔에도 같은 통제 조처가 내려졌다.
로이터통신, AFP통신 등에 따르면 세레나 호텔은 대표단 숙소로 알려졌으며, 일부 소식통은 이 곳에서 협상이 열릴 예정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밖에 협상장 후보로는 파키스탄 총리 관저, 파키스탄 군사 시설 등이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 등 이란 대표단은 전날 저녁 늦게 협상 장소인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JD 밴스 부통령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은 이날 도착 예정으로 알려졌다. 캐롤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앞서 밴스 부통령,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대면 협상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10일 파키스탄 수도인 이슬라마바드의 한 도로에서 파키스탄군 관계자들이 미국과 이란의 종전 관련 협상이 개최될 장소 인근 지역을 통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모신 나크비 파키스탄 내무장관은 이날 "모든 대표단의 안전을 완벽하게 보장하기 위한 포괄적인 계획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대표단 체류 기간 이슬라마바드 진입로 일부를 차단하는 등 주요 도로를 통제하며, 구조대와 병원도 비상 대기에 돌입했다. 이슬라마바드 시 당국도 9일과 10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고 협상단 맞이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블룸버그통신은 도로 곳곳이 컨테이너로 봉쇄되고 무장 병력이 배치돼 이슬라마바드가 사실상 '보안 요새'가 됐다고 전했다. 당국자들은 현 경계 태세가 고위 인사 방문에 대한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 영공 감시가 강화되고 비상 대응팀까지 대기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과 이란은 지난 2월 28일 개전 이후 지난 8일 2주간 휴전에 합의했으나 이란 핵 프로그램,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등을 놓고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레바논을 휴전 대상에 포함하는 데 동의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 이후 입장을 바꿨다고 미 CBS 방송이 보도했다. 현재 미국과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휴전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란과 헤즈볼라는 레바논을 포함하지 않은 합의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미국은 워싱턴에서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참여하는 3자 회담을 추진하는 등 중재에 나섰지만, 입장차가 커 협상 전망은 불투명하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