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도 좋고 팔 데도 많은데” 경남 굴 업계 눈물의 시즌 조기 종료
통상 6월까지 출하 시즌 유지
경남 굴 양식장 30% 밀집한
거제 북동 해역 패류독소 확산
채취 금지 해역 지정돼 공급난
일본 양식장 작년 고수온 피해
원물 부족에 한국 수입량 늘려
껑충 뛴 몸값도 ‘그림의 떡’ 한숨
“지금 가격도 좋고 달라는 곳도 많은데 정작 작업할 물량이 없어요.”
9일 오전 경남 통영시 용남면의 한 굴 박신장(껍데기를 제거해 알맹이 굴을 생산하는 시설). 흥겨운 트로트 메들리로 시끌벅적해야 할 작업장이 쥐 죽은 듯 고요하다. 굴 더미로 그득했던 작업대는 말끔히 치워졌다. 바닷물로 흥건해야 할 바닥도 바짝 말랐다.
업주는 “패독(패류독소) 때문에 지난주부터 작업을 중단했다. (패독) 확산 추세나 수온을 볼 때 채취 금지 풀리려면 넉넉잡아 한 달 정도 걸릴 듯하다”면서 “아쉽지만 올 시즌은 여기서 마무리해야 할 듯하다”고 푸념했다.
생산철 막바지에 접어든 경남 남해안 굴 양식업계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역대급 풍작에도 내수 시장 부진에다 김장철 특수마저 기대에 못 미쳐 울상인 상황에 최근 일본 수출 시장이 살아나며 겨우 숨통을 틔우나 했는데, 이번엔 패류독소가 말썽이다. 경남권 굴 양식장 3분의 1가량이 밀집한 거제 앞바다가 채취 금지 해역으로 묶여 원물 공급이 중단되면서 상당수 작업장이 시즌 조기 종료를 고민하고 있다.
패류독소는 봄철 다량 증식하는 유독성 플랑크톤을 섭취한 조개류(굴, 담치, 바지락 등)나 피낭류(멍게, 미더덕, 오만둥이 등) 체내에 독성이 축적돼 발생하는 식중독이다. 가열하거나 냉동해도 제거되지 않는다. 수온이 상승하는 3월부터 남해 연안을 중심으로 발생하기 시작해 4월 중순에서 5월 초순에 최고치를 나타내다 수온이 섭씨 18도 이상 되는 6월 중순 무렵 자연 소멸한다. 이 기간 국립수산과학원 조사에서 기준치(0.8mg/kg)를 초과한 수치가 검출되면 주변 해역에 대한 패류 채취가 금지된다.
6일 기준 마비성 패류독속 발생 해역도.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문제는 이 시기가 남해안 굴 생산 시기와 겹친다는 점이다. 굴 양식업계는 통상 찬 바람 불기 시작하는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6월까지 출하 시즌을 이어간다. 그런데 올해는 지난 1월 29일 거제 정점에서 채취한 담치류에서 기준치 이하 마비성패류독소가 검출된 데 이어 2월 2일 거제시 시방리 해역이 기준치를 넘어섰다. 검출 시기와 기준치 초과 시점 모두 한 달 이상 빨랐다. 9일 현재 거제 북·동부 연안 전체에 패류채취 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거제는 통영에 이어 경남에서 두 번째로 굴 양식장이 많은 곳이다. 도내 전체 3300ha 중 930ha가 밀집해 있다. 채취 금지가 해제되려면 2주 동안 독소가 검출되지 않아야 한다. 거제 연안 수온이 15도 남짓인 점을 고려하면 해제까지 최소 한 달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공급난에다 대일 수출 호재까지 겹치면서 가격은 껑충 뛰었다. 굴수하식수협에 따르면 이달 들어 공판장 거래량이 하루 40t 남짓으로 줄었다. 이는 지난해 대비 15% 이상 감소한 물량이다. 굴수협은 주 3일이던 공판장 경매를 주 5일로 늘리며 물량 수급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가격은 10kg들이 1상자 평균 7만 6000원으로, 작년 이맘때 평균 6만 원보다 25% 이상 올랐다. 일본 수출이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사실 일본은 한국 굴 최대 수입국이다. 그만큼 현지 생산도 많다. 그러나 지난해 일본 굴 생산량의 80%를 책임지는 히로시마·효고·오카야마 등 세토내해 일대 굴 양식장이 고수온에 초토화됐다. 이후 그나마 있던 원물 재고마저 바닥나자, 현지 바이어들이 앞다퉈 한국산을 찾고 있다. 굴 가공수출업계 관계자는 “패독 때문에 한국도 공급난을 겪으면서 수출 단가가 20% 넘게 올랐다. 가공업체들이 원료 확보에 나서면서 전반적인 시세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열린 2025년 생굴 초매식. 부산일보DB
반면, 치솟는 몸값에도 이를 지켜만 봐야 하는 어민들은 속이 타들어 간다. 패류 발생 이후 조업을 중단한 한 어민은 “그냥 그림의 떡이다. 재작년엔 고수온, 작년엔 청수(빈산소수괴)에 초토화 됐다. 올해는 작황이 좋아 숨 좀 쉴까 했더니 패독에 또 골병 들판”이라고 하소연 했다.
시즌 단축이 현실화하면서 지역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경남 지역 굴 산업 직·간접 종사자는 줄잡아 2만여 명. 대부분 일한 만큼 품삯을 받는다. 굴수협 한해 위판매출이 1000억 원 이상인 데다, 생산 원가의 절반 이상이 인건비인 점을 고려하면 최소 500억 원 이상이 지역 사회에 풀린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종사자들이 받는 돈이 돌고 돌아 경제를 움직이는 동력이 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기 위축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