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1000만년 전 한반도 남부는 사바나” 화석 분석으로 파악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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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층 식물 화석 400여 점 분석
건조 적응형 침엽수…정설 뒤집어
한반도 속씨식물 상륙 지연 원인도

건조기후에서 자생하는 소엽침엽수 화석 사진. 김경수 교수 제공 건조기후에서 자생하는 소엽침엽수 화석 사진. 김경수 교수 제공

1억 1000만 년 전 백악기 시대 경남 진주·사천 등 한반도 남부는 메마른 ‘사바나’ 환경이었음이 밝혀졌다. 식물 화석 분석을 통해 당시 비가 거의 오지 않는 지역이었음이 확인됐다.

이제민(UC 버클리), 김경수(진주교육대학교) 교수 등으로 구성된 국제 공동 연구팀은 경남 진주시 정촌면과 사천시 서포면에 있는 진주층(약 1억 1200만~1억 600만 년 전)에서 발굴된 400여 점의 식물 화석을 분석한 결과, 당시 이 지역이 ‘온대 산간 사바나’ 생태계였음을 규명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백악기 식물 생태계가 위도에 따라 단순히 구분된다는 기존 학계의 정설을 뒤집는 성과로 국제 저명 학술지인 ‘백악기 연구(Cretaceous Research)’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발굴된 화석의 대부분은 가뭄을 견디기 위해 잎이 뾰족한 비늘 모양으로 진화한 건조 적응형 침엽수였다. 이는 마치 오늘날의 아프리카 사바나 지역처럼 듬성듬성 나무가 자라는 건조한 초원과 숲의 모습을 띠었음을 의미한다.

전기 백악기 동아시아 지형도 및 경상분지 위치. 김경수 교수 제공 전기 백악기 동아시아 지형도 및 경상분지 위치. 김경수 교수 제공

조사 결과 당시 경상분지(경남·북 일대의 거대한 퇴적 분지) 동쪽에는 해발 2500m급 거대 산맥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산맥이 바다에서 불어오는 비구름을 막는 ‘비그늘’ 효과를 일으키면서 진주·사천을 포함한 한반도 남부에 극심한 건조 기후가 형성된 것으로 분석됐다.

특이한 점은 건조하고 척박한 기후 속에서도 이 지역에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북방계 온대성 식물 화석이 함께 발견됐다는 것이다. 해당 식물들은 주로 캐나다·러시아·몽골 등 비가 많이 오는 고위도 습윤 지역에서만 발견되던 종이다. 연구팀은 진주 일대에 넓게 퍼져있던 강과 호수 시스템이 가뭄 속에서도 수분을 공급하는 ‘오아시스’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했다.

또한 특히 이번 연구로 백악기 중기 전 세계적으로 번성한 ‘속씨식물(꽃 피는 식물)’이 왜 한반도에 유독 늦게 상륙했는지에 대한 해답도 확인됐다. 산맥으로 둘러싸인 혹독한 건조 환경이 속씨식물의 유입을 막는 거대한 장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경수 진주교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반도의 독창적 지형과 기후가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보여주는 중요한 성과”라며 “공룡 발자국 화석으로 유명한 진주층이 식물 진화와 고기후를 이해하는 데에도 세계적인 가치가 있음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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