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땅만 만든 북항 재개발, 도시를 다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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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

부동산 개발 방식에 가까운 방향성
공간만 만들고 사람이 올 이유 놓쳐
원도심 재생 연결 플랫폼 마련해야

부산항은 단순한 항만이 아니다. 부산의 정체성이자 대한민국 산업화의 상징이며, 도시의 역사 그 자체다. 그러나 북항 재개발은 2007년 기본계획 수립 이후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완성된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북항은 한마디로 ‘땅은 있지만 도시가 없는 상태’다.

문제의 본질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지금까지의 북항 재개발은 도시를 만드는 과정이라기보다 구역을 나누고 건물을 세우는 ‘부동산 개발 방식’에 가까웠다. 도시를 구성하는 사람, 산업, 문화, 생태 그리고 그 사이의 유기적 관계는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다. 그 결과 공간은 만들어졌지만 도시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구조다. 북항은 여전히 부산 원도심과 단절된 채 ‘섬처럼 개발’되고 있다. 중구, 동구, 영도구, 서구로 이어지는 부산의 핵심 생활권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사람의 흐름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북항은 사람보다 시설 중심으로 접근되어 왔다. 공원과 도로, 기반시설은 갖추어졌지만 그 안을 채울 콘텐츠와 활동은 부족하다. 도시는 건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활동으로 완성된다.

여기에 더해 이원화한 거버넌스 구조는 문제를 심화시켰다. 항만은 해양수산부, 도시구역은 부산시가 담당하는 현재의 구조에서는 공간은 하나지만 정책은 둘로 나뉘어 추진될 수밖에 없다. 계획과 집행, 운영이 분절되면서 일관된 도시 전략을 만들기 어려운 구조다. 결국 북항 재개발의 지연은 사업성이나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처음부터 잘못 계획된 구조의 문제였다.

핵심은 분명하다. 북항을 단순한 개발 구역이 아니라 ‘도시를 재생시키는 플랫폼’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북항은 해양·문화·산업의 중심 거점이 되고, 원도심은 생활·상업·관광·창작 기반으로 기능해야 한다. 이 두 축이 연결될 때 비로소 도시 전체가 살아난다. 서울 성수동의 변화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성수동은 대규모 철거와 신축이 아니라 기존 도시 구조를 유지한 채 점진적으로 변화했다. 낡은 공장과 창고는 리모델링을 통해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했고, 그 안에 창작자와 스타트업이 유입되면서 도시의 분위기가 형성됐다. 서울의 숲을 통한 도시녹지를 확보하고 신규 고가주택단지와의 단절이 아니라 연결을 통한 자연스러운 구시가지와 신시가지의 조화를 만들어 내었다. 한 공간 속에 재생과 개발이 공존하면서 도시의 다양성을 만들어 낸 것이다. 공공은 흐름을 읽고 유지하는 역할에 집중했고, 기업은 정책이 아니라 ‘도시의 매력’을 따라 들어왔다. 해외 사례도 마찬가지다. 스페인 빌바오항의 재개발은 쇠퇴한 항만과 산업을 버리는 대신 도시와 연결하여 문화·디자인 중심 도시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디트로이트는 대규모 개발 중심 접근 속에서 도시의 회복력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차이는 투자 규모가 아니라 도시를 바라보는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국 도시는 개발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연결을 통해 살아난다.

북항 2단계의 방향은 명확하다. 첫째, 원도심과 통합한 광역 도시 플랫폼 전략이 필요하다. 북항을 중심으로 중구·동구·영도구·서구·남구를 하나의 도시 생태계로 묶어야 한다. 둘째, 해양 기반 창조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해양문화와 콘텐츠, 관광, 디자인, 스타트업, 라이프스타일 산업이 결합된 새로운 산업 구조가 필요하다. 북항은 단순한 해양 공간이 아니라 ‘해양 기반 창조 산업 허브’로 전환되어야 한다. 셋째,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공공은 개발의 주체가 아니라 방향을 설정하고 규제를 완화하며 조정하는 촉진자가 되어야 한다. 민간은 투자와 콘텐츠, 운영의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 도시를 만드는 것은 행정이 아니라 사람과 시장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거버넌스다. 해양수산부와 부산시는 형식적인 협력을 넘어 하나의 도시를 함께 운영하는 통합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통합 마스터플랜, 공동 의사결정 구조, 역할 재정립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북항은 하나의 도시로 작동할 수 있다. 북항 2단계는 단순한 개발사업이 아니라 부산의 미래를 결정짓는 도시 실험이다. 이 실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사람은 왜 이곳에 머무르는가. 기업은 왜 이곳으로 오는가. 이 도시는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가.

도시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을 머물게 하는 힘’에서 나온다. 이제 부산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계속 북항과 원도심의 분절된 개발을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원도심과 통합된 하나의 도시 전략으로 전환할 것인가. 답은 분명하다. 북항 재개발은 더 이상 ‘건설 사업’이어서는 안 된다. 부산 북항 재개발은 원도심 재생과 연결한 도시를 다시 만드는 일이어야 한다. 해양수도권의 중심은 부산이다. 해양수도 부산의 중심은 북항 도시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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