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야구 시즌에 돌아온 선거의 계절
강희경 부국장 겸 문화스포츠부장
표심 흔드는 네 후보 각양각색 공약
야구장·아레나 등 활용법 두고 격돌
막대한 사업비, 중복 투자 논란 여전
선거용 넘어 실행 가능한 설계 필요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됐고, 선거의 계절도 돌아왔다.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북항 야구장이 최근 이슈로 떠올랐다. 시장 자리를 놓고 격돌하는 후보들은 야구장 건립과 북항 활용 방안을 두고 각기 다른 공약으로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가 시범경기 1위에 오른 기세를 이어 개막 2연전 반짝 승리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구도 부산’과 관련한 표심 경쟁은 오히려 더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전재수 의원은 ‘북항 돔 야구장’ 건립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전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서 “부산은 단연 야구의 도시이며, 시즌이 시작되면 도시 전체가 하나의 응원단이 된다”며 북항에 ‘바다가 보이는 돔 야구장’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이미 상당 부분 검토를 마쳤다”며 추진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야구뿐 아니라 비시즌에는 전시와 공연이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해 북항 전체의 활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민주당 시장 후보 경선에 뛰어든 이재성 전 부산시당위원장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를 모델로 한 ‘개방형 오션 파크’를 내세우며 바다를 조망하는 낭만을 강조한다. 2024년 민주당 시당위원장 취임 때 북항야구장 건설을 강조했던 이 전 위원장은 “돔 형태보다는 바다 경관을 살리는 야구장이 바람직하다”며 “바다가 보이는 개방형 복합 야구장을 지어 야구와 e스포츠, 공연, 관광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주진우 의원은 사직야구장은 현재의 계획대로 재건축해 스포츠의 성지로 남기고, 북항에는 ‘부산 오션 돔’이라는 최첨단 개폐형 아레나를 신설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스피어처럼 미디어 파사드를 적용해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랜드마크로 만드는 동시에, BTS 블랙핑크 등 K팝 아티스트가 찾는 대한민국 대표 공연장으로 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직의 역사성과 북항의 미래 가치를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이다.
후보들의 공약 경쟁이 이어지자 국민의힘 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박형준 부산시장도 북항 논의에 가세했다. 당초 현실적인 장벽을 이유로 북항 야구장 건립에 부정적이었던 박 시장 측은 지난주 북항 재개발 2단계 부지를 활용해 제2 야구단 유치와 연계한 야구장 건립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사직야구장 재건축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박 시장 측은 북항 랜드마크 부지 활용과 관련해선 외자 유치를 통한 88층 랜드마크 타워 건립을 추진하고, 이를 위한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AI·게임·디자인·해양 신산업을 집적하고 K콘텐츠와 지식재산(IP) 기반 복합리조트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현실이다. 부산의 백년대계라 불리는 북항 재개발 사업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2030 월드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2단계 사업 추진은 눈에 띄게 늦어졌고, 1단계 랜드마크 부지 개발은 10년 넘게 진척이 없다. 마이스와 비즈니스, 쇼핑,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결합한 복합리조트 건설로 국제 컨벤션 도시로 도약한다는 서병수 전 부산시장 때 구상은 내국인 출입 카지노 논쟁에 막혀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북항 야구장 건립은 예전부터 시민 지지 여론이 높았지만 이 역시 추진되지 못했다. 막대한 사업비와 이에 따른 재원 조달 문제, 사직야구장과의 중복 투자 논란, 기존 상권 반발 등 현실적 장벽에 부딪혔다. 이에 사직야구장 재건축은 이미 행정 절차에 들어간 상황이다. 올해 299억 원의 국비를 확보해 현재 설계 관련 용역을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야구장 북항 이전 공약을 들고나오는 것은 정책 혼선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다고 부산시장 후보들의 공약을 단순한 선거용이라고 치부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정체 상태에 빠진 북항 재개발을 다시 움직이게 할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번 부산시장 선거는 북항 개발의 방향을 결정짓는 분기점이 돼야 한다. 북항 야구장 논쟁은 단순한 시설 유치가 아니라, 부산의 미래 도시 전략을 둘러싼 선택의 문제다.
공약이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재원 조달 방안, 사직야구장과의 역할 정립, 지역 간 이해 조정이라는 현실적 과제가 함께 제시돼야 한다. 북항 야구장 이슈는 단순한 공약 대결을 넘어, 부산의 미래 도시 전략을 결정짓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장밋빛 청사진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설계다. 이번 선거가 북항 재개발을 더 이상 표류시키지 않고, 확실한 추진 궤도에 올려놓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 himang@busan.com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