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가짜 통계 논란’ 후폭풍…임원 해임·조직 쇄신 착수
상속세 보도자료 관련 담당 임원들 해임
APEC 예산 방만 운영 관련 담당자 수사의뢰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책임 통감해”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연합뉴스
대한상공회의소가 ‘상속세 관련 보도자료 논란’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예산 집행 문제’로 촉발된 산업통상부 감사 결과를 수용하고 임원 해임과 수사의뢰 등 고강도 조치를 단행하기로 했다.
대한상의는 20일 산업통상부의 ‘상속세 관련 보도자료 배포’ 및 ‘APEC CEO 서밋 예산 집행’ 관련 감사 결과 통보에 대해 “감사 결과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요구된 조치를 성실하게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대한상의가 발표한 ‘상속세수 전망 분석 및 납부 방식 다양화 연구’에서 촉발됐다. 해당 자료는 영국 컨설팅사 ‘헨리 앤드 파트너스’ 통계를 인용해 “고액 자산가 2400명이 한국을 떠났다”는 내용을 담았으나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도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사익 도모와 정부 정책 공격을 위해 가짜뉴스를 생산해 유포하는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고 산업부는 대한상의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대한상의는 상속세 보도자료 사안과 관련해 A 전무이사와 담당 임원인 B 본부장을 해임한다고 밝혔다.
또 ‘APEC CEO 서밋’에서의 방만한 예산 집행과 관련한 감사 결과에 대해서도 추진단장 C 씨를 의원면직 처리하고 예산 집행 절차와 관련한 추가 사실 확인을 위해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대한상의는 CEO 서밋 관련 숙박비 횡령 미수 혐의를 받는 D 실장에 대해서도 별도로 수사의뢰를 진행한다. 이와 함께 나머지 직원들에 대한 처분 요구 사항에 대해서도 추가 검토를 거쳐 후속 조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대한상의는 감사 후속 조치를 마무리하는 즉시 사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감사 결과 보고를 받은 뒤 “책임을 통감한다”며 “관련자 엄정 조치에 그치지 않고 의사결정 구조와 내부 통제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조직 전반의 체질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핵심은 ‘전문성 강화·사회적 책임 재정립·조직문화 혁신’으로 요약되는 ‘3대 쇄신’이다.
우선 전문성 강화를 위해 ‘경제연구총괄(가칭)’ 직책을 신설하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할 계획이다. 해당 직책은 조사·연구 기능을 총괄하는 동시에 보도자료 등 대외 발표 자료에 대한 팩트체크와 감수를 담당한다.
대한상의 산하 연구기관인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정규직 전환과 외부 인력 영입을 통해 ‘상의경제연구원’으로 개편된다. 조사·연구 자료에 대한 내외부 검증 시스템을 구축하고 연구윤리 지침도 마련할 예정이다.
정책 건의 과정에서 기업 이해뿐 아니라 노동계 취약계층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영향 분석을 병행하는 시스템도 도입된다. 아울러 지역 균형 발전, 일자리, 저출생 등 국가적 과제 해결에 기업 역량을 활용하고 정부와 국회에는 데이터 기반 정책 건의를 확대해 정책 파트너십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조직문화 혁신도 병행된다. 경영진과 구성원 간 정례 소통 채널을 제도화하고 보고체계를 간소화해 업무 자율성을 확대한다. 인사 원칙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강화하고 조직문화 진단을 정례화해 내부 신뢰를 회복할 계획이다.
특히 APEC 감사 결과 지적을 받아들여 내부 통제 시스템 체계도 고도화하기로 했다. 기존 감사실은 ‘컴플라이언스실’로 확대 개편되고 산하에 준법감시팀이 신설된다.
대한상의는 이날 조직 개편과 함께 후속 인사도 단행했다. 기존 전무이사 산하 경영지원부문은 상근부회장 직속 ‘경영기획본부’로 격상됐으며 신임 본부장에는 김의구 경영지원부문장이 선임됐다.
조사본부장 직무대행에는 최은락 인사팀장이 임명됐다. 컴플라이언스실장은 이강민 감사실장이 맡는다. 대외협력 기능은 커뮤니케이션실로 통합해 외부 소통 역량을 강화한다. 신임 커뮤니케이션실장에는 황미정 플랫폼운영팀장이 선임됐다.
한편 최태원 회장은 오는 31일 전국상의 회장단 회의와 다음달 2일 타운홀 미팅을 통해 쇄신안을 공유하고 내부 의견 수렴에 나설 예정이다. 최 회장은 “이번 쇄신을 계기로 정책 전문성을 높이고 사회적 역할에 걸맞은 책임을 다하겠다”며 “국민과 기업 모두로부터 신뢰받는 경제단체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박동해 기자 easts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