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기의 미술 미학 이야기] 돌봄의 철학과 미학 - 인상주의 화가 메리 카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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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카사트, 여인과 아이,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메리 카사트, 여인과 아이,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얼마 전 어느 신문 기사에 ‘황혼 육아’가 강력한 ‘치매 방패’라는 흥미로운 기사가 게재된 적이 있었다. 손주를 돌보는 일이 뇌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좋은 활동이라는 해석이다.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에서 ‘돌봄’(Sorge, cura)을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실존적 근거로 해석했다(공병혜, 〈돌봄의 철학과 미학적 실천〉). 하이데거 연구자들은 하이데거의 ‘Sorge’를 ‘염려’와 함께 ‘돌봄’, ‘보살핌’으로 혼용해 사용한다. 돌봄은 주위 세계와 타자에 대한 배려로서 인간 현존재의 주요한 특성이다.

메리 카사트(1844~1926)의 그림에서 여인들은 아이를 안고, 바라보고, 살을 맞대고 조용히 시간을 보낸다. 극적인 서사도, 감정을 과장하는 몸짓도 없다. 이 ‘평범함’이 카사트 회화의 주제 출발점이자 도착점이다. 이 평범함에서 카사트가 포착하는 것은 바로 돌봄이라는 행위 자체다. 인물 사이의 거리, 시선의 교차, 손의 위치와 긴장은 돌봄이 일방적인 행위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조율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카사트는 이를 서사로 설명하지 않고, 화면의 구조로 드러낸다.

미술사적으로 보아도 카사트의 의의는 충분하다. 그는 인상주의의 핵심 중 한 명이었지만, 이후 인상주의를 설명하는 미술사적 서사에서는 늘 뒤로 밀렸다. 모네의 빛, 르누아르의 색채, 드가의 형식 실험으로 미술사적 진보 서사가 만들어졌고, ‘가정, 돌봄, 여성의 일상’은 부차적 주제로 밀렸다. 그러나 카사트는 당시 인상주의에서조차 주변부로 취급된 삶의 영역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했다. 그는 돌봄을 하나의 지속적인 실천, 즉 매 순간 주의를 기울이고 반응해야 하는 행위로 그렸다.

돌봄이 “인간을 인간답게 존재하게 하도록 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돌봄의 대상은 사람이며 또한 돌봄의 주체도 사람이다. 아이를 돌보고 노인을 돌보고 병자를 돌보는 행위, 돌봄은 현대 사회에서 국가를 지탱하는 중요한 사회적 행위다. 이제 최근의 연구 성과는 노인이 손주를 돌보는 행위에서 나타나는, 신체뿐 아니라 인지적 차원에서의 긍정적 측면을 보여준다. 그러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노인이 개인 가족 차원에서 수행하는 돌봄도 국가의 시스템 차원으로 편입해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 속에서 돌봄은 더 풍부하고 유연한 사회적 실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카사트의 미학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그의 작품은 돌봄을 사람과 사람이 관계 맺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으로 제시한다. 크지도 소란스럽지도 않은 그의 화면 속에는 분명한 확신이 담겨 있다. 돌봄은 부차적인 일이 아니라, 삶을 성립시키는 중심적인 행위라는 믿음이다. 카사트의 미학은 바로 이 믿음을 말이 아니라 그림으로 보여준다. 미술평론가·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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