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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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영 경제부 기자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와 부산시는 해운대1·2지구 2구역(4694세대)과 화명·금곡지구 12구역(2624세대)을 노후계획도시 정비 선도지구로 선정했다. 용적률 완화와 용도지역 변경 특례, 신속한 인허가 등 각종 혜택이 주어지니 ‘수혜’를 입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특히 해운대 그린시티 일대 아파트에 관심이 집중됐다. 30년이 다 된 단지들의 집값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간 수도권 1기 신도시에서만 추진됐던 노후계획도시 사업이 지방에서 추진되는 첫 사례인 만큼 기대도 커졌다.

호재인 건 분명하겠으나, 장밋빛 미래만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였던 분당이나 일산의 소위 ‘대장 단지’에서도 갈등으로 공회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제자리 재건축을 하느냐 아니면 통합 분양을 하느냐를 두고 주민들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서다.

상대적으로 입지가 좋은 단지 주민들은 기존 아파트 자리를 보장해주는 제자리 재건축을 선호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주민들은 반발할 수밖에 없다. 정부나 지자체는 이런 갈등을 아마도 예상했겠지만, ‘주민들끼리 갈등을 해소하라’는 식으로 뒷짐만 진다. 여러 단지들이 통합해서 와야 선도지구 선정에 유리하다고 홍보했던 국토부에게 ‘사기를 당한 기분’이라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

정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노후계획도시 특별법마저 이런 실정인데, 일반 재건축 시장은 더욱 험난할 수밖에 없다. ‘헌 집 줄게 새집 다오’라는 말이 절로 나오던 과거의 재건축 사업장과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분담금 폭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조합원들이 추가로 내야 하는 돈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자재비와 인건비 등이 크게 올라 건설사들이 조합에 과도한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수억 원씩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한다는 설명에 일부 원주민들은 ‘이럴거면 재건축을 할 이유가 없다’며 돌아서기도 한다. 분담금 산정 방식이 복잡하고 불투명해서 이를 둘러싼 갈등도 적지 않다. 한국부동산원이 공사비 검증 절차를 수행하고는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요식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부산의 재건축 최대어로 손꼽히는 수영구 삼익비치타운은 지난해 4월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통한 99층 초고층 아파트 건립을 포기했다. 과도한 분담금과 늘어지는 공사 기간 등이 주된 이유였다. 지방 최초의 ‘아크로’ 브랜드 아파트로 관심을 모았던 해운대구 삼호가든 재건축 역시 공사비를 둘러싼 건설사와의 갈등으로 시공 계약을 해지했다.

일각에서는 재건축 조합원들이 무리하게 욕심을 부려 화를 자초하고 있다는 식의 비난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수십 년 전부터 그곳에 터를 잡았던 주민들은 물론 자산 증식을 위해 투자를 한 투자자 모두 손가락질 받을 대상은 아니다. 도시의 관점에서도 낡고 불편한 구시가지를 어떤 형태로든 재정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다양한 형태로 곳곳에 산재한 갈등을 이대로 두고만 본다면 결국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다. 정부나 지자체가 ‘갈등을 해결해서 가져와라’는 방관자적인 자세를 취할 때가 아니다. 새로운 정책은 과감히 도입하고, 해묵은 규제는 완화하며 풀어가야 한다. 헌 집 주고 새집을 얻는 시대는 끝났다고 하더라도, 제도권 내에서 정당한 투자를 한 이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려서는 안 될 일이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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