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세 압박·금융시장 요동, 경제 불확실성 철저히 대비해야
'워시 쇼크'로 코스피 폭락 5000선 붕괴
위험 요인 번지지 않게 선제적 관리해야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 코스피 및 코스닥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74.69포인트(5.26%) 내린 4,949.67로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2일 전 거래일 대비 274.69포인트(5.26%) 폭락하며 4949.67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4월 7일(-5.57%) 이후 최대 하락률이다. 올해 사상 최고치 역사를 써 내려가던 코스피가 5000선 아래로 주저앉은 것이다. 장중 한때 지수가 급락하면서 프로그램 매수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하기도 했다. 이날 증발한 시가총액만 200조 원에 달하면서 한국 증시는 ‘검은 월요일’을 맞았다. 코스닥도 51.08포인트(4.44%) 하락한 1098.36으로 마감했다. 이날 증시 폭락은 미국의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매파적 비둘기’로 불리는 케빈 워시 전 Fed 이사가 지명되면서,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워시 쇼크’로 인해 글로벌 금융·자산시장도 크게 요동치고 있다.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유동성은 조이겠다는 ‘매파적 비둘기’ 신호가 동시에 나오자 주말 사이 국제 금 가격은 10% 내렸고, 은 가격도 30% 넘게 급락했다. 반면 달러는 강세로 돌아섰고, 미 증시가 하락하며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확대됐다. 이날 원달러 환율도 크게 출렁이며 전 거래일보다 24.8원 급등한 1464.3원으로 마감했다. 내수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환율이 급격히 오르면 수입 원자재와 소비재 가격을 끌어올려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진다. 고환율은 정부의 경제 회복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우려가 크다.
여기에 한미 관세협상이 다시 불확실성 국면에 접어든 것도 경제 불안 요소다. 대미투자특별법의 국회 처리 지연을 이유로 한국에 상호관세 25%를 다시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 발언을 놓고 벌인 한미 간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9~30일(현지시간) 방미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두 차례 협의를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빈손으로 귀국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협상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만큼, 기업들은 연중 내내 관세 리스크와 불확실성에 노출되는 상황이다. 관세 분야에서 돌출된 한미 간 파열음을 관리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
최근 증시 활황세에도 불구하고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 내수 부진과 투자 위축 등 국내 경제의 기초체력은 여전히 취약하다. 또 부동산 가격 급등, 한미 간 금리 역전세 지속, 원화 약세 등 많은 대내외 악재에 직면해 있다. 미국의 추가 관세 압박이 거센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까지 더해지면 경제 전체가 금융·실물 복합 위기로 내몰릴 수도 있다. 지금과 같은 글로벌 통화정책의 전환 시기에는 경제 위기가 빈발했음을 망각해선 안 된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글로벌 불확실성 증폭이 국내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의 위험 요인으로 번지지 않도록 선제적 관리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국내외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정교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