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병오년, 인간과 AI의 켄타우루스적 협력
김길수 중서부경남본부장
경남도, 올해를 AI 산업 도약 원년 선언
제조·우주·벤처 혁신과 인재 양성 병행
인간 주도권·윤리·공감 영역 보호 강조
질문-답변-해석 순환의 협력 모델 제시
병오년 새해가 밝은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병오년은 불과 말의 기운이 겹치는 해다. 불은 변혁과 에너지를, 말은 질주와 도약을 상징한다. 이 상징적 해석은 단순한 운세 풀이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맞닥뜨린 기술·사회적 전환을 설명하는 은유로 읽을 수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의 확산과 인간과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병오년의 기운과 맞물려 강렬한 변화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스 신화 속 켄타우루스는 반인반마의 존재로, 인간의 지혜와 말의 속도를 동시에 지닌 상징이다. 체스 분야에서 ‘켄타우루스적 사고’가 처음 등장했을 때, 인간의 직관과 AI의 계산을 결합한 팀이 단독 인간이나 단독 AI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낸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이 개념은 이제 단순한 게임을 넘어 사회 전반에 적용된다.
여기에 최근 주목받는 개념이 피지컬 AI다. 피지컬 AI는 단순히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넘어, 센서·로봇·자동화 장비와 결합해 물리적 세계에서 작동하는 AI를 뜻한다. 즉, 데이터 분석과 의사결정이 현실의 물리적 행위로 이어지는 단계다. 제조업의 자동화, 물류의 최적화, 의료 현장의 로봇 보조, 우주 탐사의 위성 제어까지 피지컬 AI는 인간과 기계의 결합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기술이다. 제조업이 주력인 경남도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AI에 온 힘을 집중하고 있다. ‘전통 제조’를 ‘AI 제조’로 탈바꿈시킨다는 전략이다.
경남도는 올해를 AI 산업 도약의 원년으로 선언하며 피지컬 AI를 핵심 축으로 삼았다. 제조업 혁신을 위해 ‘경남형 피지컬 AI 기술개발 및 실증’ 예산 666억 원을 투입하고, 자동차 부품 데이터를 활용한 제조 챗-GPT 시범사업으로 국비 197억 원을 확보했다. 또한 ‘AI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구축(73억 원)’을 통해 5년간 600명의 전문 인재를 양성하고, 위성개발혁신센터와 우주환경시험시설을 구축해 전국 유일의 첨단위성 글로벌 혁신특구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단순한 산업 육성 정책을 넘어선다. 피지컬 AI가 확산되면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향상되지만, 동시에 노동의 구조적 전환을 불러온다. 단순 반복 업무는 이미 AI가 대체하고 있으며, 제조·운송·서비스업에서도 인간의 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경남도의 전략은 기술 도입과 함께 인간적 삶의 가치 보호라는 이중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AI 시대의 핵심은 ‘누가 고삐를 쥐고 있느냐’이다. 인간이 주도권을 잃는 순간 AI는 도구가 아니라 지배자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제도적 차원에서 인간 주도권을 보장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윤리적 가이드라인과 법적 울타리를 마련해 AI 오남용을 방지하고, 인간이 방향을 제시하는 주체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또한 교육 현장에서는 비판적 사고와 질문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AI는 답을 제시할 수 있지만, 질문을 던지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 질문은 방향을 정하고, 해석은 의미를 부여한다. 미래 세대가 AI의 종속적 소비자가 아닌 주체적 활용자가 되도록 질문과 토론 중심의 학습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피지컬 AI가 확산되더라도 인간이 빛나는 영역은 여전히 존재한다. 창의, 돌봄, 공감은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인간의 고유 능력이다. 제조업에서는 인간의 직관적 설계와 AI의 데이터 분석이 결합될 수 있고, 의료와 돌봄에서는 인간의 공감 능력과 AI 진단 보조가 함께 작동할 수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인간의 질문 능력과 AI의 맞춤형 학습 지원이 결합해 새로운 학습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
경남도의 투자 방향은 바로 이 영역을 제도적으로 보호하고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산업 혁신과 인간적 삶의 풍요로움, 공동체적 가치가 병행될 때 비로소 AI 전략은 사회적 합의를 얻을 수 있다. 병오년은 변화와 도약의 해다.
경남도의 AI 전략은 켄타우루스적 협력, 즉 인간과 AI가 함께 나아가는 길을 상징한다. 인간은 질문을 던지고, AI는 답을 제시하며, 다시 인간은 그 답을 해석한다. 이 순환 속에서 경남도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풍요로운 인간적 삶과 산업 혁신을 동시에 이끌어낼 수 있다. AI는 인간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을 확장하는 도구다. 경남도의 선택은 단순한 산업 정책이 아니라 미래 사회의 방향을 결정하는 선언이다. 병오년의 불과 말의 기운 속에서 인간과 AI, 그리고 피지컬 AI가 함께 달려야 할 길이 이제 경남에서 펼쳐질 전망이다.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