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슈가’니까 괜찮다고? 더 먹고 살찔 위험 ↑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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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당 오해와 진실 사이

설탕 대신 대체당 포함 제품 만연
천연·인공 감미료에 당알코올 사용
인공에 물들면 진짜 단맛 못 느껴
장기 섭취 땐 건강 효과 아무도 몰라
소아청소년층은 영양 불균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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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음료, 제로 과자, 제로 아이스크림…. 설탕이 들어있지 않다는 의미의 일명 ‘제로 슈가’ 식품은 설탕 섭취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주고 다이어트 실패의 두려움에서 벗어나도록 해주는 강력한 도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제로 슈가에 가려진 ‘대체당’에 주목하라고 경고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체중 조절이나 비전염성 질환의 위험을 줄이는 수단으로 대체당의 일종인 인공감미료를 사용하지 말 것을 강력 권고한 바 있다. 장기적으로는 체지방 감소에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는 대체당,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 대체당의 종류별 특징

대체당은 크게 천연 감미료와 당알코올, 인공감미료로 나뉘며 각 성분마다 몸속에서 반응하는 방식이 다르다.

스테비아와 알룰로스는 천연 감미료의 대표 주자다. 대동병원 가정의학과 황혜림 과장에 따르면 스테비아는 국화과 식물에서 추출한 스테비올배당체로, 설탕보다 200~300배 강한 단맛을 내지만 칼로리는 거의 없다. 소화 과정에서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지 않아 혈당에도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황 과장은 “특유의 쓴맛 때문에 실제 제품에서는 에리스리톨이나 말티톨과 함께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성분표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알룰로스는 무화과나 건포도 등에 자연계에 소량 존재하는 희귀당으로, 설탕과 맛과 질감이 가장 유사하지만 체외로 대부분 배출돼 실질적인 열량이 매우 낮다. 혈당에 미치는 영향도 적은 편이지만, 과량 섭취 시에는 설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당알코올에 속하는 말티톨과 에리스리톨, 자일리톨은 설탕과 비슷한 단맛을 내면서도 칼로리는 낮은 편이다. 하지만 소장에서 완전히 흡수되지 않는 특성 때문에 사람에 따라 복부 팽만이나 설사 같은 불편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말티톨은 다른 대체당과 달리 혈당을 완만하게 올리고, 당알코올 중에서도 혈당지수가 높아 당뇨병 환자는 피해야 한다. 자일리톨은 충치 예방에 좋으나 강아지에게는 치명적인 독성이 있어 반려견이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가정의학과 최교주 주임과장은 “장 질환 환자의 경우 당알코올류 전체가 소화가 안 되고 장에서 발효돼 가스, 팽만감, 설사를 유발하므로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널리 사용되는 아스파탐과 수크랄로스는 인공감미료에 속한다. 막걸리나 제로 콜라에 주로 쓰이는 아스파탐은 발암 가능 물질 분류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일일 섭취 허용량 내에서는 안전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장내 미세균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 두통이나 어지럼을 유발했다는 보고도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최 주임과장은 “페닐케톤뇨증 환자의 경우 아스파탐 분해 과정에서 생성되는 페닐알라닌을 대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섭취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수크랄로스는 설탕보다 600배나 달며 고온에서도 안정적이지만, 과다 섭취 시 소화 불량을 일으킬 수 있다.

 

■ 다이어트 효과 ‘글쎄’

설탕이 없는 제로 제품들이 단맛을 내는 건 이 같은 대체당의 역할이 크다. 전문가들은 대체당이 포함된 제로 제품들에 의문을 표한다. 흔히 접할 수 있는 제로 콜라가 좋은 예다. 제로 콜라가 설탕이 들어간 일반 콜라에 비해 혈당, 칼로리 측면에서 부담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건강한 음료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대체당은 혈당을 직접 올리지는 않지만, 장기 섭취 시 대사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논란이 여전히 뜨겁기 때문이다.

인공적인 단맛에 길들여지면 입맛 자체가 변해 자연 식품의 단맛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도 문제다. 제로 음료수와 함께 먹는 음식들이 고칼로리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섭취 횟수가 많다면 되레 비만을 유발할 수도 있다. 최 주임과장은 “뇌는 단맛을 느꼈는데 실제 에너지가 들어오지 않으면, 나중에 부족한 당을 채우기 위해 더 강한 식탐을 부릴 수 있다”며 “제로니까 괜찮다는 심리적 보상 기제 때문에 다른 음식을 더 많이 먹게 되는 칼로리의 역설에 빠지기 쉽다”고 덧붙였다.

대체당은 단기적으로는 혈당 상승과 열량 섭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건강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근거가 축적되지 않아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제로 음료나 제로 식품을 건강한 식품으로 인식하기보다는, 당류 섭취를 줄이기 위한 일시적이고 보조적인 선택지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황 과장은 “평소에는 물이나 무가당 음료를 기본으로 하고, 제로 콜라는 필요할 때 제한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 소아·청소년, 마시게 두지 마세요

소아·청소년에게는 대체당이 어떤 영향을 미칠까. 관련 연구가 충분하지 않지만 장기적인 안전성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단맛이 매우 강해 자연식품의 단맛에 대한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단 음식에 대한 의존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최 주임과장은 “어릴 때부터 이 같은 자극에 익숙해질 경우 과일이나 채소처럼 자연 식재료가 가진 은은한 단맛을 밋밋하게 느낄 수 있다”며 “점차 더 자극적인 음식을 선호하는 식습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제로 음료 등으로 인해 우유나 과일, 자연식 섭취가 줄어들 경우 칼슘·비타민·미네랄 부족으로 인한 식습관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대체당이 포함된 가공식품은 영양가가 낮은 경우가 많고, 성장기 아이들은 대사와 배출 기능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아 첨가물의 체내 처리 속도가 느릴 수 있다. 일부 당알코올 감미료는 복부 팽만, 설사, 복통을 유발할 수 있으며, 소아·청소년은 성인보다 이러한 위장관 증상에 더 민감하다. 황 과장은 “대체 감미료 자체가 절대적으로 해롭다고 할 수는 없지만 성장기 자주, 많이 섭취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물과 우유, 자연식을 기본으로 하고, 제로 식품은 간헐적이고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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